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평점 :
보통의 존재 !!
이 책이 눈에 띄게 된 것은 몇 달전이다. 어떤 이의 글 속에서 이 책을 읽고 있는데, '참 좋다'는 글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알게 된 <보통의 존재>는 또 다른 이의 책 속에도 등장하는 것이다.
궁금한 마음에 책 검색을 해보니 '서른여덟이 되던 해 어느 날, 사랑과 건강을 한꺼번에 잃고 비로소 삶의 의미에 대한 탐구를 시작한 작가 이석원' 이란 글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석원을 무명 작가 정도로 생각하고, 이 책을 읽기로 했다.
꼬박 앉아서 몇 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그냥 책꽂이에서 몇 달을 그렇게 지나갔다.
눈이 부시도록 노란 책표지.
그 책표지가 자꾸만 눈에 들어온다.
책을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글의 흐름이 왠지 모르게 우울하기도 하고, 승화된 슬픔이 담겨 있는 듯하다.

이 책을 낼 당시에 마흔을 앞둔 나이였는데, 그의 주변에 그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가족의 마음이 없는듯하여 그렇게 외로움이 온 몸에 도사리고 있는 듯하다.
구태여 이야기하지 않고 꺼리는 이혼에 관한 이야기가 여러 번에 걸쳐서 등장한다.
결혼이야기, 신혼여행이야기, 신혼여행을 갔을 때의 오징어잡이 배 이야기.
그런데, " 우리는 그로부터 6년 뒤에 헤어졌다." (p22)
책의 성격을 파악하지도 못한 초반부에서 이렇게 담담한 이야기가 나오니 약간은 당황스럽다.
" 명심하라. 결혼이란 당신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열쇠가 아니다. 오히려 결혼은 당신에게 수많은 새로운 문제를 던져준다. 당신이 당신의 동반자와 기꺼이 그 문제를 풀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때 감행하라. 그 무섭다는 결혼을." (p239)
사랑을 하기도 전에 이별이 두려운 사람.
그래서 사랑를 시작하지도 못하는 사람.

그런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음악 이야기가 나온다.
김 C, 이소라, 김장훈의 이름이 보인다.
부산 콘서트를 하기 위해 남들보다 하루 먼저 콘서트장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1박 2일의 여정에 가방 3개를 꾸려 갖고....
이 책의 작가가 궁금해진다. 그는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모던 락밴드의 보컬이다.
그런데, 그의 노래를 들어 본 기억은 없다.
( 언니네이발관 앨범들 - 사진출처; 네이버 이미지 검색)

(사진출처; 네이버 이미지 검색)
책을 거의 다 읽어 갈 무렵 이 책은 이미 인터넷에서 다이어리 조회수 1만 5천 건이 넘어간 공개 일기가 바탕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다른 사람과의 인연을 어렵게 생각하고 있다고 느꼈고,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처럼 생각되었기에 그가 9년이 넘게 공개일기를 썼다는 것도 의아했다.
" 한번은 누군가 나에 대해서 이렇게 물어본다면 사람들은 어떤 식의 답변을 할 것인가 예상해 본 적이 있다.
'다가가기 어렵다.', ' 까다롭고 까칠하다.', ' 마음을 잘 열지 않는다.', '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성격이다.'
나에 대한 평판이란 대체로 이런 것들이고 사람들은 나에 대해서 아주 단정적으로 규정해왔다. 물론 저런 평가들도 분명히 내가 갖고 있는 모습 중에서 나온 것일 테지만, 그것은 내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실상은 이렇다. 나는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주기를 기다리는 사람에 더 가깝다. 마음을 열고는 싶지만 방법을 알지 못해서 오히려 외로운 사람이다. 직설적인 구석도 있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나 남을 도우려는 마음은 누구 못지 않은데 그런 것은 잘 소문이 나지 않더라. " (p 277)

이 책은 그렇게 소소하고 사소한 일상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일상의 기록은 누구에게도 내 보이고 싶지 않은 내면의 이야기가 너무도 솔직하게 담겨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슴에 담고 있지만, 내뺕지 않고 있은 그런 내면의 이야기를 숨김없이 끄집어 내고 있었다.
" 사람이 일평생 유년의 기억에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은 불행일까 행복일까. 그리움에 젖어 들어갈 수 없는 시절을 그리워한다는 것으로만 보면 불행일 것이다. 그리워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또한 행복일 것이다. " (p67)
옛 사랑에 대한 이야기, 부모에 대한 이야기, 이제는 빛바랜 추억 속의 이야기, 음악이야기, 친구이야기 등이 담겨 있었다.
문득, 그의 지금의 일상들이 어린날부터 따라 다니던 엄마의 기대와 집착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효자인 것같으면서도 부모에게 무심하게 대하는 아들의 마음.
칠순이 넘었지만, 아직도 이것 저것 챙겨준다고 생각하면서 아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엄마의 마음.
이런 모든 것이 그의 일상 속에서 힘겹게 꿈틀거리기도 한다.
우리는 모두 '보통의 존재'가 아닐까....
그 '보통'이란 개념이 사람에 따라서 각기 다르기는 하겠지만....
이석원 블로그 - http://blog.naver.com/dearhol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