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걷고 싶은 길 2 : 규슈.시코쿠 - 도보여행가 김남희가 반한 일본의 걷고 싶은 길 2
김남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도보여행가 김남희의 책은 언제나 그가 걷는 길을 따라 가다보면 나도 그 길 위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유럽의 걷고 싶은 길> 그리고 <외로움이 외로움에게>를 비롯한 책들을 통해서 만났기에 <일본의 걷고 싶은 길>도 낯설지는 않다.
국토종단, 라오스 미얀마, 티베트, 네팔, 산티아고 등을 거닐었던 그녀가 이번에는 일본을 도보여행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



<일본의 걷고 싶은 길 1>은 홋카이도, 혼슈 등을, <일본의 걷고 싶은 길 2>는 규슈, 오키나와 시코큐의 여행이야기이다.
그녀는 주로 도보여행을 하기에 남들이 무심하게 지나치는 것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규슈에서는 숲, 산, 나무, 신과의 만남.



" 한자리에서 수백 년의 세월을 살아온 나무들이 속삭인다. 어떤 외로움도, 슬픔도 끝내는 견뎌지기 마련이라고, 모든 상처는 희미해지기 마련이라고, 너무 깊이 절망하지도 말고, 너무 가볍게 희망에 기대지도 말라고. 바람이 불고 날이 흐리고 다시 햇살이 빛나면서 그렇게 시간은 지나가고, 삶은 살아지는 거라고. 봄의 훈풍과 햇살도, 여름의 뜨거움도, 가을의 짧은 화려함과 겨울의 긴 헐벗음도 한결같이 견뎌온 나무들이 가만가만 나를 위로해준다. " (p30)

오키나와는 태평양  전쟁 최악의 지상전이 벌어진 곳으로 90일간 계속된 전쟁에서 10만 명의 민간인들이 희생된 곳이기에 상처받은 낙원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김남희의 책중에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2>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이야기를 쓴 책인데, 그녀는 일본의 시코큐에서도 성지 순례길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800km 의 노란 조개 껍데기 문양을 따라 걷는 길이라면, 시코큐 성지 순례길은 1200 km의 먼 길을 두달여에 걸쳐서 빨간 화살표를 따라가는 길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가톨릭 성지 순례길이라면, 시코큐 성지 순례길은 불교 순례길이다.
이 길은 일본 불교의 한 종파인 진언종의 창시자 고보 다이시의 발길을 따라 88 개의 절을 참배하는길이다.
에머랄드빛 물길을 따라서, 빠알간 단풍잎이 자욱하게 떨어진 길을 따라서, 노란 은행잎을 밟으며...
그리고, 계절이 바뀌어 밤새 눈내린 길을 따라서 걷고 또 걷는 길이다.
그래서 두 달만에 출발했던 그곳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 길이다.



" 마음을 비우고 걷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았어요. 욕심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기는  또 얼마나 힘겨운지도 알게 되었어요. 건강하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지도 새삼 깨달았구요. 지금의 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게요" (p242)

"순례는 그 마무리마저 지극히 불교적이었다. 미사에서 신부님이 호명을 하고 모두들 눈물을 쏟아내던 산티아고와는 달랐다. 그 어떤 대리인도, 예식도 없이 일대일로 부처와 대면할 뿐. 시작이 그랬듯 혼자서 자기만의 힘으로, 불생불멸 (不生不滅). 불구부정(不垢不淨), 부증불감(不增不減). 반야심경을 외며 혼자 않아 있는 마지막 밤. 이 담백한 마루리도 나쁘지 않다. " (p251)

이렇게 그녀는 천년의 옛길을 걷고 또 걸었던 것이다.








이 책은 산, 숲, 물 등을 비롯한 풍광이 뛰어난 사진들이 눈길을 끈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해 준다.










  

그리고 책의 부록으로 이 책에 소개된 곳의 등산코스, 찾아가는 법, 여행하기 좋은 때, 여행 tip, 지도, 실용정보까지 여행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들에 올레길, 둘레길 등의 도보 여행길이 있어서 걷는 여행이 유행인데, 이런 도보 여행의 선구자와 같은 역할을 한 김남희의 <일본의 걷고 싶은 길>은 일본 도보 여행에 좋은 동반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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