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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 - 길 위에서 만난 나누는 삶 이야기
박영희 지음 / 살림Friends / 2011년 9월
평점 :
이 책의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문맹에 가까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만났다"는 표현을 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사회에 대한 책임과 국민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높은 도덕성을 일컫는 말인데, 거기에는 기부문화도 포함되는 것이다.
<내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에는 르포작가인 김영희가 만난 기부천사들의 이야기가 12편 실려 있다.
작가가 말했듯이 12편에 실린 기부천사들은 도저히 그들이 이웃을 위해서 기부를 하기에는 너무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부분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고, 경제적으로 넉넉한 것도 아니고, 가정 생활을 원만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건강한 것도 아닌, 너무도 아프고 힘든 삶을 살아온 사람들인 것이다.
"진짜 아파 본 사람은 행복에 앞서 아름다움을 먼저 품는다"(작가의 말중에서)고 했던가 !!
청각장애인인 김영권 할아버지는 고물을 주워서 모은 돈을 따로 통장을 만들어서 1000 만원이 되자 방송국을 찾아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달라고 건넨다.
전라도 진설리의 이공심 할머니는 도라지 농사를 지어서 꼬박 3년 모은 돈 100만원을 장학금으로 전달한다.
일본군 위안부였던 할머니는 가슴 속 응어리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어찌 그 아픔을 잊을 수 있을까.
할머니는 자신이 위안부가 된 것이 못 배웠기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할머니는 자신의 힘이 닿는데까지 장학금을 내 놓는 것이다.
교직 생활 37년을 평교사로 마무리한 선생님은 유신시대, 독재정치시대를 지나온 선생님으로 교직생활 처음부터 월급의 1/10을 제자들을 위해서 내 놓고 있다.
퇴직을 한 지금까지.
" 참사랑이란 유려한 말이나 감칠맛 나는 문장에 앞서 같이 밥을 먹는 과정에서 서로를 확인한다."는 그 말을 믿고 싶어서 그런 실천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그 선생님이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고 계신 것도 아니고, 건강한 편도 아닌데, 자신의 삶보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먼저 살펴 보는 것이다.
쩌면 그건 나눔이 아닌 恨이었을지도 모른다, 할머니도 말하지 않았던가. 큰 아들이 중학교 1학년 2학기를 끝으로 학교를 접었을 때 집 앞 논두렁길을 오가면 하염없이 울었노라고" (p70)

그렇다. 그들의 기부는 어쩌면 한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겪었던 불행했던 과거에 대한 자신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자, 자신이 자신에게 주는 대견한 상일 수도 있고, 자신과 가족들에 대한 한을 풀기 위한 몸부림일수도 있는 것이다.
그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며, 일생의 뒤안길을 걷는 노년들이며, 건강도 좋지 않고, 가족들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고물을 주워서, 농사를 지어서, 한 푼 , 두 푼 모은 돈.
자신은 얼음장같은 방에서 잠을 자고, 겨우 연명할 정도의 식사를 하지만, 이웃을 생각하는 것이다.
어쩌면 자신들이 도움을 받아야 할 이웃이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불행했지만...
나는 배우지 못했지만...
나는 가난했지만...
나는 건강하지 못하지만....
나의 이웃만은 나의 도움으로 조금은 나은 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오래전의 가난을 버리지 않고 그 가난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