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 오가와 요코 컬렉션
오가와 요코 지음, 권영주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천재 수학자가 불의의 사고로 인하여 기억력이 80분간만 지속된다는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 수식의 아름다움과 함께 그를 돌보아 주는 파출부와 그의 아들과의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이 처한 아픔을 치유해 나가면서 사랑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주었던 소설이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다.
이 책은 처음에는 꽤나 괴팍한 수학자의 이야기같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었던 기억이 난다.
수학을 싫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소설 속에 수식이 나오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텐데, 전혀 그런 거부감이 없이 자연스럽게 소설 속에서 만나는 수식의 세계는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해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쓴 작가의 또다른 작품인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는 그 제목부터가 환상소설인지, 동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코믹하다고 해야 할까....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에서는 체스가 소설 속의 소재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역시 '오가와 요코'의 작품 세계는 그만의 독창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제목부터 환상 소설과 같은 느낌을 풍겼던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는 현실 속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소년은 태어날 때부터 입술이 붙어 있었던 아이이다. 수술로 절개가 되기는 했지만, 정강이 피부를 이식하였기에 입술에 털이 자란다.
그래서 놀림의 대상이 되다 보니, 세상의 친구와의 교류보다는 자신이 숨겨질 수 있는 세상으로 들어가려는 심리상태를 보이게 된다.
그래서 소년에게는 벽의 틈에 들어갔다가 그곳에 끼어서 나오지 못했다는 소녀 미라가 마음의 친구인 것이다.
그리고 백화점 옥상에 올라갔던 코끼리가 너무 커지게 되자, 엘레베이터를 이용하여 내려 올 수 없어서 옥상에서 살다가 죽었다는 인도산 코끼리 인디라가 소년의 친구인 것이다.
또한, 소년은 러시아의 체스 마스터인 알레힌을 존경한다.
그런 소년에게 어느날 우연히도 회송 버스 속에서 한 사나이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소년에게 체스를 가르쳐 주게 된다.
소년은 회송 버스 속에 살고 있는 마스터에게 체스를 배우는 과정에서 테이블 체스판 밑에서 체스를 두곤 하는데, 결국에는 가로 8칸, 세로 8칸의 체스판이라는 한정된 공간인 작은 체스 인형 속에 들어가서 살게 되는 것이다.  그곳은 아주 작은 공간이기는 하지만 체스의 바다가 있는 것이다.
소년은 자신과 체스를 두게 되는 상대들과의 체스를 통해서 시처럼 아름다운 기보(棋譜)를 남긴다.



소년에게 체스란 체스를 둘 때마다 체스판에서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시와 같은 것이며, 그렇기에 상대방을 이기려는 마음보다는 최선의 체스를 두는 것을 좋아하게 된다.
체스판에서는 10의 23제곱의 경우수, 우주를 구성하는 입자의 수보다 많은 그 경우수 가운데 최선이 될 단 한 수를 선택하기 위한 사고(思考)의 바다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어느새 소년은 러시아의 체스 그랜드 마스터인 알레힌처럼 체스를 잘 두는 인물이 되면서 리틀 알레힌이란 이름이 붙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이 무슨 소린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나역시, 체스를 두어 본 적도 없고, 체스에는 문외한이기에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오게 되는 체스에 관한 이야기들은 이해하기 힘겨운 내용들도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이 책 속에서는 기형적인 것들이 많이 등장한다.
리틀 알레힌도 입술이 붙어서 태어난 아이였고,
미라도 틈 속에 빠진 소녀이고,
인디라도 몸집이 불어서 옥상에서 살다 죽게 되는 코끼리이고,
회송 버스의 마스터도 몸집이 너무 커서 심장 발작으로 죽은 후에 버스에서 나올 수가 없어서 해체 작업을 해야 했던 사람이다.
소년은 스스로 체스판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11살로 성장이 멈추어 버린다.
보잘 것없는 소년이 체스로 인하여 체스판이라는 아주 작은 공간에서 벗어나 우주의 세계를 사유할 수 있게 되고, 결국에는 전설적인 아름다운 기보를 남긴다는 것이다.  

                           

이야기가 판타지 성향이 강하여 이해 불가능한 부분들도 많이 있기는 하지만, 이 소설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소년의 삶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자신이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아니 많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자신이 무엇인가에 몰두하여 열심히 산다면 결코 무의미한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주려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도 역시 많이 난해한 작품이기에 소설을 읽은 후에 해설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해 보지만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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