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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재처럼 - 자연으로 상 차리고, 살림하고 ㅣ 효재처럼
이효재 지음 / 중앙M&B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효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TV 아침방송을 통해서였다. 그날의 초대 손님으로 나왔는데, 방송을 하는 중에 주섬주섬 자신이 만든 가방 속에서 뜨개질을 하던 것을 꺼내서 그 자리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여자 아나운서가 효재의 의외의 행동에 질문을 하자, 자신은 항상 그냥 있지를 않고, 무언가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인상적인 장면일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참 기이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방송내내 자신의 살림하는 이야기와 함께 남편의 갑작스러운 전화연결이 있었는데, 피아니스트인 남편은 훌쩍 어디론가 떠났다가 돌아오곤 하기에 거처를 모를 때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조근조근 목소리를 낮추어서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효재를 보면서 흔히 볼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읽게 된 책이 <효재처럼 살아요/2009>였던 것이다.
그 책 속에는 효재의 평범하지 않은 일상이 담겨 있었다.


효재는 그동안 몇 권의 책을 세상에 내 놓았는데, <효재처럼, 2006>, <효재처럼 보자기 선물, 2008>,< 효재처럼 손으로, 2009>,<효재처럼 살아요, 2009>, < 열두달 효재처럼, 2010>, <효재처럼, 풀꽃처럼, 2011>등이다.
이번에 그녀의 가장 첫 번째 책이었던 <효재처럼>을 읽게 되었다.


초기의 작품이어서 그런지 나중에 출간된 책들보다는 세련미가 없다고 할까.
구성이나 화보가 어설퍼 보인다.
이 책을 펴낼 당시에는 남편이 있는 시골과 자신의 한복 숍인 '효재'로 출퇴근을 하면서 살림을 하였던 것이다.
그녀가 만드는 한복은 이미 정평이 나 있어서 드라마와 영화의 의상 제작으로 한국의 전통미를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효재를 잘 아는 사람들은 헌 헝겊 조각도 그녀의 손에 들어가면 멋진 작품으로 탄생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녀의 정원에는 항상 꽃들과 채소들이 가꾸어져 있기에 '한국의 타샤 튜더'라고 불리기도 한다.
음식, 주거, 의복 등을 자급자족할 정도로 그녀의 손길은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친환경만을 추구하는 생활을 그녀는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컴퓨터, TV대신 꽃을 심고 정원을 가꾸고, 뜨개질을 하고 보자기를 만들고, 꽃수를 놓고....
그녀의 집에는 그녀의 손길이 닿은 물건들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것이다.
주방에는 수북히 그릇들이 쌓여 있는데, 그것은 그릇 모으기의 결과물이기도 하고, 자신이 만든 음식을 선물할 때에 그 그릇에 담아 보자기에 곱게 싸서 보낸다고 한다.
음식 솜씨는 어떨까?
매일 아침 남편의 아침상에는 죽밥이 올라온다. 잣과 호두를 듬뿍 넣고 죽보다 되직하고 밥보다 묽게 끓인 죽밥.
생일상은 조촐하기 그지 없다. 밥, 들깨 미역국, 마른 김, 찐 굴비, 물 김치가 고작이다.
그러나, 생일에는 꼭 은으로 만든 식기가 사용된다.

앞 마당에 지천으로 널린 쑥, 질경이, 냉이, 씀바귀가 이 집의 단골 나물 반찬의 재료가 된다.
효재가 선보이는 별미음식인 쑥버무리, 말린 묵 김치찌개.
건강요리인 청국장 쌈밥, 삶은 풋콩, 튀긴 콩, 흑삼꿀, 흑삼계탕 등

칡꽃~~
" 그 어떤 향수보다 향이 좋고 화려한 칡꽃, 시골에서는 서울 사람들은 잘 모르는 칡꽃을 따다가 튀겨도 먹고 샐러드로도 먹으며 그야말로 시골에서만 가능한 꽃사치를 부린다. " (p118)
산 속의 애피타이저 라는 칡 샌드위치, 홍시 아이스크림, 홍시 스프 등....


효재의 집에서는 그 모든 것이 그녀의 손길이 닿은 것들이다. 그리고 정성이 가득 담긴 것들이다.
그녀가 꽃수를 놓은 소품, 보자기, 인형....
보잘 것없는 물건들이 그녀의 정성이 담겨서 큰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감이 가는 그녀의 일상 속을 구경하면서 우리들은 너무 개성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떤 가정에나 똑같은 자리에, 똑같은 가구가 놓이는 일률적인 삶의 패턴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효재만의 개성이 넘치는 삶의 모습을 이 책 속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