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란 방의 비밀
가스통 르루 지음, 양혜윤 옮김 / 세시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가스통 르루 '하면 그 누구나 <오페라의 유령>이 떠오를 것이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와 오페라가 있는데, 특히 오페라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1986년에 런던에서 초연을 한 이래, 15개국, 91개 도시에서 공연되었다.
<오페라의 유령>를 관람한 적이 있는데, 첫장면인 경매과정에서 웅장한 '상들리에'의 등장부터 숨을 죽이고 공연에 몰입했던 기억이 난다.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읽으면서 밀폐된 공간이었던 오페라 공연장의 지하로 연결된 무대를 어떻게 뮤지컬로 표현할까 궁금했는데, 웅장한 무대 장치를 보면서 그 의문이 풀리기도 했다.
(사진출처 :< 오페라의 유령>을 보러 가서 찍은 사진 -2010년 8월)
'가스통 르루'는 프랑스의 추리소설 작가로 신문기자로도 활동을 하였기에 그의 밀실 추리소설이라고 하는 <노란 방의 비밀>에서도 그런 점이 많이 반영된다.
이 책은 1907년에 쓴 소설로 밀폐된 공간인 노란 방은 사건이 일어나기에는 불가능한 구조를 가진 방이기에 이 방에서 일어난 사건을 추적한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인 것이다.
사건은 어느날 밤에 일어난다. 스탕제르송 박사와 그의 딸인 35살의 스탕제르송 양은 퀴리부인의 라듐 발견을 이끌어 내게 되는 '물질의 해리'라는 새로운 학설을 뒷받침하는 뢴트겐 사진에 대해 처음 시도되는 연구를 공동을 하는 물리학자이다.
저녁식사를 연구실에서 하인인 자크영감과 함께 하고, 연구를 하던 스탕제르송 양은 연구실 바로 옆의 자신의 침실로 가게 되고, 얼마후 비명을 지르게 된다.
"살인마 ! 살인마야 ! 살려주세요. (...) 살인마! 살려주세요! 아버지! 아버지!" (p14)
놀라서 딸의 방으로 향한 박사와 하인, 그리고 문지기 부부는 스탕제르송 양의 방인 노란 방이 안에서 잠겨 있음을 알게 된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 보니, 스탕제르송 양을 피를 흘리며 방에 쓰러져 있고, 이 방안에는 그녀외에는 아무도 없는 것이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범인이 들어가 있을 수는 있다고 해도, 밀폐된 방을 나올 수는 없는 상황에서 범인을 찾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소설의 화자는 변호사가 된 지 얼마 안되는 생클레르이고, 이 사건을 풀어 나가는 사람들은 두 명의 탐정이다.
그당시 파리에서 최고의 탐정이라고 일컬어지는 라르상과 갓 18살이 된 어떤 사건을 해결하게 되는 것을 계기로 초보 신문기자가 된 자칭 탐정인 룰르타뷰의 추리대결이 교차하면서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 사건으로 스탕제르송 양은 죽지는 않고 회복이 되지만, 또 한 번의 살해 위험이 뒤따르기도 한다.
첫번째 사건의 현장에 남겨진 증거들.
남자가 남긴 바닥의 발자국, 숲 속으로 난 길에 생긴 큰 발자국과 작은 발자국, 노란방의 위에 사는 하인이 가지고 있던 총, 수수한 손수건 등이 물적 증거이자, 이 사건을 풀어 나가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이 사건의 이면에는 스탕제르송 양이 곧 결혼을 하기로 했던 같은 학문을 하는 대학교수인 로베르 다르자크라는 약혼자도 있는 것이다.
추리소설을 상당히 많이 읽어 왔던 나로서는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사건의 윤곽이 밝혀지는 이야기보다는 독자 스스로 소설 속에 몰입하여 그 사건을 풀어나가는 탐정의 역할을 하는 추리소설을 더 좋아한다.
이런 소설을 대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의외의 인물이 범인이다.
책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그 누구도 다 범인이 될 수 있다.
처음부터 범인으로 지목할 수 있는 사람은 결코 범인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생각을 뒤집어라" , "나의 상황을 여러 방향으로 추적해 보아라" 하는 생각으로 책을 읽지만, 왜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찾아나가기도 그리 쉽지는 않은 것이다.
" (...) 당신은 일찌감치 누가 범인인지 점찍어 놓고 있습니다. 그렇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 만약 그렇게 되면 당신의 생각이 뿌리부터 허물어져 버릴 테니까요. 그래서 다른 무언가를 찾았고, 그것은 낸 것입니다. (...) 그건 정말 위험한 방법입니다." (p127)
이 문장은 청년 탐정 룰르타뷰가 베테랑 탐정인 라르상에게 하는 말이다.
보통은 추리 소설의 초반부에 나오는 모든 묘사가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지만, 이 소설은 좀 다르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암흑 속에 묻혀서 풀리지 않는 불가사의한 사건인 노란 방의 비밀을 ( ? ))의 체포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일까?
( ? )를 법정에서 재판하는 날 룰르타뷰는 진실을 밝힐 수 있을까?
룰르타뷰는 범인을 알고는 있지만 6시 반이 되기 전에는 밝힐 수 없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4시간 후에.
그리고 드디어 6시 반이 되자.
" ( ? )입니다! 범인은 !
망연자실, 경악, 격분, 불신의 고함소리가 법정 안을 메웠다. 그 중에는 또한 이러한 대담한 고발을 감히 할 수 있는 이 용감한 청년에게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는 자도 있었다. " (p358)
과연 ( ? )이 범인인지는 끝까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동기까지도......
" (...) 눈에 보이는 사실은 그것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어떻게든 해석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종종 판단을 그르치는 원인이 됩니다. (...) 그것을 추리의 근거로 해서는 안 됩니다. 우선 추리부터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눈에 보이는 사실이 자신의 추리 안에 잘 들어가는지를 조사해 보는 것입니다. 지금 저의 수중에 있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의, 아주 작은 원입니다." (p380~381)
이것이 룰르타뷰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논리의 추리였는데, 어떤 상황이나 사실에 있어서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고, 보이는 것이 그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게 해준다.
<노란 방의 비밀>은 이 소설에 나와 있는 것만으로는 독자들의 추리력으로 이 사건을 풀어 나갈 수 없는 이야기이다.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해명과 범인의 정체를 둘러싼 의외성은 소설의 끝부분에 가서 룰르타뷰가 이 사건을 추적하면서 알게 된 사실들을 이야기해 주는 형식을 빌리기에 독자들에게는 추리소설에서 독자 스스로 범인을 추적해 나가다 그 범인을 밝혀내는 그런 재미를 빼앗아 버렸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노란 방의 비밀>이 밀실 미스터리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장편 미스터리이고, 이 작품을 통해서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까지의 시대상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대를 지난 추리소설이기에, 번뜩이는 기법과 생각의 새로운 시대에 맞는 추리소설으로서는 부족함도 많이 엿보이는 것이다.
오랜만에 읽게 된 정통 추리소설이게에, 간만에 머리싸움을 좀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그런 재미를 빼앗긴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