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는 그 누구나 좋아하는 대중적인 음식이다.
특히, 나는 점심은 어떤 종류이든간에 국수를 먹는 날이 많을 정도로 국수를 좋아한다.
초등학교때인지 충청도에 있는 이모댁에 갔을 때에 이모가 해 주던 국수가 지금도 생각난다.
이모는 집근처의 국수집에서 국수를 사다가 비빔국수를 해 주셨는데, 얼마나 매웠던지, 그런데도 그 국수맛은 어린 나에게는 오래도록 기억되는 추억 속의 국수이다.
그 국수가 그렇게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국수를 팔던 가게가 인상적이었기때문이다.
국수가게에서 국수를 뽑아서는 빨래를 널듯이 길게 널어 놓았던 모습이 참 신기하기도 했다.
그후에 대학을 다닐 때에 예산으로 삽교천을 답사하러 갔었는데, 그곳에서 그런 국수가게를 또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책 속에서도 예산의 국수를 뽑는 가게의 사진이 실려 있어서 옛 추억이 다시금 생각났다.
지금도 옛방식 그대로 국수를 뽑는 공장인 예산 원조 버들국수 공장이 있단다.
<대한민국 누들 로드>를 KBS 스페셜 '누들로드'를 촬영했던 PD 이진욱은 '국수의 대동여지도'라고 말한다.
"KBS '누들로드'가 기원전 3천 년전 중국에서 시작된 국수가 전세계로 퍼져 나가게 된 과정" (프롤로그 중에서)를 담아냈다면, <대한민국 누들로드>는 우리나라 각 지역의 특색있는 국수와 맛있는 국수를 담아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강원도에서 시작하여,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서울, 그리고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국수따라 길을 떠나고, 그 길위에서 국수집을 만나서 사진을 찍고, 맛을 보고, 그 국수를 소개해 주는 것이다.
거기에 국수와 관련된 책을 출간했거나, 국수와 관련된 인물의 인터뷰, 국수와 잘 어울리는 음식, 국수요리를 만들 때에 궁금한 점, 독특한 국숫집까지 함께 책 속에 담아낸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런 국수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도 못했던 국수들이 상당수가 있었다.
국수는 가장 간편한 음식이기도 하지만,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기도 한 것이다.
한 그릇의 국수를 만들기 위해서 어떤 육수를 쓰고, 어떤 면을 쓸 것인지, 고명은 또 어떤 것으로.....
다양할 수 밖에 없는 국수 요리지만, 국수 요리는 각 지역에서 가장 많이 나는 재료가 사용된다는 것이다.
특별한 국수들을 소개하면
정선의 노란 올챙이 국수.
"모양새에 반해 먹은 신기한 국수는 미끈한 면도, 맹맹한 국물도 별맛 없이 싱겁다." (p33)
그러나, 그 국수가 만들어지게 된 사연을 안다면 올챙이 국수의 맛을 속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식객 19> 권에 허영만의 글을 인용한다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 혀에서 전달되는 미각으로 올챙이 국수 맛을 평가하는 건 정선 사람들의 강인한 생활력에 대한 무례" (p33)라고 책에 썼다고 한다.
밍밍한 올챙이 국수는 정선 사람들에게는 험한 환경에서 구할 수 있는 옥수수를 이용한 그들만의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이었던 것이다.
메밀면으로 만든 콧등치기 국수도 옥수수로 만든 올챙이 국수와 마찬가지로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에 해 먹던 눈물어린 국수이지만, 지금은 그 지역을 찾는 사람들의 별미가 되었다.

이 보다 더 슬픈 (?) 국수는 꼴두 국수이다. 질리게 먹어서 꼴도 보기 싫은 국수라는 의미라니....
안동의 누름국수, 건진국수는 육수, 고명의 재료는 같으나, 차이는 면발의 굵기, 면을 삶는 법, 육수 온도가 다르다. 재료 준비는 동일하나 요리법이 다른 것이다.


포항의 모리국수는 납작한 칼국수명에 아귀, 물메기, 미더덕, 대게 등을 넣고 끓인다고 하니, 이것은 매운탕인지, 국수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그 지역의 특산물과 관련이 있는 국수이다.

의령의 소바는 일본식 소바를 변형시킨 국수인데, 장조림 간장으로 육수의 맛을 내고, 장조림 고기가 고명으로 올라간다. 여기에 참기름으로 무친 시금치와 송송 썬 파를 그 위에 올린다고 한다.
담양의 선지국수에는 선지가 4 덩어리가 들어가고, 충주의 사과국수는 사과즙을 넣어 개발한 면으로 끓인 잔치국수이다.


포천의 이북식 김치말이국수, 가평의 잣국수....

제주에는 성게국수와 고명없이 구수한 국물맛으로 승부하는 땅콩국수.

이 책에 실린 냉면, 칼국수, 잔치국수는 평범한 국수에 속할 정도이지만, 그런 국수들도 지역마다 어떤 육수를 쓰고, 어떤 면을 쓰느냐가 다 다른 것이다.
국수와 함께 먹는 요리도, 지역마다 특색이 있다.
국수집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으로는 만두이지만, 양평의 옥천 냉면집의 편육, 고기완자.
이곳의 고기완자는 엄청 크다. 북한에서 내려온 냉면의 하나가 옥천 냉면이니까 완자도 북한식인가 보다.
대부도, 제부도에서는 바지락 칼국수에 해물 파전, 행주산성의 어탕국수에는 도토리 무침, 담양 국수거리에서는 대통암뽕 순대와 약달걀....
이렇게 우리들은 국수를 좋아한다. 이렇다보니 국수도 국수 프랜차이즈 춘추 전국시대가 도래했다.
이처럼 특색있는 국수를 전국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친절하게 국수집들의 주소, 전화번호, 메뉴, 가격, 영업, 주차 등의 정보까지 실어 주었다.
그러나, 이 책이 출간된 후에 국수집의 영업에는 변화가 있을 수 있으니, 꼼꼼히 챙겨 보고 국수집을 찾아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행을 떠나면 어떤 음식을 먹을까 고민되기도 하는데, 이 책 한 권만 있으면 하루 한끼는 해결이 될 것같다.
대중적 입맛을 사로잡은 국수따라 전국을 방방곡곡 찾아 다니는 것도 즐거운 일이 아닐까~~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