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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유혹
시드니 셀던 지음, 정진우 옮김 / 세시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시드니 셀던'은 원래 시나리오 작가였다고 한다. 그의 작품인 영화 '독신남'과 '사춘기 소녀'가 아카데미상, 예미상, 토니상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우리들에게는 '시드니 셀던'하면 추리소설의 대가로 잘 알려져 있고, 미스터리 작가들에게 주는 '에드가 엘런 포'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니 탄탄한 추리력이 돋보이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발표한 작품들은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로 181개국에서 3억 부 이상이 팔렸다고 하니 대단한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악마의 유혹'은 독특한 살인기법을 동원한 소설이다. 향수가 살인가 간접적인 살인의 무기이자, 그 향수의 냄새를 맡은 자신의 애완견에게 물려 죽는다는 설정이다.

앙리 버몽드는 세계적인 향수제조회사를 경영하는 기업인이며, 젊고 아름다운 아내 클레아르가 있다. 노년에 접어들면서 어느날 자신은 회사의 경영에서 은퇴하면서 향수제조회사를 경영의 귀재인 마이클 케인에게 매각하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매각대금은 천만달러...... 클레아르가 앙리 버몽드를 사랑했다면 그 돈으로 세계여행을 다니면서 여유롭고 행복한 여생을 마칠 수 있었을텐데, 젊은 아내에게는 향수회사 핵심 연구원인 연하의 매력적인 연인이 있었으니, 사랑하지 않는 남편과의 결별을 정해진 수순이겠지만, 이혼으로 받을 위자료보다는 '천만 달러, 전부가 탐날 수 밖에....
클레아르의 마음속 악마는 살인을 유혹한다. 살인 방법이 특이하게 향수. 남편의 스웨터 목둘레에 박하향의 향수를 뿌린다. 그리고 자신은 외출.... 향수의 정체는 무엇일까? 박하햐의 향수, 회색과 푸른색이 감도는 액체, 죽음을 부르는향수....
온순하던 애완견이 앙리 버몽드의 스웨터를 향해서 돌격하여 목덜미에 이빨 자국을 남기며 난폭하게 변한다. 남편의 비명소리를 뒤로 아내는 알리바이를 위해서 외출을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추리소설의 읽는 재미인 살인범과 살인 방법이 처음에 공개된다는 것이다. 완전 범죄인 듯한 살인사건에 흥미를 보이는 것도 우연한 기회에 회사를 인수하려던 마이클 케인 부부에 의해서 별 큰 복선이 깔리지 않고 그저 그렇게 단순하게 파헤쳐지고 추적되는 과정 역시 간단한 설정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LA 시내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 사건, 그 살인 사건의 범인은 흉악한 몰골을 한 정신장애를 입은 사람과 같은 행동으로 길거리의 여인들만을 목졸라 죽인다.
이미 벌어진 향수에 의한 살인사건과 밤에 일어나는 창녀를 상대로 한 살인 사건이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하면서 이야기되지만 그 사건들은 처음부터 아무런 연관성이 없음을 보여준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라도 연관이 없음을 이야기자체가 말해주고 있어서 조금은 싱거운 느낌이 든다.
추리소설은 작품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독자 스스로 범인을 추적하는 것이 묘미이지만 그런 복선이 깔려 있지가 않다.
인간은 느낄 수 없는 향수의 향이, 냄새에 민감한 강아지에게 난폭한 행동을 유발한다는 발상은 그럴듯하지만, 그 액체에 숨겨진 비밀도 그렇게 명확하게 설명되지는 않는다.
다만, 살인의 이야기가 그렇듯이, 배신은 배신을 낳을 수도 있다는 것과 친밀한 연인관계의 남녀가 살인후에 더 친밀해 지기 보다는 서로가 두려움이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음을 느끼게 해준다. 진정한 사랑이 아닌 육체적 사랑과 배경이 낳게 되는 사랑은 순수한 사랑이 아니기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거짓말이 거짓말을 숨기기 위한 또다른 거짓말을 낳듯이, 살인은 또다른 살인을 부른다. 그것이 악마의 유혹이다. 달콤한 듯하지만 결과는 처참한 것이 살악마의 유혹이다.
이 이야기의 또다른 살인사건에서 범인이 의외의 인물이지만, 그 부분의 묘사도 좀더 정교하게 했다면 읽는 재미가 더해질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내용도 간단하고, 책의 분량도 많지 않아서 어느날 하루 저녁을 이용하여 읽는다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