런던 디자인 산책 디자인 산책 시리즈 2
김지원 지음 / 나무수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몇 년전에 <핀란드 디자인 산책/ 안애경, 나무수 ㅣ 2009>을 읽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핀란드는 자작나무 숲을 연상하게 된다. 하얀 눈 길도 생각나고...

그런 핀란드의 디자인은 인간과 자연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최대한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한도내에서 디자인이 이루어졌다.

오래된 고목이 있으면 그것을 비켜가는 그런 디자인도 있었다. 감동~~

한 마디로 핀란드의 디자인은 자연을 닮은, 자연을 사랑하는, 자연을 생각하는 디자인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런던 디자인 산책>을 읽기로 했다.

 

 

핀란드는 가보지 못한 곳이지만, 런던은 한 번 가본 곳이기에 책을 읽기 전에 그 느낌이 조금은 전달되는 것같기도 했다.

런던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이 유럽의 도시들이 그렇듯이 오래된 건축물들과 새로운 건축물들이 공존한다는 것이었다.

유서깊은 웨스트민스터 성당 근처에서 빨간 2층 버스를 볼 수도 있고, 거리마다 빨간 우체통과 공중전화부스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런던 하면 빨간색이 떠오르기도 한다.

 

 

런던은 이처럼 개발과 보존이 공존하는 곳이며 이질적인 것들 위에 다양성과 다문화가 스며들어 있는 곳이기도 한 것이다.

핀란드의 디자인이 자연을 생각한다면, 런던의 디자인은?

이 책의 저자는 런던의 디자인을 런더너들의 일상 속에서 찾기 위해서 돌아다닌다. 그들의 삶 속에 녹아있는 디자인을 찾기 위해서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 속에서 런던의 디자인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글 반, 사진 반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사진들이 담겨 있어서 읽으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하게 해준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을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일반인들이 쉽게 디자인이란 분야를 접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겨울이 유난히 추운곳, 언제 비가 내릴 지 모르는 곳, 런던.

이곳 사람들은 비에 익숙해져 있어서인지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단다.

그러나, 런던에서 150년의 전통을 가진 수공예품으로 우산을 만드는 곳이 있기도 하다.

그곳에서 만든 우산의 손잡이 모양, 그것이 바로 런던의 디자인 중에서 가장 먼저 독자들에게 소개되는 디자인이다.

 

 

런던 거리의 빨간 우체통에도 그것이 세워진 연대가 씌여있느니, 어느 왕 시대였는가를.

그러니, 런던의 빨간 우체통이 다 똑같은 세대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흘러 내려오기도 했음을 알게 된다.

희한한 조형물 중에 웨인 치스널의 '자석'이라는 작품은

 

 

" 자석에 붙은 플라스틱 장난감은 물질 문명의 가속화로 인해 정작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에 대한 자각없이 탐욕에 빠져 또다른 빠져 또 다른 탐욕을 부르는 현대인의 물질 만능을 비판하다. " (p. 48)

영국에서 정원은 귀족만이 누릴 수 있는 공간이었다고 한다. 그것이 일반인들에게 여가문화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 오래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정원은 모두의 삶을 위한 공간이다.

그래서 하얀 컵 속의 작은 호수는 이런 런던 디자인을 엿 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한다.

 

 

또한 영국하면 홍차가 떠오르듯, 그들에게는 빅토리안 시대 상류층이 즐겼던 격식 있는 차 문화가 있으니, 찻잔 속에서도 삶 속을 위한 디자인의 아이디어가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테이트 모던 미술관이 과거 화력발전소를 현대 미술관의 전시 공간으로 변신시켰다는 것을 잘 알려진 사실인데, 그 이외에도 수력 발전소가 지금은 전시관과 공연장으로 활용되는 레스토랑이 되었고, 기능이 폐쇄된 운하인 포토 벨로 독은 디자이너의 쇼룸과 레스토랑으로 디자이너들의 참여 공간의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시골 폐교들이 예술인들에 의해서 거듭나기는 하지만, 우리도 이런 점들은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영국에서 문고판 하면 펭귄 출판사인데, 오래된 중고판 서적에서부터 클래식한 문학도서에서 북 디자인을 살펴본다.

클래식 문학도서는 책표지가 인테리어 개념을 도입하여 디자인된다.

 

 

 

 

 

유명 디자이너인 재스퍼 모리슨의 디자인은 평범하고 단순함이니, 그것은 특별함을 초월한 평범함이다.

몇 작품 감상해 보면.

 

 

 

런던의 거리는 스케치북이라고 표현하듯이, 거리의 그래피티는 누가 그렸는지, 무엇을 그렸는지, 왜 그렸는지 그저 보는 사람들이 나름대로 느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래피티가 일상의 다양한 소재들을 폭넓게 표현하면서 사회전반에 넓게 펴져나가는 것이니까.

" 그림인지 글씨인지 마음의 울림을 자신만의 언어로 그린 수많은 낙서들이 독특한 리듬을 만들고, 그 리듬들이 켜켜이 쌓여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다운 하모니를 연출한다. 낙서화는 여러 가지 소리가 나는 그림이다. " (p. 256)

꿈보다 해몽이라고 했던가?

저자의 그래피티에 대한 해석이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불완전한  한 조각이 모여 개성있는 하나를 이룬다는 패치워크 조각들.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하기는 했지만, 절약을 몸소 실천하는 디자인이라는 생각, 그리고 조각과 조각이 모여 하나를 이루는 디자인에서 삶의 교훈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저자는 몇 곳의 박물관도 소개를 해주지만, 그보다는 공원, 정원, 찻잔 속, 거리의 풍경, 장난감 가게 등에서 런던의 디자인을 찾고 그것을 해석해 준다.

런던이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듯이 디자인도 그런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것이다. 오래된 것들을 보존하고, 오래된 것들에서 아이디어를 찾아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

이것이 바로 런던의 디자인인 것이다.

디자인은 디자이너들만이 공감하고 공유하는 것이 아니며, 일상생활 그 자체에서 디자인을 찾을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