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레빌라 연애소동
미우라 시온 지음, 김주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지난 해 말에 '고구레'라는 단어가 들어간 일본 작가의 소설이 두 권 출간되었다.

<고구레빌라 연애소동/미우라 시온, 은행나무, 2011>과 <고구레 사진관/ 미야베 미야키, 네오픽션, 2011>이었다.  

 

출간시기가 거의 같아서 '고구레'란 단어의 의미가 궁금했었다. 그런데 <고구레빌라 연애소동>에서의 고구레빌라란 70대 할아버지 고구레의 다 쓰러져 가는 허름한 2층 건물을 일컫는 말이었다.

건물의 외벽은 갈색 페인트, 나무 창틀은 하얀색이어서 멀러서 보면 초콜릿 바탕에 생크림으로 장식한 초콜릿 케이크같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페인트가 벗겨질 때마다 할아버지가 덧칠하고 덧칠을 해서 울퉁불퉁한 진흙덩어리 같은 것이 붙어 있는 건물.

이 빌라에 방은 6개이지만, 입주자는 집주인인 할아버지를 포함해서 4 집만이 살고 있는데, 방과 방사이는 나무판처럼 얇아서 옆방의 기척까지도 다 들을 수 있는 그런 건물이다.

고구레빌라에 살고 있는 4명, 그리고 그들과 어떤 인연으로 맺어진 3명.

이렇게 7 사람의 연애, 사랑, 성을 주제로 한 7편의 연작소설이 <고구레빌라 연애소동>인 것이다.

이 작품을 쓴 '미우라 시온'은 일본에서는 '요시모토 바나나 이래 가장 참신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 여성작가라고 하니 관심이 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이 소설을 통하여 사람들이 숨기고 싶어하는 성에 관한 이야기를 솔직하고도 거리낌없이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연작소설의 7명의 주인공은 서로 다른 이야기에서 주인공과 주변인물로 그려지면서 그들에 대한 심리적 상태나 상황들을 자신의 입장 또는 제3자의 입장에서 묘사되기에 독자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좀더 폭넓게 접할 수 있는 것이다.

 

       

첫 번째 이야기인 'Simply Heaven'에서는 마유에게 3년동안 연락이 두절되었던 옛연인인 나미키가 찾아온다. 그러나 마유에게는 이미 연인인 아키오가 있으니...

그런데, 나미키는 마유의 집에서 당분간 머물겠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마유와 아키오, 그리고 나미키는 무더운 여름에 좁아터진 이 집에서 괴상한 동거를 시작하게 되는데...

두 번째 이야기인 '심신'집주인인 할아버지의 이야기이다. 고구레씨는 학창시절 절친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고 문병을 가는데, 죽음을 앞둔 70대의 노인의 입에서 나온 말은

" 우리 마누라가 나하고 섹스하기 싫대" (p55)

이를 계기로 고구레 할아버지는 자신의 노년의 성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고, 드디어 자신이 살고 있던 집에서 홀로 나와 고구레빌라에 거주하게 되는데....

세 번째 이야기 ' 기둥에 난 돌기' 는 고구레빌라의 주변에 살고 있는 애견미용사의 이야기이다. 출근을 위해 전철을 타는데, 어느날 전철역 기둥에서 자라나는 이상한 물체. 그 물체는 자꾸 자라서 남근의 형상을 하는데, 아무도 그 물체를 눈여겨 보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을 알아 보는 남자가 있으니 야쿠자 두목이다. 그래서 애견미용사와 야쿠자 두목의 만남은 이루어지고...

네 번째 이야기 '검은 음료수'첫 번째 이야기의 마유가 일하는 사에키 플라워숍의 주인부부의 이야기이다. 그가 탄 커피맛에서 비릿한 흙탕물 맛이 나면 바람을 피우는 증거라고 하는데....

과연  사에키는 바람이 났을까?

다섯 번째 이야기인 '구멍'2층에 사는 남자가 1층에 사는 여대생을 천장에 난 구멍을 통해서 엿보는 이야기이다. 사생활이 문란한 여대생을 훔쳐보는 그 행동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며, 그들은 어떤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까?

여섯 번째 이야기인 'Piece'난자에서 난소가 생성되지 않아서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진단을 받은 여대생 마쓰코의 이야기이다. 바로 '구멍'을 통해서 스토킹을 당하고 있는 그 여자의 이야기이다.

그녀의 미혼모 친구가 낳은 아이를 갑자기 1주일간 키우게 되는데....

일곱 번째 이야기는 '거짓말의 맛'으로 옛연인을 스토킹하는 남자와 동거하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고구레빌라 연애소동>에는 이렇게 7편의 소설은 서로 얽혀서 연애, 사랑, 성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게 된다.

허름한 건물에 들어와 사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생활도 그리 녹녹하지는 않은 것이다. 각자 그들은 사랑에 대한 아픔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성에 대한 관념이 문란하기도 하고, 자유롭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인 것이다.

때론 삼각관계이기도 하고, 젊은 사람의 연애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에 고구레 할아버지의 섹스에 대한 욕망은 주책스럽다고 치부할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그 과정이나, 이야기의 전개과정이 할아버지라기 보다는 사춘기 까까머리 소년같은 수줍음이 있어서 이야기가 더 돋보이는 것이다.

여기에 찬조출연은 고구레빌라의 개 '존'. 

 

 

처음에 읽기 시작할 때는 너무 외설스러운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들 속에는 기발한 상상력과 함께 유머가 담겨 있었다.

거기에 7편의 이야기들이 한 편씩 끝을 맺을 때에는 가슴에 작은 여울이 생기는 것같은 그 이야기마다의

잔잔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여운이 남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거창하고 화려한 주거지가 아닌, 허름하고 낡았지만, 정이 넘치는 고구레빌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런 느낌들이 이 소설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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