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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상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ㅣ 어른을 위한 동화 18
한강 지음, 봄로야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5월
평점 :
<눈물상자>를 읽게 된 계기는 책 속에서 또 다른 책을 소개받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얼마전에 <나는 우연을 끌어 안는다 / 노지혜, 바다봄, 2011>를 읽게 되었다. 그 책의 저자인 노지혜는 음악을 공부하다가 글쓰기로 전환을 하게 되면서 문예창작학과에 들어가게 되고, 10 년간 방송작가 일을 하게 되는데, 어느날 훌쩍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자신에게 다가온 우연을 운명을 받아 들이게 되는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낸 것이다.
이 책에서 그녀가 문예창작학과에서 만나게 되는 선생님이 한강이다. 글쓰기의 어려움을 느끼는 그녀에게 작가이자 선생님인 한강은 한 권의 책을 건네 주는데, 그 책인 어른을 위한 동화책인 <눈물 상자>였다.
한강은 최근에 <희랍어 시간/ 한강, 문학동네, 2011> 을 통해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작가인데, 나는 그녀의 책을 한 권도 읽지를 않았다.
그래서 더욱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들기도 해서 <눈물 상자>를 읽게 된 것이다.
눈물~~
한 방울의 눈물이 가지는 의미는 참 많을 것이다.
눈물의 종류도 다양할 것이다.
이 책 속의 눈물을 수집하는 아저씨의 말을 빌리자면,
" 주황빛이 도는 이 눈물은 화가 몹시 났을 때 흘리는 눈물... 회색이 감도는 이 눈물은 거짓으로 흘리는 눈물.... 연보랏빛 눈물은 잘못을 후회할 때 흘리는 눈물... 진한 보랏빛 눈물은 부끄럽거나 자신이 미워서 흘리는 눈물... 분홍빛 눈물은 기쁨에 겨워 흘리는 눈물... 연한 갈색의 저 눈물은 누군가 가엾다고 느껴질 때 흘리는 눈물이란다. " (p16)
눈물에 무슨 색깔이 있으랴만은....
동화의 주인공은 태어날 때부터 눈물이 많았다. 슬픔의 눈물뿐이 아니라, 자연의 현상에도 눈물을 흘릴 정도로 눈물이 많은 아이이다.
그래서 '눈물단지'
" 눈물단지래, 울보래요, 눈물단지래, 울보래요." (p8)

어느날, 놀림의 대상이었던 눈물단지에게 나타난 눈물을 수집하는 아저씨와 그가 가지고 온 검은 가방 속의 수많은 눈물들.
그리고 아저씨 소매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복숭아빛 작은 새, 꼬리와 깃털은 신비로운 푸른빛을 띤 푸른 휘파람새. 또는 파란 새벽의 새라고 불리는 새.

아저씨가 찾는 눈물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물인 순수한 눈물.
세상의 모든 눈물이 태어나기 전의 눈물.
세상의 모든 눈물이 죽은 뒤의 눈물.
세상의 모든 눈물들 사이에 고인 눈물.
그 눈물에 닿는 것만으로, 아무리 단단하게 얼어 붙었던 마음도 천천히 녹기 시작한단다.
"순수한 눈물이란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은 눈물을 말하는 게 아니다. 모든 뜨거움과 서늘함, 가장 눈부신 밝음과 가장 어두운 그늘까지 담길 때, 거기 진짜 빛이 어리는 거야. " (p63)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눈물 상자>이다.
요즘, 싸늘하게 식어 버린 마음으로 불의와 부정과 불신이 난무해도 한 방울의 눈물을 흘릴 수 없는 사람들.
힘겹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앞에서도 묵묵히 아무런 마음의 동요를 느끼지도 못하는 사람들.
이렇게 눈물마저 메마른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위선의 눈물, 거짓의 눈물인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으니.....
작가가 <눈물 상자>를 쓰게 된 동기는 어린이극인 <눈물을 보여드릴까요?>라는 어린이극을 보고 눈물은 모두 투명하지만 그것들을 결정으로 만들면 각기 다른 색깔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눈물에는 그만큼 다양한 의미의 눈물이 있는 것이다.
그 눈물 중에서 순수한 눈물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이 동화를 읽으면서 많은 독자들이 자기 자신에게 묻는 질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눈물이 닿는 것만으로도, 아무리 단단하게 얼어 붙었던 마음도 천천히 녹기 시작하는' 순수한 눈물을 우린 흘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