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크레이그 실비 지음, 문세원 옮김 / 양철북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의 작가인 '크레이그 실버'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1982년에 출생한다. 그는 변기청소부, 바텐더, 철물점,설탕공장 노동자 등의 다양한 직업을 거치면서 19세인 2004년에는 '루바브'로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2008년에 두 번째 작품이 이 소설을 쓰게 되는데, 이 책 역시 2009 년에 오스트레일리아 인디 어워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소설은 탄탄한 구성이나 섬세하고 유려한 문체, 거침없는 글의 흐름으로 볼 때에 아직 서흔 살도 되지 않은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 뛰어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의 중심에는 이 지방의 주지사의 딸이자 재스퍼 존스의 여자친구 '로라 위셔트'의 죽음이 깔려 있다. 자살인듯하지만 살인과 같은....

이 죽음을 발견한 재스퍼가 자신이 살인자의 누명을 뒤집어 쓸 것을 염려하여,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이 소설의 화자인 모범생 '찰리 벅틴'을 끌여 들이는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

더럽혀진 크림색 레이스가 달린 잠옷을 입고 있다. 얼굴이 창백하다. 은색 달빛 덕분에 여자 아이의 팔에 긁힌 상처가 보인다. 종아리도 마찬가지다. 지저분하게 얼룩진 얼굴에는 멍과 핏자국이 있다. 그리고 긁힌 밧줄에 묶여 은빛 유칼립투스 가지에 매달려 있다. 아무런 요동도 없다. 축 늘어져 있다. 맨발인 두 발은 안쪽을 향하고 있다. 하나로 묶은 긴 머리는 올가미 아래로 늘어져 있다. 고개를 옆으로 비스듬히 둔 모습이 성화에서 본 것 같다. 얼굴에 절망과 슬픔이 서려 있다. 무기력하고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모습이다. (p21)

소설의 핵심적 인물인 세 명의 소년

'재스퍼 존스' 15살로 원주민과의 혼혈이라는 사실만으로 그 지방의 문제아 취급을 받게 된다.이 소설의 무대인 코리건에서 악명 높은 아이인 것이다. '몹쓸 천성과 못된 태도의 표상'이다.  흔히 주변에 이런 소년들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어떤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 ~~ 의 짓일거야.' '너 그 아이와는 놀지도 마' 이런 대상이 되는 소년인 것이다.

'제프리 루' 베트남계 오스트레일리아 혼혈로 '눈이 째진 야만인', '공산당'이라는 놀림을 받는 '크리켓'선수를 꿈꾸는 소년이며,  그의 이웃들은 광산촌 노동자의 해고가 그의 아버지때문이고 베트남전때문이라는 생각에서 동네의 따돌림 대상이 된 집이다.

'찰리 벅틴'은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며 똑똑한 학생이나 그 역시 그런 것들이 따돌림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세 소년은 같은 동네에 살고는 있지만, 재스퍼 존스와 찰리 벅틴은 로라 위셔트의 죽음에 관한 사건과 연결되어서 만나게 되는 것이고, 제프리 루 와 찰리는 또한 크리켓 경기와 관련되어 만남이 이루어진다.

이 세 소년의 이야기를 나열하는 것은 이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그 동네에서 따돌림을 받는 소년들이라는 것이다. 그 따돌림은 단순히 나와 같지 않다는 이유일 수도 있고, 그들에 대한 편견에서 이루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재스퍼 존스는 어떤 의미에서는 따돌림을 당하기에 더욱 강한 이미지로 변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찰리가 겪게 되는 재스퍼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도둑질, 거짓말, 폭력은 기본, 무단결석은 밥먹듯.... '(p14) 이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간다. 알지도 못하면서, 보지도 않았으면서, 누군가가 얼핏 하는 말들이 퍼지고 퍼져서 그런 편견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강인한 줄만 알았던 재스퍼 존스도 때론 너무도 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재스퍼가 큰 소리로 말한다. 마치 잭 라이어넬더러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다. 재스퍼의 대담함이 돌아왔다. 재스퍼가 진입로를 따라 걸어 들어간다. 나는 그의 뒤를 바짝 따라간다. 그가 어깨너머로 말한다. "곧장 들어가자. 찰리, 직접 만나야 해. 그게 방법이야." 나는 그가 걸어가는 것을 지켜본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가슴을 활짝 폈다. 이제보니 그의 자신감은 위장술이었다. 소음이요, 산만함이며 허풍이다. 베트맨의 망토와 같은 것이며 아빠가 빗어 넘긴 머리아도 같은 것이다. 그러자 내 안에 있던 거품이 터진다. 여전히 나는 그의 뒤를 따라 걸어가고 있다. 겁에 질리고 지친 보병처럼 느릿느릿. (p384~385)

재스퍼 존스의 마음속에 들어가서 한 번쯤 그를 이해하려고 한 사람이 있기는 있는 것일까?

우리는 태어날 때 운을 가지고 태어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잖아. 제비뽑기 같은 거지. 억센 운명이거나 너처럼 재수가 좋은 경우도 있어. 하지만 그다음부터는 모두 우리 자신한테 달린 거야. 내가 담배를 배우건 말건 소고리 몇 점을 훔치건 말건 그딴 걸 상관하는 신 따위는 저 위에 없다고. 나는 그냥 나 혼자야. 나 혼자서도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판단 할 수 있어. 이곳에서는 아무도 내게 일을 주지 않으니 내가 일을 만드는 수 밖에 없었어. 걷고 말하기 시작함과 동시에 우리는 각자 의 운을 만들어 나가는 거야.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하늘의 영 따위는 없어. 혼자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 부분에서 나는 신이 정말 있다고 생각하기도 해. 찰리. 더 강하고 더 단단한 무언가가 내 안에 있거든.  (p252~253)

이 소설은 소위 말하는 '왕따'인 세 소년이 서로 닮은 점은 없지만 재스퍼와 찰리, 제프리 루와 찰리의 우정을 이야기해주고, 재스퍼와 죽은 로라 위셔트, 찰리와 그녀의 동생인 일라이저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들이 그려진다. 거기에 찰리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 잭 라이어넬의 이야기까지....

이 이야기들의 바탕에 깔린 주제는 '낯설음'과 어울리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심리, 그리고, 겉으로 나타나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편견'과 '위선'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첫 장면부터 숨막히는 듯한 긴장감이 감돌면서 읽는 동안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전개로 강한 흡인력을 가진 작품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오스트레일리아판 '앵무새 죽이기'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니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앵무새 죽이기'를 읽어보아야 하겠지만,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기억만 가물가물하다. 이번 기회에 한 번 다시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주변에 소외된 청소년들이 있다면 한 번쯤은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