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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 장정일의 독서일기 ㅣ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1
장정일 지음 / 마티 / 2010년 8월
평점 :
장정일. 나에게는 그리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은 작가이다. 그것은 내가 장정일의 책 중에서 오로지 한 권 읽었던 '구월의 이틀'을 읽은 후의 느낌이 너무 혼돈스러웠고, 개운하지 않은.... 아니, 어쩌면 불쾌한 느낌이었기때문이다.
이 소설을 읽은 후에 내가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한 것인가 하는 생각에 작가 후기와 인터뷰 기사를 많이 훑어 보았다. 작가는 이런류의 소설들이 좌파성장소설이거나, 예술성장소설 또는 연애소설들이어서 우파성장소설을 썼다고 했다.
이 소설은 대학 신입생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는데, 내 생각에는 너무도 강한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잠깐 '구월의 이틀'을 읽고 쓴 나의 리뷰중의 일부를 소개한다
이런 선입견이 있었기에 그의 새로운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읽었던 책을 작가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그리고 내가 아직 읽지 못한 책 들에 대한 정보와 함께 작가의 생각을 엿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후에 책 속의 책내용에 의해서 내가 읽고 싶은 책의 목록에 몇 편이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은 장정일 작가가 1994년에 처음 독서일기를 출간한 후에 8 번째로 쓴 독서일기이다. 그는 원래 60 세까지 20 여권이 넘는 독서일기를 펴낼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종이책에 대한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서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은 인터넷판 독서일기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한다.
작가가 말하는 책읽기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책들 중에서 버릴 책이 아닌 책을 선택하여 읽는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나의 책읽기는 오랜 습관이기는 하지만, 읽으려고 집어든 책을 보면서 "과연, 이 책을 내 자식에게 읽으라고 추천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많았던 것이다. 이런 현상은 소설 장르의 문학작품에서 많이 느꼈던 것이다. 창작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파렴치한 묘사들과 글의 구성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있었기에...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더 선호하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가 꼭 마음의 양식이 될 수만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구성은 4부로 되어 있다.
1부는 읽기의 방식이 삶의 방식이다는 주제로 다양한 책이야기가 펼쳐진다. 독서에 대한 새로운 의미와 시각을 생각해 보게 한다. 그런데, 1부에 나오는 책들은 한 권도 읽은 책이 없다는 것이다.
2부에는 내가 읽었던 책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잠들면 안돼. 거기 뱀이 있어', '사막의 꽃' '신도 버린 사람들', '더 리더' '재스퍼존스가 문제다' 등
그런데, 여기에서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더 리더'가 장정일 작가의 레이더에 걸렸다. 어떤 의미에서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들을 거침없이 이야기하기에 많은 공감이 간다.
그렇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이 책을 어떤 관점에서 읽어야 할 지 많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평이 좋다고 하니까 그러러니 했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독서는 같은 책을 어떤 계층이 읽느냐에 따라서. 그리고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양서가 될 수도 있고, 악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 청소년에게 이 책이 가져다 줄 여파도 생각을 해 보아야 할 것이다.
장정일 작가의 독서는 참으로 다양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것이다. 역사, 정치, 문화, 철학, 사회... 다양한 분야의 서적을 읽으면서도 그에 대한 시각을 상당히 강하게 이야기한다. 싫은 것은 싫고, 좋은 것은 좋은.... 좋게 말하면 주관이 뚜렷하고, 나쁘게 말하면 고집스러운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관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싶다.
박정희, MB, 그리고 노벨문학상, 황석영 등에 대한 생각은 상당히 부정적으로 나타난다.
여기에 얇팍한 글솜씨(?, 내 표현이다. 작가는 다른 표현을 썼지만)로 대중들의 인기를 차지하는 여류 작가들의 작품을 '찌라시'책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자신의 생각을 내뺕는다.
여기에 운이 나쁘게 걸려든 작품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이다.
물론, 나 역시 이 작품이 그렇게 돌풍을 일으킬 정도로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나는 출간되자마자 읽었는데, 그 이후에 너무도 날개돋친듯이 팔려나가는 데 의아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요즘 약간의 이슈가 되었던 권비영의 '덕혜옹주'에 대한 이야기도 수긍이 간다.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 너무 이상했으니까.
나는 일본인이 쓴 '덕혜옹주'를 먼저 읽었는데, 그이후에 권비영의 '덕혜옹주'를 읽으면서 너무도 같은 내용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으니까.
( 권비영의 '덕혜옹주' 리뷰 : http://blog.yes24.com/document/2205964 )
다시 '엄마를 부탁해'로 돌아와서.
장정일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는 당연한 분석이고, 나 역시 그런 부분들을 책을 읽으면서 많이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 '시오노 나나미'에 대한 작가의 평가는?
시오노 나나미의 책은 '로마인 이야기' 전집을 비롯하여 '르네상스의 여인들' '나의 마키아 벨리' 등 거의 대부분의 책을 읽었는데, 아직도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남자들에게'라는 작품이 있었다. 시오노나나미도 평론가들의 도마위에 많이 오르내린 작가이지만, 나는 그의 열정은 높이 산다. 일본 여성으로서, 이탈리아의 이야기를 그리도 많이 작품속에 담았다는 점에서.
또 특이한 책은 '오페라의 유령'의 작가 '가스통 르루'의 '러일 전쟁'과 '제물포의 영웅들' 그리고 '잭 런던'의 '조선 사람 엿보기'이다. 그러나, 이 작품들에는 조선의 역사, 조선이 처한 지정학적 역할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인 이유는 작가는 도서관을 즐겨 애용하는데, 빌린 책의 내용이 좋아서 두고 두고 읽을 수 있는 가치가 있다면, 그 책을 구입하고, 자신이 읽은 책 중에서 '쓰레기책'일 경우에는 버리는데, 외출할 때에 가지고 나가서 공중전화 부스에 놓고 온다고 한다.
세상에 책은 많이 출간되지만, 두고 두고 읽고 또 읽고 싶은 책이 얼마나 될까?
이 책은 독서일기이지만, 이 책에서 소개되는 책들은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책들인 것이다. 책의 내용들도 가볍지 않고 묵직한 내용들을 담고 있는 책들이 대다수이다. 이런 책들을 같은 주제별로, 제목별로도 엮어서 독서일기를 써내려간 것이다.
장정일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도, 소설을 통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내뺃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화하거나, 은유적인 표현을 쓰기보다는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가 쓴 다른 독서일기에는 어떤 내용의 책들이 소개될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구월의 이틀'을 읽었을 때보다는 다소 누그러진 의미로 작가의 글들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