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예보
차인표 지음 / 해냄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배우가 아닌 작가로서의 차인표는 <잘 가요, 언덕>으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아픈 부분인 일제강점기의 위안부 문제를 색다른 감각으로 다룬 작품이다.

우리 민족의 영물이라고 할 수 있는 호랑이와 이야기를 결부시킨 것도 민족적 의미를 가지게 했고,

일본군이라고 하면 인정사정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한 군인들이라고 생각해 왔던 독자들에게 일본군 중에서도 정이 깊고 사리판단이 뚜렷한 사람도 있음을 보여 주기도 했다.

잔잔한 듯한 이야기가 역사성이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그 울림은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차인표의 첫 장편소설인 <잘 가요 언덕>이  꽤 인상깊었기에,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인 <오늘예보>도 자연스럽게 읽게 되었다.

그런데, <잘 가요 언덕>과는 사뭇 다른 또다른 느낌의 소설인 것이다.

과연 똑같은 작가의 작품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작품 역시 신선하면서도 재미있다.

그러나, 잘 살펴 보면, 두 작품 속에서 작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잘 가요, 언덕>이 잔잔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문체들인데 반하여, <오늘예보>는 차인표가 그동안 우리들에게 보여주었던 이미지와는 동떨어지는 대화내용이나 상황 묘사들로 소설의 내용들이 다소 거친 느낌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곱씹어 보면 두 작품에는 모두 힘든 상황 속에서도 그 역경을 헤쳐 나가야만 하는 주인공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오늘예보>를 쓰게 된 바탕에 lMF 당시 자전거로 한강 둔치를 돌던 중에 실의에 빠진 실직자같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때에 자전거에서 내려 따뜻한 말 한 마디 전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고,그후에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을 들으면서 그들에게 단 한 마디의 말을 건넸더라면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은 한 해의 마지막날인 오늘같은 나에 소외되고 힘겨운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는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진짜 사랑은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거" (p199)

<오늘예보>에는 이 사회에서 별 볼 일없는 희망을 가질 수 조차 없는 상황에 처한 3 남자가 나온다.

나고단 - 이름부터 고단하다. 이 소설에는 이렇게 이름들부터 재미있다. '인생 수명 연장연구소'소장은 앙드레 쥬거, 보조출연자, 즉 엑스트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이보출,  빌려주고 못 받은 돈을 대신 받아주는 사람은 박대수 등.

나고단은 대학까지 나온 노숙자이다.

"나는 그동안 안 되는 일을 되게 하기 위해 오기를 부리며 너무나 고단하게 살았다. 이혼과 사업실패, 게다가 무정자증으로 인해 자식도 없는 나는 돈도, 희망도, 친구도 아무도 없다." (p37)

답답하기 그지 없는 인생이다. 아내는 바람나서 도망가고, 형은 캄보디아로 선교 활동을 하러 가고....

이 넓은 천지에 그가 죽는다고 해도 단 한 사람 울어 줄 사람도 없다.

마지막으로 생을 마치기 전에 들린 밥퍼에서 대학교때 캠퍼스 커플이었던 여자를 만나게 되고...

죽기로 결심하고 성산대교를 찾는다.

이보출은 드라마의 보조 출연자, 다시 말하면 엑스트라이다. 한때는 주식투자로 한 방에 부자가 되려고 했지만, 모든 재산을 다 날렸다. 그리고 남의 돈까지 투자를 해주다가 날려 버렸으니.....

아들은 누나집에 맡기고 보조출연자로 돈을 모아 아들과 함께 살 날을 기약해 본다.

박대수는 조직 폭력배로 있다가 손을 씻었다. 가지고 있던 돈은 남의 말을 듣다가 다 날려 버리고, 하나 밖에 없는 딸은 희귀병에 걸려 골수이식을 기다린다.

이 세 남자의 이야기는 각각 전개된다. 그러나 어떤 시점에서 그들이 서로 얽혀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하룻동안에 일어난 이야기들이지만, 끝에서 서로 어떤 관계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세 남자의 신상명세만으로도 평범하기 보다는 지독하게 운도 없고, 희망도 없는 소외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깜깜한 삶에 따뜻한 햇살이 비칠 수 있음을 작가는 넌지시 알려 주는 것이다.

거친 삶의 이야기인 만큼 거친 내용의 문장들이 씌여질 수 밖에 없는데, 차인표는 그의 이미지와는 전혀 안 어울릴 듯한 그런 대사와 상황 묘사들은 넉살좋게 소설을 통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또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이기에 웃음이 나올 수 없을 것같은 상황인데도 그속에 위트를 담아내기에 읽는 도중 도중 '킥킥'거리게 만든다.

" 사랑은 하는 겁니다. 내일이나 모레 할거라고 얘기하거나 계획하는 게 아니고 그냥 지금 바로 하는 것, 그게 사랑입니다. " (p225)

차인표는 그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봉사 활동을 해 오고 있기에 그의 마음은 따뜻하고 포근함을 소설을 통해서도 느끼게 해준다.

"여러분들이 오늘 하루만 바라보는 거. 미련두고 먼 미래까지 바라보지 말고, 그냥 오늘 하루에 다 끝내버리는 거. 왜냐하면 나에겐 오직 하루만 있거든요. 하루만으로 족하지요. 모든 걸 끝내기에는. 흐흐흐 " (p215)

살아가면서 힘겨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따뜻한 햇볕과도 같은 소설이 바로 <오늘예보>이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것같은 연예인 작가 차인표.

그것이 내가 그의 소설 두 편을 읽은 후의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