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면, 도와달라고 말해요
하세가와 야스조 지음, 이영미 옮김 / 김영사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몇 년사이에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이 사회에 충격을 던져 주었던 적이 있다.
그들의 화려한 생활 뒤에는 누구에게도 자신의 힘겨운 마음을 털어 놓을 수 없었던 안타까운 이야기가 있었다. 그토록 절친하다고 하는 친구들에게 조차 "도와줘~~"라는 말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들의 자살은 남은 가족과 친지들의 마음에 또 하나의 커다란 아픔을 남겨 주었던 것이다.  


 
 
<힘들면, 도와달라고 말해요>는 이런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에 머뭇거리지 말고 도움의 손길을 청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런 메시지가 더 강하게 독자들의 마음에 다가오는 것은 이 책의 저자인 하세가와 야스조의 삶이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과 같은 인생이었기때문인 것이다.


 
하세가와 야스조의 살아온 이야기를 먼저 알아 보기로 한다.
그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는데, 부모는 모두 도박에 빠져 있었다. 아버지는 알콜의존증에 가정폭력까지 일삼게 되자, 어머니가 가출을 하게 되면서 외할아버지의 집에서 살게 된다.
이때가 만 4살이었다고 하는데, 이때부터 그는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신문배달을 비롯한 각종 삶의 현장에 뛰어들게 된다.
그후에도 부모의 이혼, 어머니의 재혼, 새 아버지의 학대, 중학교만을 졸업하고 새 아버지의 일 도와주기 등 힘겨운 생활이 이어진다.
불안정한 가정생활은 그를 폭주족으로 만들게 되고, 자신의 친구가 오토바이 사고로 죽는 것을 체험하게 되면서 그 사고가 자신의 탓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 사건이후 그도 교통사고로 척추가 부러지면서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 생활을 하게 된다.
괴물의사는  "너는 평생 두 다리로 걸을 수 없다." 고 한다. 그것은 그를 "더 이상 살아갈 의미가 없다"는 말로 그에게 앞날은 없다, 희망은 없다는 것과 같은 의미의 말인 것이었다.
그런데, 그와 같은 병동에 있던 자신보다도 더 심한 장애인들에게는 그의 장애가 희망의 별과 같은 것이라는 것이다.




 
사고의 후유증으로 괴로워 하던 그는 일본의 유명한 자살자가 많이 선택한다는 도진보로의 자살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의외로 그가 도움을 요청할 때에 많은 사람들이 흔쾌히 웃음을 띤 얼굴로 도와주고, 다음에도 도움을 요청하라는 진심어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평소에는 쓸쓸하던 사람도, 언제나 불평만을 일삼던 사람도 그의 도움 요청에 환한 미소와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도움의 손길을 베푸는 것이다.
거기에서 그는  깨닫게 된다.
외로우면 외롭다고,
괴로우면 괴롭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다해 도와준다는 사실을....

 

 "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를 돕고 싶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장소와 순간을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에게 힘이 되었을 때, 도움을 주었을 때, 진정한 기쁨을 맛봅니다. 그리고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었을 때, 다행이라며 행복을 느낍니다. 그것을 깨달았습니다. " (p99)

그래도, 그는 다시 자살을 하려는 마음을 갖게 되는데, 우연한 기회에 그에게 심리치료사가 집단 심리치료의 보조역할을 부탁하게 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그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하세가와 야스조는 '죽음'을 주제로 하는 상담 치료사로서 18년간에 걸쳐서 그가 심리치료과정에서 겪었던 사례들을 이 책에 소개하는 것이다.
한신대지진 때에 아내를 떠나보낸 남편은 장례식을 하와이풍으로 웃으면서 치르게 되는데, 장례식때에 슬픔을 발산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에게 아내는 웃음으로 천국으로 보냈다는 생각은 있지만, 가슴에는 항상 밖으로 나타내지 못하던 큰 아픔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알고 집단 심리치료로 일본식 장례식을 다시 하게 해주자, 그는 그동안 참았던 눈물과 절규를 토해내는 것이다.

이런 사례를 통해 우린 슬픔은 슬픔으로 받아들이고, 울고 싶으면 실컷 울어야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초등학교 2학년때 벌써 자살 미수를, 그후에도 몇 번의 자살미수를....
그리고 유난히도 그의 주변에는 가까운 사람들의 자살이 많았기에 그에 대한 심리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살을 하는 사람도 힘겨웠겠지만, 그후에 남겨진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충격은 더 크다는 것이다. 
자신을 낳은 순간 세상을 떠나 버린 엄마에 대한 죄책감에 평생을 자신의 탓으로 살아가던 사람의 이야기.
가족 동반 자살에서 자신만이 제외되었다는 것이 죄의식이었던 여인의 이야기.
아이를 교통사고를 잃어버린 부모의 이야기.
그들은 운명을 저주하고, 사회를 미워하고, 자기 자신을 스스로 호되게 비난하면서 힘겹게 살아 가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 심리학에서 자주 일컬어지는 이야기인데, 원한이나 미움은 총구가 두 개 있는 권총과 같습니다. 두 개의 총구는 바깥쪽과 안쪽으로 향해 있어서, 방아쇠를 당기면 바깥쪽 ( 사회나 세상)을 향해 총알이 날아가는 동시에 안쪽 (나)으로도 총알이 날아옵니다. " (p 134)



저자는 자신의 인생이야기와 상담과 집단 치료에 종사하면서 경험했던 여러 사례들을 통해서 " 힘들면 도와달라고 말해"라는 말을 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모두가 힘들어 하는 말이 "도와줘"라는 말 한 마디라고 한다.
"도와줘"는 '사랑해', '고마워'와 같은 의미의 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행복의 세 가지 원칙은
첫째 어떤 일을 할 것. 둘째 어떤 사람을 사랑할 것. 셋째 어떤 일에 희망을 갖는 것이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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