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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3 - 미천왕, 낙랑 축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김진명 작가가 쓴 책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가 쓴 책들을 골라 읽게 되는 것은 그만큼 작가의 작품에 대한 신뢰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진명 작가의 데뷔작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읽은 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책을 읽던 순간의 감동이 살아 있기에 그의 작품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나에게 <고구려>는 우리 역사를 바로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의미있는 작품이기도 한 것이다.
<고구려>가 미천왕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긴 장정을 거쳐서 장수왕의 이야기까지 이르러야 하니, 작가의 갈 길도 멀고, 독자들이 <고구려>를 끝까지 따라잡을 수 있는 길도 멀기만 한 것이다.
그 첫 번째 이야기의 미천왕의 일대기로 <고구려 3>에 이르게 된 것이다.
1권과 2권의 이야기가 상부의 눈을 피해서 떠돌이 신세가 되었던 을불이 가는 곳마다 새로운 인물들과의 인연을 맺게 되고, 고구려의 새로운 왕이 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는 이야기라면
3권은 봉상왕 상부를 몰아내고 고구려의 새로운 왕으로 등극하는 장면에서 시작이 된다.
"나는 안국군의 손자이며, 고추가 돌고 공이 아들이다.! " (p7)
상부의 악정에 시달리던 백성들에게 을불 태왕은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어진 왕인 것이다.
2권에서 을불이 타지에서 조선의 유민들이 당하는 고초와 굶주림을 몸소 함께 체험했기에, 그가 숙신에서 베풀었던 유민들에 대한 마음은 그대로 고구려의 왕이 되어서도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미천왕에게는 백성만을 보살필 수 만은 없는 것이다. 그동안 상부가 고구려의 철을 낙랑에 바쳐왔기에, 고구려의 군사들은 제대로 된 무기조차 없었으니...
그렇게 믿었던 아달휼의 배신이었던가.
아달휼은 낙랑으로 가는 철을 빼돌리는데, 그것은 을불에 대한, 고구려에 대한 배신이 아닌 반란을 가장한 아달휼의 지략이었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고구려와 낙랑을 비롯한 근처 나라들과의 전쟁을 불가피하게 되는 것이니,
<고구려 3>은 미천왕의 등극을 시작으로 전쟁의 장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이 전쟁의 중심에는 언제나 미천왕 자신이 직접 나서게 되는 것이고, 여기에 충정과 지혜로 가득찬 창조리의 활약이 돋보이는 것이다.
개마대산 전투에서 고구려군은 현도군 군사를 물리치는 것으로 고구려의 첫 승리는 시작되지만, 그것은 전쟁의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1권과 2권의 이야기에서 재미를 더했던 주아영과 양소청.
그 두 여인들은 미천왕과 어떤 인연으로 다시 얽히게 될 것인지도 궁금해지게 되는 이야기이다.
패기 넘치고 영리하고 아름다운 주아영.
그녀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은 누구일까
모용외일까? 아니면 을불이었던가?
만약에 아영이 사랑한 사람이 을불이라면 모용외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텐데....
소청은 또 을불과 새로운 인연으로 만날 수 있을끼?
전쟁 이야기 속에서도 두 여인에 관한 이야기는 감초와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낙랑의 최비와 문호가 이끄는 낙랑군은 지난 십여 년간에 걸친 싸움에서 패한 적이 없는데, 미천왕이 이끄는 군사들은 낙랑군을 이겨야만 하는 것이다.
낙랑군과의 마지막 전투에서의 이야기는 <고구려> 미천왕편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천왕은 그동안 활약을 보이던 창조리의 지략도 받아들이지 않고 다만 힘과 힘, 숫자와 숫자로 맞붙는 싸움을 하게 되고...
" (...) 최비가 왼 손을 쓴다기에 나도 따라서 써보는 것이오, 최비가 새우잠을 잔다기에 나도 새우잠을 잤고, 최비가 서수필을 쓴다기에 나도 낭호필을 버리고 궁중의 쥐 수염을 뽑았소"
"최비의 생각을 읽기 위함이시군요"
을불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힘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큼 나는 이기고 싶었소, 낙랑을 몰아내어 우리 고구려를 비로소 당당한 나라로, 황하족의 위에 서는 강한 민족으로 만들어내고 싶었소, 낙랑이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강성한 지금, 온 황하족의 힘을 모조리거느리고 낙랑을 다스리는 최비라는 걸출한 인물, 그자를 이기고 우리 고구려의 미래를 준비하고 싶었소." (p297)
마지막 전투에서 낙랑성으로 진겨하던 고구려 군사들은 성 앞에 발이 묶여 인질이 된 조선의 유민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품성이 고운, 백성들에게 직접 밥을 해 먹였던 을불이 과연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길 것인가?
책을 읽는 동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에 맞닥들이게 된다.
조선의 유민을 살릴 것인가.
아니면 그들을 죽이면서까지 낙랑성을 찾을 것인가.
여기에서 작가의 마음이 보이는 것이다.
그가 쓰는 미천왕의 성품이 보이는 것이다.
미천왕을 돕던 창조리의 생각이 보이는 것이다.
미천왕을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내 놓았던 노장수 저가의 충직함이 다시 생각나는 것이다.
여노, 아달휼, 소우, 양우, 고구,
그리고 봉상왕시대에 자신을 욕보여서 고구려를 구했던 국상 창조리의 충정이 엿보이는 것이다.
지금의 미천왕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그들 모두의 힘이 아니었을까....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은 한참을 생각에 잠기게 한다.
어진 왕에 그를 보필하는 신하들의 마음이.
그리고 그를 따를 수 있었던 조선의 유민들의 마음이.
고구려 백성들이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이 장면.
그래서 나는 고구려의 미천왕 편에서 기대이상의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고구려 400 년간, 조선 땅을 지배했던 낙랑은 미천왕에 의해서 완전히 축출되는 것이다.
미천왕과 미천왕을 따르던 사람들에 의해서
그들이 그 시대에 하늘 높이 외쳤던
"고구려를 위하여 ! "

이것이 바로 진정한 고구려의 역사가 아닐까.....
지금이라도 고구려의 역사를 바로 알게 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 참 다행스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