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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청춘
이은영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8월
평점 :
서른 살은 사춘기 못지 않게 자아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는 나이인 것같다.
그래서인지 출판계에는 서른 살에 관한 책들이 상당히 많이 출간되어 있다.
여자 나이 서른 살.
특히 결혼을 하지 않은 싱글들의 마음은 더 싱숭생숭한가보다.
요즘은 잘 나가는 싱글들이 올드미스가 아닌 골드 미스이지만, 그래도 그녀들은 자신의 일에 충실하면서도 때때로 외롭기도 하고,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해 고민하기도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당당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방송작가 '이은영'의 일상과 생각 등이 <여자의 靑春>에 담겨있다.
"실수투성이에 부끄러운 에피소드로 가득한 스무 살이 그리운 건
마음껏 화내고, 마음껏 도전하고, 마음껏 사랑했기 때문일거야.
지금부터라도 '쏘 쿨'한 인생은 접어두고
'쏘 핫'하게 살아보는 건 어때?
쿨한 건 언제라도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 (p53)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서른 살은 어떠했던가 생각해 본다.
나 역시 서른 살이란 나이는 20대가 끝난다는 생각에 다소 힘겹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 나이를 훌쩍 넘어보니, 그것은 삶의 한 과정일 따름이었다.
각 나이대가 끝날 때마다의 아쉬움같은 것과 새로운 나이대에 대한 막연한 암담함같은 것이었던 것같기도 하다.
싱글들에게 서른 살을 넘기는 마음이 이 책 속에는 잘 나타나 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싱글들의 생각은 어느 정도는 자기 중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나, 이해하려는 마음이 다소 부족해 보였다.
명품을 걸치고, 분위기있는 곳에서 한 잔의 커피와 맛있는 음식을 맛보는 것.
한적한 길을 거니는 것에 길들여져 있기에, 그런 생활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한다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자리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서른, 특히 여자의 서른이란.
스무 살은 막연한 동경에 빠지고
마흔이 됐을 땐 눈가가 촉촉해져 그리움으로 돌아보는 그런 나이.
그 동경과 그리움, 그리고 여전히
힘겨운 현실의 가운데서
우두커니 서서 어쩔 줄 몰라하는
시간이 더 많은 나이
인생에도 사랑에도 늘 서툴지만
또한 완전한 인생도, 사랑도 없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나이.
또한 빈약한 문장으로 그려내기엔
너무나 가슴이 찡하도록 아픈,
가슴이 찡하도록 아름다운 사연이 넘쳐나는 나이" (epilogue 중에서)

작가가 이야기하는 서른은 바로 이런 나이이다.
<웃찾사>, <개그야>, <논스톱4>, <몽땅 내사랑>을 집필한 방송작가의 너무도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은 그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 책의 이야기들이 이처럼 가볍게 느껴지는 것은 이미 내가 그 나이를 지나쳐 왔기에,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님을 알기 때문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서른, 그리고 서른이 넘긴 싱글들에게는 이 책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 것인가는 나로써는 잘 모르겠다.
그냥 나에게는 예쁜 책. 잔잔한 이야기들이 담긴 책으로만 다가왔기에.
그러나, 책 속에 담긴 분위기있는 장소, 카페, 맛난 집에 대한 정보는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