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과 역설 - 장벽을 넘어 흐르는 음악과 정치, 개정판 에드워드 사이드 선집 3
에드워드 W. 사이드·다니엘 바렌보임 지음, 노승림 옮김 / 마티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평행과 역설/ 생각의 나무, 2003>의 개정판이다.

 

 

<평행과 역설>을 읽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이 책의 대담을 이끌어가는 '다니엘 바렌보임'과 ' 에드워드 W 사이드'가 어떤 인물인가부터 알아야 하는 것이다.

'다니엘 바렌보임'은  1924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러시아계 유대인 가정에서 출생하였다. 그후 이스라엘로 이주하였으며, 런던, 파리, 예루살렘, 시카고 베를린 등지에서 살았다. 그는 신동 아티스트라고 칭해 질 정도로 유명한 피아노 연주자이자 지휘자인 것이다.

특히, 이 책의 대담 내용의 일부분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바그너 지휘자이다.

 

                 (사진 출처 : Daum)

 

' 에드워드 사이드'는 1935년 영국령이었던 팔레스타인의 예루살렘에서 출생했다. 그후 카이로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성장했고, 다시 미국으로 이주하여 프린스턴 대학, 하버드 대학 등에서 공부를 했다.

컬럼비아 대학, 하버드 대학에서 교수로 문학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를 회교도 사회 속에 사는 영국화된 기독교 아랍인의 한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출생과 성장등에서 남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출처 : Daum)

 

이들은 출생과 자라온 환경들이 복잡하고 특이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렌보임은 나치를 피해서 아르헨티나로 이주했다가 다시 이스라엘로 가게 된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사이드는 이스라엘이 건국을 하자 팔레스타인이기에 그곳을 떠나 카이로로 가게 된다.

그러니, 그 두 사람에게는 이스라엘의 건국과 팔레스타인 지역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 대한 문제 등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다른 상황에 놓여던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

그들은 1990년대 초에 런던의 한 호텔의 로비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으며, 그를 계기로 절친한 친구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두 사람의 대담은 그대로 옮겨 놓은 대담집인데, 모두 6번의 대담 내용이 실리게 된다. 그리고, 부록으로 '다니엘 바렌보임'의  "독일인과 유대인 사이의 음악"이란 주제의 바렌보임의 생각을 담은 글과 '에드워드 W  사이드'의 "바렌보임과 바그너"라는 주제의 에드워드의 생각을 담은 글이 실려 있는 것이다.

이 두 사람의 첫 번째 대담은 1995년 10월 컬럼비아 대학교 밀러 극장에서 바렌보임이 바이로이트, 베를린, 시카고, 잘츠부르크에서 수년 동안에 바그너를 지휘해 온 점에 관해 뉴욕 시민들 앞에서 이야기해 보자는 생각에서 대담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대담이 5년간이란 시간에 걸쳐서 이루어지면서 이 책으로 묶어지게 된 것이다.

 

첫 번째 주제인 '고향, 대화의 출발점'에서 부터 그들이 처해 있었던 출생, 성장기의 상황이 확연히 다르기에 평범하지 않은 주제임에는 틀림이 없으니 문화적, 민족적 문제에 대한 그들의 견해가 들어 볼 수 있는 것이다.

견해란 같을 수도 있지만, 서로 다를 수도 있는 것인데, 그들이 태어난 고국에 대한 역사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의 견해를 존중해야 하고 서로의 역사를 용납할 줄 아는 것이다.

 

특히, 에드워드 사이드는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가진 비평가이기에 그가 대담에서 보여주는 지적 수준은 수준 높은 대화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지적, 개인적, 삶의 핵심에는 음악이 있었다고 하니 다니엘 바렌보임과의 음악적 대화 역시 지식인과 예술가의 격조 높은 대화를 기대해도 좋은 것이다.

 

" 바렌보임 : (...) 음악은 여러 면에서 물리법칙에 대한 도전이죠. 그중 하나가 침묵과의 관계입니다. 베토벤의 교향곡과 셰익스피어의 소네트가 크게 다른 점은 이런 것이겠죠. 물론 악보가 베토벤의 상상을 표기하는 기호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셰익스피어의 책에 씌어진 언어들도 그의 사상을 문자로 표기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글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셰익스피어의 마음 속은 물론 독자들의 마음 속에도 똑같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베토벤의 악보 위의 음들이 실제로 이 세상에 구현되는 과정에서 다른 요인들이 개입합니다. 다시 말해 교향곡 5번의 음들은 악보 자체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죠. " ( 책 속의 글 중에서)

 

특히 이 책에서 주목해서 읽을 주제는 바그너에 관한 내용일 것이다.

나치를 피해서 이주를 해야만 했었던 바렌보임이 대표적인 바그너 지휘자라는 것이다.

바그너는 학술회의나 토론장에서 자주 거론되는 음악가인데, 나치를 찬양하는 반유대주의자라는 것이다. 바렌보임은 11살 때에 프루트 뱅글러의 초대를 받지만 아버지가 이를 거절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독일에 와 있고, 독일에서 직접 바그너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다.

그에 대해 바렌보임은 전쟁과 홀로코스트의 학살, 유대인 수용소의 이야기를 들었던 어린날, 초대를 거절한 아버지의 생각은 옳았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바그너라는 인간의 실체는 반유대주의자였다고 하더라도 그의 작품까지 연주를 하지 않을 이유는 없음을 이야기한다.

 

" 내 생각에는 21세기의 입구에 들어선 지금 누군가가 정말로 그걸 믿으면서 단 하나의 정체성을 주장한다는 말은 불가능한 것 같다. 우리 시대의 어려움 가운데 한 가지는 사람들이 그들이 관심을 점점 더 사소한 것으로 제한한다는 것, 세상사가 서로 혼재되어 어떻게 함께 유기적인 전체를 이루는가에 대한 사람들이 거의 아무런 이해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 ( 책 속의 글 중에서)

 

이 두 사람은 음악과 문학이라는 다른 영역과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다른 견해을 가질 수 있는 요인들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때로는 같은 생각으로 평행을 유지하고, 때로는 다른 생각으로 자신의 견해를 역설함으로써 이 대담을 통해서 지적 깨달음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우리들이 지식인들의 대담을 책으로 엮은 것을 접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또한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역사, 정치, 문화, 음악 등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은 갖추어야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러나, 책 속의 글들을 집중해서 읽다보면 두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떤 주제에 대하여 서로의 생각을 거침없이 진솔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담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흔히 대담을 할 경우에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는 우리의 정치인들의 대담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두 사람은 이 대담들을 통해서  "우리는 삶이 가지고 있는 역설뿐만 아니라 평행 혹은 유사성도 함께 풀어 보고자 했다" ( 책 속의 글 중에서)고 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