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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이후, 문득 인생이 무겁게 느껴질때 - 서른에서 마흔, 절반 이상이 미래가 불안하다
박홍규 지음 / 경향미디어 / 2011년 12월
평점 :
<서른 이후, 문득 인생이 무겁게 느껴질 때>는 '요즘도 이렇게 사는 사람이 있구나 !'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두메 산골의 촌노도 아니고,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세상에서 대학교수가 이런 삶을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박홍규'는 노동법을 전공한 법학자로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다.
그러나, 법학뿐만 아니라, 인문과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저서와 번역서를 낼 만큼 폭넓은 분야에 식견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오사카 시립대학, 미국의 하버드대학교, 영국의 노팅엄대학교, 독일의 프랑크프르트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일본의 몇 몇 대학에서 강의도 했었던 것이다.
이런 저자의 경력을 줄줄이 나열하는 것은 그만큼 세계 속에서 생활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휴대폰도 없고, 컴퓨터는 하루에 한 번 정도 이메일 확인이 고작이고, 코스닥이 무엇인지, 왜 뉴스시간에 일기예보처럼 해야만 하는지, 재테크는 어떻게 하는지, 부동산 투자는 ? ....
전혀 일반인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들에 무관심을 넘어서 필요성 조차도 느끼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대학까지 출퇴근길에는 자전거를 이용하니, 자동차의 필요성도, 운전면허를 따야할 필요성도 그에게는 없다.
논과 밭이 있는 곳에 자리한 집과 텃밭이 그의 생활의 기쁨을 주는 공간인 것이다.
텃밭에서 손수 재배한 야채들로 식사를 해결하고, 점심도 도시락을 들고 출근을 한다.
옛날과 달라서 아무도 그와 함께 점심 도시락을 나누어 먹는 사람은 없다. 그런 그만의 생활 속에서 그가 느끼는 많은 이야기들을 여섯 가지 키워드로 나누어서 책 속에 담았다.
인생, 속도, 음식, 여행, 공부, 사랑.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은 편안하고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에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지 않는 부분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의 Slow life가 모두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세상이 달라졌으면 그에 맞춰 사람도 달라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배울 수 있는 것은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것은 즐길 수 있는 것이 인생의 즐거움일 수도 있기에....
그러나, 저자는 일반인에게서 느끼는 즐거움이 아닌 자신만의 즐거움을 '느리고 홑지고 작고 여린 삶에서" (책 속의 글 중에서)느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에 저자는 소신껏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 6 S 의 Slow, Silent, Simple, Small, Soft, Spontaneous에 각각 대응하는 느린 삶(속도), 조용한 삶(환경), 홑진 삶(구조), 작은 삶(규모), 여린(무른)삶(성질), 그리고 자발적인 삶(원리)은 서로 다르지만 이를 모두 묶어 표상하는 경우 Slow 라고 하겠다. " (p10)
이 책 속의 글들은 신문 등에 썼던 글들을 토대로 하기는 했지만 새롭게 다시 쓴 글들이라고 한다. 그런데 책 속의 내용이 자신의 일상적인 이야기들과 함께 사회적으로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무게있는 내용들이 다수 담겨져 있는 것이다.
얼핏 얼핏 글 속에서 정치, 4대강 개발, 유기농 식품, 구제역, 대기오염 등의 환경문제, 지구 온난화, 출세지향주의 등의 생각이 드러나는 것이다.
특히, 저자가 사는 곳에서 이루어진 2010년의 구제역 살처분에 대한 수백 만 마리의 가축에 관한 이야기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든다.
그이전에 그가 직접 키우던 닭들을 AI로 인하여 포대기로 싸서 묻고는 잠을 못 이루었다는 경험은 정말 마음이 싸늘해지는 이야기이다.
그는 식물을 유기농으로 키우고자 해도 이미 농촌은 사방이 농약 천지라고 말한다. 과연 이대로 방치해도 좋은 것인지....

진정한 먹거리란 " 슬로푸드는 느린 삶 속의 것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패스트 라이프 속에서 슬로 푸드를 먹는 것은 무의미하다. " (p118)
넷맹, 컴맹, 부맹, 주맹, 카맹, 경맹.....
세상의 발달한 기기들과는 거의 관련이 없이 사는 그에게 유일한 취미는 그림그리기와 여행.
그는 여행은 삶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하여 방학을 이용하여 1년에 2번은 해외로 긴 여행을, 그리고 중간 중간 국내 여행을 즐긴다.
그에게는 여행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가난하게 살자는 부처와 간디에게 배우고자 인도를 찾는 나를 그들은 물론 멸시했지만 이번엔 나 자신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했다. 라디크로 가는 고행같은 여정은 히말라야를 오염시키는 것에 기여했을뿐이기 때문이다.
다시는 인도에 오지 마라는 것이, 다시는 인도를 오염시키지 말라는 것이 부처와 간디에게 마지막으로 배운 교훈이었다. 인도에서 얻은 지독한 기침은 아직도 없어지지 않고 있다. " (p175)
교수로서 그가 말하는 공부란 토막지식의 암기가 아닌 자기 자신의 바람직한 삶과 사회와 시대를 즐겁게 탐구할 수 있는 공부를 이야기한다.
그가 말하는 Slow life는 단순히 느린 삶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타율적이지 않은 자율적으로 행하는 느린 삶, 그것이 가치있는 삶인 것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하고, 느린 그의 삶을 따라 가면서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된다.
법정 스님이 말했던 무소유를 실천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만의 철학과 소신이 있기에 할 수 있는 생활이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그의 삶을 본받으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Slow life 중에서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의 삶 중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라도 함께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스스로 '바보 천치'라고 하는 그의 삶을 통해, 그의 생각을 통해 한층 성숙해지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