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 변종모의 먼 길 일 년
변종모 지음 / 달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잠깐 스쳐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여행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2 년에 1 번씩 잘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쓰고 장기간 지구촌을 누비고 다니기를 습관처럼 한다면 그에게 여행은 병 중에서도 중병임에는 틀림없는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사실 그에게 여행이 어떻게 마지막이 되겠는가?) 전셋집과 차를 비롯한 모든 생활용품을 팔아 버리고 7 번째 사표를 내고 2년을 계획하고 여행을 떠난다.
그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중의 하나는 8 년간에 걸친 사랑이 단 8 분도 채 안되는 전화 한 통으로 끝나 버린 후유증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그렇게 떠난 여행의 기록이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에 담겨져 있다.



정말, 그에게는 여행도 병인양~~ 사랑도 병인양~~
철저한 계획보다는 가다가 자신의 마음에 들어오는 곳이 있으며 몇 달도 좋다고 눌러 앉아 있다가, 그곳을 떠나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면 또 다른 곳으로 떠난다.



여러 책들을 통해서 많이 접해 왔던 훈자마을.
그곳에 도착하여 숙소를 정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오래 머무를 것이냐?" 는 물음에
" 저 나무의 살구가 다 떨어질 때까지요."라고 말할 수 있는 여행자.
탐스러운 살구가 알알이 박혀 있는 살구나무에 살구가 샛노랗게 익어 가는데,  그 살구가 다 떨어지는 날까지를 기약할 수 있는 그의 마음.
훈자 마을은 주민들의 소박한 마음과 살구나무이야기가 너무도 유명해서 언젠가 나도 그곳을 찾고 싶은 마을이기도 한데....
이 책의 저자는 겨울의 시애틀을 시작으로 북미, 남미, 서남아시아 등으로 바람처럼, 물처럼 흘러 다닌다.
그의 이야기는 너무도 짙어서 파란 물감이 뚝뚝 떨어질 것처럼 아려오기도 한다.
짙은 외로움이 묻어나는 글들은 너무도 감성적이어서 혼자 길 위에 서 있는 그를 따라가야 할 것만 같다.
그래서 그는 배낭보다 더 무거운 것이 마음이란다.









마추픽추에서 그는 생각한다.
"정상만 바라고 무던히도 걸었던 지난 밤은 무슨 의미일까? 태양과 조금 더 가까워지길 원했던 과거의 그들처럼 나 역시 무언가를 바라고 여기까지 왔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이런 공중도시에서 나를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까?" (p114)

또한, 세상의  끝이라는 우수아이아.
이제 더 이상 갈 곳도 없고 더 이상 가고 싶은 곳도 없는 곳.
세상의 끝.
그러나 그곳은 세상의 끝이기도 하지만 세상의 시작이기도 한 곳이다.







" 나는 단지 여행을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살다 가보니 여행도 가는 것이란 생각으로 살고 싶은 것이다.
여행은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또다른 현실을 사는 일이다.
그래서 내게 여행은 특별하지 않다. 휴가도 휴식도 아니다. 단지, 잠시 다른 방법으로 다른 식으로 살아 가는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나의 안녕을 위해서 말이다. " (p301)

여행자는 길 위에서 어머니를 생각한다.
추석날 들었던 어머니의 목소리.
언제나 당신보다 자식을 걱정하는 어머니.
그는 언젠가 자신이 "폭풍같은 후회"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따듯한 안부조차 건너지 못했건만,
그에게 날라 온 소식은 정말 "폭풍같은 후회"를 하게 만들고, 통곡을 하게 만든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모든 것은 끝이 나고 있다. 적어도 내게는....
장황한 변명도 어떠한 말도 필요 없으리라.

다만, 분명한 것은 죽도록 그리워만 해야 할 사람이 한 사람 더 늘었다는 사실과
후회만 남았다는 사실." (p327)





2년 일정의 여행은 그래서 1 년만에 끝나게 된다.
여행후의 그의 생각은
" 여행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지구를 몇 바퀴 돌아도 세상을 몇 번을 살아도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는 것.
여행은 낯선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낯선 곳에서 익숙한 자신과 만나는 일이다. " (p333)

광고 아트 에디터답게 책 속의 사진들은 가슴에 와닿을 정도로 분위기가 있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사진은 많은 것을 가지지 못한 환경에서도 예쁜 마음만은 잃지 않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그 치유 방법은 좋은 사람과의 인연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