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퍼케이션 3 - 하이드라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바이퍼케이션 하이드라 1'을 읽은 후에 잠시 쉬었다가 '바이퍼케이션 하이드라 2'그리고 3권을 단 숨에 읽었다. 물론, 며칠이란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마치 낯선 곳을 찾았던 긴 여정과 같은 느낌이다.

 

 

1권의 첫 장면부터 구토가 나올 정도로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살인의 모습이 너무도 잔인하여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는 작가는 얼마나 강심장을 가졌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우혁 작가 역시 그리 비위가 강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근본적으로 재미있게 읽히기 위해 씌어졌다. 많은 사건이 일어나고 피와 증오와 공포와 광기가 흐른다. 상당히 끔찍할 수 있는 플롯이기에 이를 거침없이 다루기 위해 내 약한 내면을 피에 무덤덤하게 만드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p348~349) 작가의 말중에서

이 작품에 나오는 이야기들의 바탕에 그리스 신화나 심리학과 정신학의 학설과 실험, 그리고 소설속의 내용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내용들과 함께 실제로 세계적인 살인마들의 끔찍한 행각들도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를 살해하여 그 인육을 며칠동안에 걸쳐서 먹은 살인마, 여성들을 납치 살해하여 피를 뽑아 먹은 살인마, 수십 명의 사람들을 감금하고 폭행,고문하여 살해하는 살인마..... 어찌 인간의 탈을 쓰고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실제 이야기도 이 소설의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 너무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인간의 본질은 과연 무엇일까? 인간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선과 악에 대한 생각....

여기에서 작가의 말을 다시 인용해 본다.

 

모든 소설이나 창작의 근본적인 문제는 결국은 인간 자신에게 회귀한다. 인간이란 무엇이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수많은 상황과 수많은 관점, 수많은 판단이 있지만, 결국은 이 작은 질문에 대한 수없이 많을지 모르는 답을 찾기 우해 창작이 행해지고, 사람들은 그 창작품에 흥미를 느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행간에 숨겨둔 간단하지만 상당히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며 읽는다면 내가 이 글을 쓴 의미와 던진 질문을 찾는 지적인 재미가 부가될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그런 것이 싫은 분들이라도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재미와 의미의 두 마리 토끼를 쫓은 내 나름의 노력의 산물이니, 그런 맥락에서 보아 주시면 고맙겠다. (p349: 작가의 말 중에서)

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결국엔 집착이었던... 그래서 사람의 허울을 쓴 괴물로 변한 해리성 정체 장애가 된 사람이 저지르는 살인의 연속.

누군가 자신의 살인 욕구를 가장 잘 대행해 줄 사람을 괴물로 만들어 조정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닌 괴물과 같은 하이드라.

그것을 잡으려고 하는 프로 파일러와 고참 형사. 그러나, 그 둘은 같은 마음인 것 같으나, 방법론이나 사건 처리에는 또다른 면을 보여주는 인간.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이런 줄거리로 볼 수 있을지는 모르나, 이야기속에는 작가가 말하는 어떤 의미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은 줄거리까지도 정확하게 이해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니, 그 속에 담겨진 의미를 찾기란 꽤 많은 지식이 필요한 것이다.

소설을 읽는내내, 이우혁 작가의 천재적 상상력은 그의 폭넓은 지식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5년의 세월에 거칠 그의 노력이 3권의 책으로 만들어져서 독자들이 비록 두마리 토끼는 못 잡을망정(물론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한 마리 토끼인 재미만은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3 권의 '바이퍼케이션'이 가져다 준 이야기. 그 속에서 '인간' 그 자체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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