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와 바나나 -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지구촌의 눈물과 희망 메시지
손은혜 지음 / 에이지21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KBS ' 특파원 현장보고'는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들을 방송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특파원들은 세계 오지마을이나 분쟁지역들까지도 마다하지 않고 발빠르게 취재하여 그 영상들과 함께 그 곳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다른 프로그램에 비하여 큰 여운이 남는다는 것을 종종 느끼곤 하던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소개되었던 10편의 프로그램을 직접 취재하였던 기자가 <홍차와 바나나>의 저자인 '손은혜'이다.
그녀는 서른 살의 젊은 여기자인데, 이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다루고 싶었던 내용들이 세계 각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 성폭행, 인권, 빈곤 등의 이야기들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스리랑카 내전지역에서 시작하여 파키스탄 탈레반 점령지역, 만주 콩고의 성폭행 여성들이 살고 있는 마을, 케냐 빈민가, 에콰도르의 인디오 마을, 공정무역의 바나나를 재배하는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취재를 하여 '특파원 현장 보고'에서 소개를 하였던 것이다.
이 이야기들을 프로그램에 담고자 했던 것은 '인간은 존엄하다'는 명제를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뚜렷하게 전달하고 싶었기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앞에 소개된 지역들은 자칫하면 자신의 목숨과도 바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지역들이고, 그 지역에서도 민감한 사안들을 다루고자 하였기 때문에 쉽게 취재할 수 있었던 내용들도 아닌 것이다.
저자는 이런 내용의 이야기를 자신의 취재 여정을 보여줄 수 있는 일기형식의 글과 함께 '특파원 현장보고'에서 방영되었던 방송원고를 함께 책 속에 실어서 읽는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첫번째 이야기의 배경인 스리랑카는 26년간의 내전이 공식적으로 이제 막 끝난 나라이다. 이 내전의 원인은 갖가지로 분석이 되고 있지만, 그 중의 하나가 다수족인 싱할라족과 소주족인 타밀족의 갈등이기도 하다.   






스리랑카 최대 홍차 생산지 누와르엘리야는  세계 홍차 시장의 50%를 스리랑카 최고급 홍차 재배지이다.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싱할라족과 타밀족과의 뿌리깊은 갈등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홍차 농장에서 일을 하는 타밀족이 받는 임금은 하루 2달러라고 하니, 우리가 즐겨 찾는 홍차 한 잔이 얼마나 이들을 착취하는 것인가를 깨닫게 해준다.
특히 이곳에서는 타밀족 아이들의 불법입양과 장기밀매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도 이곳이 암울하기만 하지 않은 것은  사르보다야 공동체가 타밀족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찾은 또 다른 곳은 탈레반 테러공격이 끊이지 않는 파키스탄 스왓밸리.
이곳은 아름다운 산맥과 계곡으로 아프가니스탄 최고의 관광지였지만, 지금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졌다.
탈레반이 이곳을 점령했었기때문인데, 탈레반은 여성의 교육을 금지하고 있기에 이곳에 있는 여학교들은 지금도 테러의 표적이 되고 있다.
그러니, 이곳의 여자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여학교에서 만난 여자아이들은 그래도 자신들을 공부를 하여 자신의 꿈을 이루겠다고 이야기한다.
선생님이 될거라는 사진 속의 리사의 모습은이 아름답다.



" 삶이 책이라면 저는 단어입니다.
  삶이 새장이라면 저는 새입니다.
  삶이 바다라면 저는 물 한 방울입니다.
  삶이 들판이라면 저는 곡식입니다.
  삶은 한 번 뿐이기에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 (p98)

그동안 우리들에게 많이 소개되었던 장수마을 훈자.
훈자마을에서 만난 할아버지는 장수의 비결 세 가지를 알려준다.
욕심없는 삶, 가족에 대한 사랑, 소박한 식사.
참 쉬운 비결이라는 생각이 들지 모르나,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 볼 때에 과연 이 세가지의 비결이 우리들에게 쉽게 느껴지지만은 않을 것이다.
항상, 우리들은 덕지덕지 욕심이 붙어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나 자신보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더 깊었던가?
한 끼의 소박한 식사보다는 맛있는 것을 탐닉하던 적이 더 많지는 않았던가?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케냐의 아이들의 이야기는 음악을 통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케냐 소년합창단을 그곳에서 만나게 된다. 또한 티카 시각장애인 합창단, 캄부이 청각장애인 합창단의 이야기는 아프리카 음악과 그것을 둘러싼 휴먼 스토리인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작년에 읽었던 <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를 연상시킨다.
버림받은 거리의 아이들이 오케스트라를 결성하여 희망를 찾았던 아르헨티나의 엘 시스테마 운동.
그리고 또 이태석 신부님이 톤즈마을에서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서 결성되었던 오케스트라이야기가 떠오른다.
절망 밖에 없는 곳에도 음악이 꿈과 희망을 가져다 줄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마지막 이야기는 바나나 이야기.
어릴적에 바나나는 가장 먹고 싶은 과일이었다. 아프면 먹을 수 있는 고급 과일.
그때는 정말 바나나가 너무 비쌌는데....
지금은 가장 저렴한 과일이 바나나가 되어 버렸다.
값싼 바나나 가격에는 에콰도르의 바나나 재배 농민들의 아픔이 있는 것이다.



에콰도르는 전 세계 바나나의 1/3를 재배하는데,
공정무역 바나나 농장의 임금은 1주일에 60달러.
일반 농장의 임금은 1주일에 10달러이다.
중간 유통단계를 없애고 직접 현지인 농장주들이 바나나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길만이 에콰도르 바나나 농민들의 아픔을 덜어주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길이다.

커피, 차, 바나나 등의 농작물이 공정무역에 의해서 재배되고 거래되는 것만이 가난한 현지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이다.
우리 소비자들도 공정무역에 의한 생산품을 구매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는 3번에 걸쳐서 '특파원 현장 보고'를 취재하기 위하여 출장을 가게 되는데, 그녀가 간 곳들이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유럽 등에 위치한 나라들이고, 오지마을이나 분쟁지역들이 많아서, 가고 오는 길은 인내심이 있어야 갈 수 있을 정도로 머나먼 곳들이었다.
특히, 취재 허락을 받지 못한 지역에 대한 취재 활동을 하는 중에 현지 경찰의 조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절망 속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작은 희망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가 3번에 걸친 취재를 위한 출장에서 얻은 것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그래도 희망은 있다.
(2) '그러니까' 사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는 것이 인생이다.
(3)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 인 듯하다
.

이 책은 읽는내내 마음이 숙연해짐을 느끼게 해 준다.
우리들이 무심코 내뺃는 불만들이 얼마나 하찮은 일들인가를 느끼게 해준다.
지구촌에 도사리고 있는 아픔들이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들의 작은 노력에도 그들에게 희망을 가져다 줄 수 있음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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