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비상시대 - 석유 없는 세상, 그리고 우리 세대에 닥칠 여러 위기들
제임스 하워드 쿤슬러 지음, 이한중 옮김 / 갈라파고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에서 가장 자극적인 문장은 "미래를 향해 몽유병자처럼 걸어가는 사람들"이라는 제 1장의 제목이자, 책 속의 내용 중의 한 문장이다.
우리들에게 미래는 밝은 세상이어야 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 책에서는 화석 연료인 석유와 천연가스가 무진장 매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에 멀잖아 고갈될 것이며, 그때에 우리에게 닥치게 되는 혼란을 다루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장기 비상시대"의 개념부터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 세계는 불타는 집을 막 나서서 벼랑끝으로 가는 중이다. 벼랑너머에는 지금껏 누구도 목격한 적이 없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경제적, 정치적 혼란의 심연이 놓여 있다. 나는 다가오는 이 시기를 장기 비상시대 (Long Emergency)라 부르려 한다." (p11)

 
 
세계는 지금 이미 "장기 비상시대"에 들어와 있다고 저자는 자신있게 말한다. 
지금까지 화석연료인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는 너무도 높았던 것이다.
장기 비상시대에는 화석연료의 고갈되게 되니, 가격과 공급이 요동치고 붕괴될 것이다. 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구폭발, 질병 등의 사회문제가 함께 터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세계화는 이제 끝나가는 과정에 있으며, 세계화의 사멸은 값싼 석유시대의 끝과 일치하게 된다고 한다.
그가 값싼 석유시대라고 하는 것의 의미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지금도 석유가격은 국제 정세에 따라서 요동치고 있으니, 멀지 않아 석유가 고갈될 즈음에는 그 가격이 천정부지가 될 수도 있기에 그런 표현을 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이 20세기 상당기간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였던 것도 석유와 관련지어서 설명을 한다. 미국은 석유 생산국이자 수출국이었기에 그동안 세계를 지배할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가진 나라였지만, 쿤슬러의 말에 의하면 이미 미국은 1970년을 정점으로 석유 생산의 정점을 넘어 섰다고 한다.
알래스카, 북해의 유전 발견이 미국의 석유 시대의 마지막 대발견이기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일어났던 오일쇼크도 석유자원이 차지하는 위치가 어떤 것인가를 말해주는 것이다.
지정학적으로 인화점인 중동이 1932년 처음 석유발견이후에 이 지역에서는 크고 작은 충돌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석유개발과 함께 지구상에서 가장 충돌이 많은 지역이라는 것이 우연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에도 미국만큼이나 석유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게 될 것이다.
이 글의 첫부분에서 '장기 비상시대'의 개념을 이야기했지만,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석유 생산이 정점에 이른 이후의 시기를 말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석유는 주요 에너지원으로 운반이나 저장하기 좋고, 안전하여 연료를 비롯한 다양한 제품 생산에 이용되었고, 값도 비교적 싼 자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석유의 고갈은 석유 가격의 급등과 함께 많은 문제점을 지구에 안겨 주게 될 것이니, 이것이 곧 혼란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 우리는 대부분, 지역의 구체적 경제 현실 때문에 힘들어질 것이고, 현실은 냉혹할 것이다. 기후 변화, 환경 파괴, 생활 수준 저하, 사회 무질서는 석유 시대가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엔토로피의 유산일 것이며, 지난 200년 동안 세계가 누린 엄청난 산업 성장이란 것의 덧없는 운명은 영영 끝나버리고 말 것이다. 외부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면 엄청난 보너스일 것이고, 인류 본연의 생존 기술이 새로운 자본이 될 것이다. " ( p295)

쿤슬러가 이미 "장기 비상시대"가 도래했다고 했으니, 그 재난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자연의 역습인 기후 변화는 실감이 될 것이다.
기후 온난화로 인하여 지구촌의 여기 저기에서는 폭우와 삼림의 황폐 등의 환경 파괴등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가까운 예로 태국 방콩의 몇 개월에 걸친 심각한 홍수, 태평양 상의 섬에서 일어나고 있는 쓰나미 현상.
때아닌 폭설과 허리케인, 아프리카를 비롯한 곳의 물부족 현상과 사막화의 급증 등...
"장기 비상시대"의 여러 가지 재난으로 사회 시스템과 그 하부 시스템 등은 약화되거나 치유불능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제 7장에서 장기 비상시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다.
교육, 사상, 도덕, 태도, 경제, 도시, 상업 등으로 분류하여 장기 비상시대에 어떤 현상이 일어날 수 있으며, 그에 대처하는 방안들이 공개된다.
다행히도 쿤슬러는 지구의 멸망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쿤슬러가 이 책을 쓴 것이 2005년이고,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에 출간이 되었으니 시간적 차이가 많이 있다.
그래서 그의 전망이 어느 정도는 맞아 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구촌의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물 부족 현상은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이기도 하고, 그동안 석유 고갈과 관련되어 많은 책들이 이런 내용을 다루기도 했기에 그 심각성을 이미 감지하고 있는 것이다. 

 
 
 

 " 이 책은 장기 비상시대라는 개념을 설정하고 그 시대를 전망했다는 점에서 기발하며, 알려진 사실들을 주제에 맞게 모아서 부분별로 잘 묶어냈다는 장점이 있다. 석유 생산 정점을 중심으로 근대사와 자원 분쟁 지정학, 대체 연료, 환경 파괴 및 문명병, 산업 경제의 허구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니 읽다보면 꽤 유식해지는 느낌이다. " ( 역자 후기를 대신하여, p395)

다시 한 번 이런 심각성을 되짚어 보고 싶다면 <장기 비상시대>는 독자들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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