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땐 내가 미안했어
소피 퐁타넬 지음, 이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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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소피 퐁타넬'은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 <리베라시옹>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고 <코스모폴리탄>의 부 편집장을 지내기도 했으며, 현재는 <엘르>에서 일하고 있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감성작가이다.

그녀가 어릴 적에 엄마와의 관계는 '베스트 프랜드'였지만, 성장하면서 칭찬에 인색한 엄마에 대한 감정은 '엄마는 자식들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녀의 오빠는 엄마가 소피를 더 사랑한다고 생각했고, 소피는 엄마에게는 오빠가 전부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엄마와 자식간의 교감이 부족하였다.

우리들의 엄마는 어떨까?

한없이 주기만을 하는 엄마, 받아도 받아도 그것이 넘쳐나는데도 그것 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자식.

자식들은 엄마의 깊은 마음 속을 언제쯤 전부 알게 될까?

 

 

이 책 속의 소피의 엄마는 전형적인 파리지엔느이다. 우아하고 세련된 모습만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에 반하여 소피는 사회적인 명성을 얻어가지만, 엄마에게 무엇을 해 드려야 겠다는 생각보다는 받는 것에 익숙해지고, 때로는 정신적인 위로까지도 받기를 원하면서 엄마보다는 가정 밖의 일상 속에서 더 큰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이런 소피에게 어느날 엄마는 힘없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엄마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찾아간 엄마의 집에서 소피는 인대가 파열되고, 뼈가 골절된 엄마를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구했고, 엄마는 뚜렷한 병명없이 그저 늙어가면서 자주 휠체어에서 넘어져서 일어나지 못하고, 빼가 부러지는 일들이 반복되게 되는 것이다.

기억도 조금씩 잃어가면서 엄마는 통찰력이 강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 아, 기억이 없어져.... 나는 엄마에게 뇌는 비어 있는 보석 상자가 아니라 반대로 무언가로 꽉  들어차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보길 권했다. 뇌는 살아 오면서 겪은 사건, 감정, 즐거움, 중요한 추억, 사랑, 과거에 경험한 실망, 인상적인 사건, 놀라움, 연애 경험, 실패한 경험, 날아갈 정도로 큰 기쁨에 대한 정보로 차곡차곡 쌓여 있는 곳이라고 말해 주었다. 뇌에는 이처럼 많은 정보가 쌓여 있기 때문에 기억이 잘 안 날 수도 있다고 엄마에게 말했다. " (p158)

 

그래도 소피는 엄마에게 항상 받아만 왔기에 엄마에게 무언가를 해 준다는 것에 낯설기만 한 것이다.

이렇게 계속되는 낙상과 병원치료, 입원, 요양원 생활 등을 지켜보면서, 또 간호를 하면서 소피는 엄마의 늙어감에 대하여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는 것이다.

 

" 그래, 엄마 덕에 난 정말 신나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제 그 은혜를 엄마에게 갚을 수 있다. " (p48)

 

 

이 책 속의 내용들은 엄마가 늙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생각들과, 노년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은 글들이다.

엄마의 노년을 돌보아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자신의 노년에도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기는 한 것일까 하는 생각에까지 소피는 이르게 되는 것이다.

처음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던 엄마는 딸에게 조차 자신의 추한 모습을 보이기를 싫어한다. 딸 역시 그런 엄마의 모습에 익숙하지도 않고, 잘 돌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엄마와 딸은 차츰 그런 힘겨운 노년의 엄마의 모습에 익숙해지면서 그동안 마음 속에만 가지고 있던 감정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소피는 그동안 인생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바랐지만, 이제는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살아야 겠다는 것을 엄마 덕분에 알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들은 이와 유사한 우리나라 작가들의 책들과 비교한다면 특별히 애틋한 마음이나 눈물겨운 행동들이 동반되지는 않는다.

한국인들처럼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이라기 보다는 파리지엔느 처럼 엄마의 노년을 담담한 마음으로, 일상적인 이야기로 담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른 심리적인 표현은 엄마의 입장과 딸의 입장을 함께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처음 접할 때는 신현림의 < 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 신현림, 흐름출판, 2011>처럼 눈물이 쏟아지는 그런 감동적인 에세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와는 또다른 엄마에 대한 사랑이야기인 것이다.

역시, 똑같은 엄마에 대한 사랑, 엄마의 늙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딸의 마음이기는 하지만, 한국인의 정서와 프랑스인의 정서는  또 다르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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