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 손미나의 로드 무비 fiction
손미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손미나를 스페인을 닮은 여자로 기억한다.
그녀가 쓴 <스페인, 너는 자유다>,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를 읽으면서 스페인의 열정적인 춤인 플라멩고와 그녀가 자연스럽게 교차되는 것을 느꼈기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인 아나운서의 일을 잠시 접고스페인으로 유학을 가더니, 그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출간하고, 얼마후에는  여행작가로 변신은 한 모습을 보면서 "참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삶을 사는 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권의 장편 소설을 들고 우리들앞에 나타났다.
과연, 손미나가 쓴 장편소설은 어떤 이야기일까? 
여행작가와 번역일을 했다고는 하지만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으로 읽게 된 그녀의 첫 장편 소설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는 생각보다 훨씬 참신하고 재미있었다.
미모자라는  꽃은 내가 좋아하는 황 매화를 닮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수한듯 화려해 보였다. 


 
프로방스의 봄레미모자 마을을 온통 노란색으로 물들인다는 미모자.
꽃이 핀다기 보다는  나무를 가득 덮어 버릴 정도로 탐스럽게 노란 미모자가 피는 곳이 봄레미모자 마을인 것이다.
노란 꽃을 밟지 않고는 한 걸음도 옮길 수 없다는 그 꽃부터가 마음의 한 구석을 꽉채운다.
<누가 미모자를 그렸다>의 이야기는 파리와 프로방스를 배경으로 하는데, 파리의 구석구석, 프로방스, 런던 등을 돌아다니며 마치 여행 소설처럼 아름다운 배경 이미지를 살린다.



또한, 네 연인의 사랑이야기가 주축이 되기에 연애소설을 읽는 것같은 달콤함도 함께 선사한다.
파리에서 유학을 하고 화가로 활동을 하는 대기업 회장의 딸 레아 최.
그리고 한 눈에 반한 사랑을 하게 되는 프랑스 사람인 누드모델 겸 연극 배우. 
레아와 테오의 운명적인 사랑.
" 당신은... 첫 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나요?" (p190)

그리고
레아의 이야기를 직접 쓴 일기형식의 자서전으로 대필을 부탁받은 대필 작가 장미.
그녀는 자신을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유령같은 존재로 생각하면서 자신의 꿈이 실현되는 날을 고대한다.
만약 레아의 이야기를 잘 쓰기만 한다면  7년 동안 기다리던 자신의 책을 낼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에 파리로 날아오게 된 그녀는 그 모든 자료가 든 가방이 바뀌게 되면서 로베르를 만나게 된다.

" 내가 경험해보니까, 인생이란게 뭔가를  애타게 좇는다고 해서 그것이 꼭 손에 들어오는 건 아니더라구요. 당신이 찾고 있는게 뭔지 모르지만 그걸 포기하라는 건 아니고...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가져 보면 좋을 것 같다. 이거죠" (p176)

로베르는 의사이며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을 신약개발 임상실험을 하게 되는 사람인데, 가방이 바뀜으로 해서 장미와의 만남이 사랑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 책의 구성은 장미와 로베르 이야기, 그리고 레아와 테오의 이야기가 한 장씩 교차되면서 레아와 테오의 사랑을 추적하게 되는 장미와 로베르의 사랑이 이루어지게 되는 과정이 전개된다.

  

그런 가운데, 레아가 화가이기에 프로방스의 화가들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녹아나게 되니 예술 소설의 일면도 보여준다.
거기에 레아와 테오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추리적인 상상력이 동원되어야 하는 추리소설도 약간 가미된다는 느낌이 든다.

한 편의 장편소설 속에 연애소설, 여행소설, 예술소설, 추리소설이 어우러져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은 첫 장편소설을 쓰는 작가의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노련한 글솜씨가 돋보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섬세한 문장이 마치 내가 그 곳에 있는 듯 눈에 선한 장면들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궁금증에 한 장, 한 장 빠르게 책장이 넘겨지는 흡인력이 강한 소설이기도 하다.

이 소설을 읽은 후의 느낌은 먼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든다.
마치 소설가 손미나처럼 열정적인 사람들의 사랑이야기이기에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들 네 연인의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던 과거의 아픈 사연들은 외롭고 쓸쓸한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네 연인이 두 커플이 되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던 아픈 과거의 기억들은 봄 눈 녹듯이 사라지게 되는 따사로움이 있는 이야기이다.

이 책의 <작가의 말>이나 김탁환의 <발문>을 보면 손미나는 장편소설을 쓰고는 싶지만 어떻게 써야 하는지 많은 작가들에게 질문을 던졌던 것같다.
그런데, 그녀는 그들의 답변이 되돌아 오기도 전에 자신의 색깔로 멋지게 한 편의 장편소설을 완성한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도전이 아름답고, 그녀의 열정이 눈부신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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