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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더스 - 세계사를 바꾼 튜더 왕조의 흥망사
G. J. 마이어 지음, 채은진 옮김 / 말글빛냄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서양의 역사 중에서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이야기는 아마도 튜더왕조의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그동안 튜더왕조에 관한 이야기는 소설, 영화, 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되곤 하였다.
나 역시 서양의 역사중에서 가장 많이 접했던 왕조의 이야기가 영국의 튜더왕조와 프랑스의 브루봉 왕가중의 루이 14세에서 16세에 이르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틈틈이 읽은 책 중에서 <헨리 8세와 여인들 1,2/ 앨리슨 위어 저, 박미영 역, 루비박스, 2007>, <엘리자베스 1/ 앨리슨 위어 저, 하연희 역, 루비박스, 2007>, <울프 홀 1,2/ 힐러리 맨들 저, 하윤숙 역, 올,2010>을 통해서 튜더 왕조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책들은 헨리 8세나 엘리자베스 여왕에 촛점이 맞추어 졌고, <울프 홀>은 헨리 8세 시대의 토마스 크롬웰의 가파른 신분 상승에 따른 대서사를 담은 이야기였기에 튜더스의 다른 왕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다루어지지 않았다.
물론, <튜더스>에서도 헨리 8세나 엘리자베스의 통치기간이 길다보니 그들의 통치시대의 이야기가 길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번에 읽게 된 <튜더스>는 튜더왕조 5왕, 3세대, 통치기간 118년의 이야기를 생생한 사실을 바탕으로 여과없이 그대로 묘사한 작품인데도 그 역사적 사실 자체만으로도 소설보다 더 흥미로운 역사이야기인 것이다.
또한 그동안 튜더왕조의 이야기를 다룬 책들은 많았으나, 한 권의 책으로 튜더 왕조 118년을 담아낸 책은 없었는데, <튜더스>가 바로 튜더왕조 전체의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756 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책이다.


흔히 튜더왕조의 이야기는 헨리 7세인 헨리튜더의 이야기는 많이 다루지 않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헨리 튜더가 얼마나 행운이 많은 사람이었는가를 보여주는 보스워스 전투에서 부터 시작된다.
플랜태저넷 가문의 리처드 3세가 이 전투에서 사망함으로써 그가 죽기 전에 가스덤불 속에서 잃어버렸던 영국 왕실의 왕관은 이붓아버지인 스탠리의 손에 의해서 헨리튜더에게 씌워지게 되는데, 이로써 튜더왕조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 어느편에 서 있느냐에 따라 이 모든 일은 꿈처럼 혹은 악몽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순식간에 리처드는 수천 명의 군사를 거느린 왕에서 난도질된 살덩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반면 헨리는 모험가에서 정복자로 뛰어 올랐다. " (p41)
역사란 이렇게 순식간에 새로운 인물에게 그 정권을 넘겨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아마도 헨리튜더만큼 행운을 가진 왕도 드물 것이다.
헨리튜더가 헨리 7세로 튜더 왕조의 첫번째 왕이고, 그는 죽을 때에 탄탄한 재정을 그의 아들인 헨리 8세에게 넘겨준다.
바로 역사상 가장 많이 회자되는 왕, 왕비를 폐하기 위해서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여 수장령까지 공표했던 왕, 자신의 왕비를 3명씩이나 처형하고, 자신에게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을 형장의 이슬로 보낸 왕.
그는 오만하고 독선적이고 자기연민에 빠진 폭군이자 살인광으로 많은 사가들에 의해서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헨리 8세는 아버지가 남겨준 재정을 사치와 향락으로 탕진하여 국고가 텅비게 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를 소재로 한 작품들에서는 그의 여성편력이나 앤 블린과의 이야기, 첫째 왕비인 캐서린을 몰아내기 위한 술수에 촛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그외에도 그가 통치하던 시대의 정치적, 종교적, 외교적, 역사적, 철학적 문제들이 어떻게 복잡하게 얽혀 있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이 시대의 많은 문제들을 풀어나간다.
특히, 헨리 8세 시대의 인물인 토머스 울지, 존 피셔, 토머스 모어, 토머스 크롬웰 등과의 연관도 자세하게 조명하고 있다.
또한, 헨리 8세에 의해서 얽히고 설켰던 종교문제가 그의 자식대인 에드워드 6세, 메리여왕,엘리자베스여왕때에 이르기까지 논쟁, 분열, 혼란을 가져 오면서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는가에도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헨리 8세가 병마에 시달리다 외롭게 죽고, 그의 아들인 9살 에드워드 6세가 튜더 왕조의 3번째 왕이 되어 잉글랜드에서는 2번째 종교개혁이 진행되기도 한다.
그는 16세에 사망하게 되고 그의 누이이자 헨리 8세의 첫번째 왕비인 캐서린과의 딸인 메리가 등극하니 튜더 왕조의 4번째 왕이자 첫 번째 여왕이 탄생한다.
그녀는 헨리 8세가 캐서린과의 결혼을 무효화시키는 과정에서 어머니와 결별하여 살아가야 했지만, 헨리 8세와 캐서린의 결혼 무효화나 지상권은 결코 인정하지 않았던 열성적인 가톨릭 신자이니 이 시대의 종교 문제는 또 한 번의 피바람을 불러 올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통치기간은 5년이었지만 '피의 메리'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고 하니...
이처럼 튜더 왕조에서 종교문제는 복음주의자와 보수주의자와의 피비린내나는 싸움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 튜더스의 5번째 왕은 앤블린 의 딸인 엘리자베스 여왕.
그에 대한 이야기는 세계사 시간을 통해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퇴한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고, 잉글랜드를 강대국의 반열에 올려 놓은 여왕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의 시대에도 왕위계승문제에서 종교 문제까지 평탄한 세월은 아니었다.
118년이란 기간은 한 왕조의 통치기간으로는 그리 긴 세월이 아니건만, 이 때의 잉글랜드의 사정은 텅텅 빈 국고로 튜더스 이전 수백년 전보다 궁핍하여 만성적이고 광범위한 기아에 국민들은 허덕였으며, 절망적인 빈민들의 폭동이 일어났음을 상기시켜준다.
"튜더왕조의 역사에는 토머스 울지, 토머스 크롬웰, 에드워드 시모어, 존 더들리, 토머스 크랜머 등이 남긴 짧고 빛나는 업적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 (p719)
<튜더스>는 짧은 기간동안에 그 어떤 왕조들보다도 많은 사건들이 있었고, 그 사건들은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정도였다.
그것은 통치자들의 개인적이 야망이 많은 사건들을 만들어 냈으며, 그들의 정책들에 의해서 주변인물들이나 국민들은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 하기도 했던 것이다.
이 책에서는 튜더 왕조의 이야기 속에 가톨릭을 비롯한 종교 개혁에 관한 이야기, 잉글랜드와 프랑스, 스페인, 오스만 제국 등 주변국가와의 연관성, 정치, 문화, 종교, 사회적 상황들은 과감없이 진실되게 담아내고 있다.
"천년의 스캔들, 튜더왕조의 실체"를 알고 싶다면 <튜더스>를 통해서 접해보면 좋을 것같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튜더스>에 관한 책 중에서는 가장 광범위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