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고마워 - 옆에 있어 행복한 부부이야기
고혜정 지음 / 공감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작년에 <친정엄마와 2박3일>이라는 연극을 보았다. 연극이 어느 정도 진행되자 여기 저기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친정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아픈 마음이 이렇게 눈물로 변하는 것이었다.

연극을 볼 때의 그 마음이 <여보 고마워>를 읽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친정엄마>, <친정엄마와 2박3일>,<여보 고마워>는 같은 작가의 에세이이고, 모두 연극으로도 공연된 작품들이다.

 

 

이번에 내가 읽게 된 <여보 고마워>는 신작 에세이가 아닌 2006년에 출간되었던 에세이이다.

이 책은 그후에 <여보 고마워>의 내용을 바탕으로 연극으로 공연이 되고, 이번에 그후의 이야기가 몇 편 더 실려서 재출간된 에세이이다.

작가는 이 책이 처음 출간될 당시에 결혼 10 여년차로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고 변리사 공부를 5년간에 걸쳐서 하는 실질적인 가장노릇을 하는 아내이자, 엄마이자, 작가였던 것이다.

결혼 당시에도 남편의 집안과의 환경적 차이 등으로 갈등을 빚기도 하였던 것이다.

사랑하기에 많은 어려움을 감수하고 한 결혼이지만, 결혼은 꿈이 아니고, 현실인 것이다.

연애할 때는 남편의 과묵한 성격이 매력만점이었겠지만, 결혼후에는 남편의 그런 성격은 장점이 아니라 단점으로 다가오는 것이며, '제발 말 좀 하지~', 드디어 '속터져', '답답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결혼전에는 이것 저것 고장난 것을 고친다고 아예 못쓰게 만들어 놓던 손재주가 결혼 후에는 집의 고장난 물건들은 수리센터를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말짱하게 고쳐 놓으니 단점이 장점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연애와 결혼은 현실 생활 속에서는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 부부간의 모습인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어느 정도 나이가 지극한 부부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고, 인생의 나이테가 쌓이면서 가지게 되는 잔잔한 부부의 이야기를 생각했다.

그런 선입견으로 읽게 된 책 속의 문장들이 생경스럽게 다가오는 것이다.

물론 부부간의 이런 대화나 생활상은 많이 볼 수 있는 내용의 이야기들이지만, 작가가 남편을 향하여 던지는 대사들은 여자인 내가 읽어도 숨막히는 잔소리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것 저것 지적하고 퍼붓는 듯한 느낌의 남편을 향한 불만스러움이 그리 곱게는 보이지 않는다.

" 로봇은 시키는 대로 다 하기나 하지, 어떻게 된 게 남편이란 사람들은 알아서 하는 건 상상도 못하고, 시키는 것도 안하고, 안 시키면 절대 모르고, 속 터져 죽는 건 마누라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언성이 높아지고, 옛날 옛적의 사건까지 끄집어 내서 잘잘못을  따지게 되고, 그러다 처갓집이 어떠니 시댁이 어떠니, 처음 부부 싸움을 시작했던 원인은 어디에 묻혀버리고 엉뚱한 걸로 점점 커져서 결국은 성격 차이 때문에 못살겠다는 소리 나오고. " (p27)

콘서트장에 함께 가서 코까지 골아대며 잠을 자는 남편이 좋게만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책 속에서 그녀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고 해도 이 책 속의 글들은 치열한 삶의 단면들이 그대로 나타난 너무도 솔직한 표현들이 눈에 거슬리기도 한다.

그런 현실 속의 결혼 생활을 통해서 작가는 스스로 결혼 생활에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해 나간다.

" 부부는 한 침대에 누워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사이. 그렇다고 늘  똑같은 생각을 하고 뭐든 같이 해야 되는 건 아닌 것같다.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고, 그 자체를 인정해 주는거,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p43)

여우같은 아내가 되기도 하고, 남편의 이해할 수 없었던 단면들에 익숙해져가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사람은 인간관계로 맺어지게 되니, 남편 친구이야기, 시댁이야기, 친정이야기, 아들과 딸이야기가 가미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모든 이야기가 결혼 생활이 가져다 주는 이야기 전반에 걸친 이야기가 되지만, 아내의 넋두리같은 잔소리와 비난의 소리는 이제 그만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책이다.

2006년 이 책의 출간을 앞두고 남편은 건강검진에서 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다. 성공적인 수술이었지만 재발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 출간된 책에는 그 이후의 이야기가 몇 편 더 소개된다.

" 세월은 갔지만 추억도 남았고, 사랑은 갔지만 남아있는 사람은 또 열심히 살아야 하는게 인생이니까" (p244)

잔잔하고 아름다운 연륜이 쌓인 부부의 이야기를 기대했던 나에게는 삶 속에서, 결혼생활 속에서 부딪히면서 겪었던 걸려지지 않은 부부의 이야기와 가족의 이야기가 그리 유쾌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삶 속에서 좀 더 배려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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