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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엄마 찬양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평점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201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데, 열여섯 살에 문단에 데뷔를 했다. 그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 읽게 되는데, <새엄마 찬양>이란 제목이 성장소설이나 가정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첫 페이지에 실린 의붓아들 알폰소의 편지.
" 생일 축하해요, 새엄마 !
돈이 없어서 선물은 준비 못했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꼭 일등할께요. 그게 내 선물이 될 거예요. 새엄마는 이 세상에서 최고예요, 가장 예쁜 사람이고요. 나는 매일 밤 새엄마 꿈을 꿔요. 다시 한 번 생일 축하해요! 알폰소 " (p13)
마흔 살 새 엄마의 생일에 보내는 사춘기 의붓아들의 편지.
새엄마 루크레시아가 리고 베르토와 결혼을 할 당시에 친구들의 우려는 알폰소때문에 힘들거라는 말을 하곤했는데, 이런 편지를 받게 된 새엄마는 세상을 다 얻은 것같았으리라....
이것이 치밀하게 계획된 작전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못 한채.
그런데, 여기까지는 좋았다. 몇 페이지를 더 읽게 되자 황당해지기 시작한다.
이 소설이 에로티시즘 문학일 줄이야.....
낯 뜨거워서 읽기 불편할 정도의 묘사들이 이어진다.
그렇게 1장 (루크레시아 부인의 생일)이 끝나면서 2장 (리디아의 왕, 칸다울레스)로 넘어가면서 한 장의 사진이 나온다.
'야코프 요르단스'의 <심복 기게스에게 리디아의 아내를 보여주는 리디아의 왕 칸다울레스>라는 작품이 실려 있고, 다음 이야기가 전개된다.
리디아 왕 칸다울레스가 자신의 신하 기게스에게 왕비 루크레시아와의 관계를 몰래 지켜 보게 하는 이야기이다.
갑작스럽게 루크레시아부인의 이야기와 똑같은 이름의 왕비 루크레시아의 이야기가 전개되니, 한참은 1장의 이야기와 2장의 이야기의 상관 관계에 대해 의문을 품으면서 에로틱한 이야기를 읽어내야만 한다.
여기까지 읽게 되면 많은 독자들은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외설로 치부하고 그만 읽어야 할 지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다.
2010년 노벨 문학상에 빛나는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작품이 맞는지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이 소설은 1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6장에는 각 장의 첫 부분에 그림이 제시된다.

그리고, 관련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니까 ,새엄마 찬양>이 다른 소설들과 판이하게 다른 특색은 3개의 서술층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첫번째는 이 소설의 바탕이 되는 리고베르토, 그리고 그의 새 아내 루크레시아, 아들 알폰소, 하녀 후스티니아나, 4명의 등장인물의 이야기.
두번째는 6장의 첫 부분에 실린 그림.
세번째는 그림과 관련된 이야기 이다.
중심 이야기는 그림 속 이야기인 전설 등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와 비슷한 이야기이지만 또 다른 소설 속의 이야기로 펼쳐지는 것이다.
출판사 리뷰를 인용하면
"그림은 중심 이야기와 그림을 토대로 묘사하는 장과 함께 각각 하나의 서사 층위를 이루고, 그 세 층위는 작품 속에서 입체적으로 작용해 역사, 신화, 종교 등의 담론까지 끌어오면서 작품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전통 서사 형식을 모범적으로 지키면서도 거기에 그림, 그리고 그림과 관련된 독립적인 이야기를 삽입해 탈장르적인 구성을 이룬 점, 문자예술과 그림예술이 서로 상호텍스트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은 이 작품의 포스트모던적인 성격을 잘 드러낸다."(출판사 리뷰 중에서)
그러니까 <새엄마 찬양>은 문학과 미술의 전통적 장르 경계를 무너트리는 포스트 모더니즘의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기존의 소설들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장르의 개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에로티스즘 소설로 그 시도를 한 것이다.
새엄마와 아들의 사랑을 나누다는 표현을 쓴 이야기의 전개는 독자들에게는 불편한 책읽기를 하게 해준다.
그런데, 기가 막힌 막판 반전이 일어난다.
사춘기 아들이 새엄마에게 했던 말과 행동.
응석받이, 애교덩어리 어린이라고 생각했던 그의 마음 속의 알 수 없는 그 어떤 존재가 그 반전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새엄마를 향한 사랑한다는 자연스럽고 순진한듯한 모습뒤에 감추어진 악마의 얼굴.
소름이 끼칠 정도로 끔찍한 아이의 모습인 것이다.
마치 스릴러 공포영화 속의 <오멘>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이 책은 많이 조심스러운 소설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 읽게 된다면 황당함을 감출 수 없는 그런 이야기의 전개와 묘사들이 난무하기에 학생들이 자칫 이 책을 선택하여 읽게 된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나타내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 소설은 성인들이 읽어도 불편한 이야기이기에, 성장기 학생들에게는 그 나이에 맞는 독서지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탈장르적 구성이라는 시도는 새로운 소설의 움직임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