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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라쉬 브런치 -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윤미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3월
평점 :
<굴라쉬 브런치>는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 여행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얼핏 동유럽의 도시들을 돌면서 그 도시와 관련된 책 소개글처럼 생각할 수 있으나, 그렇지는 않다.
이 책의 저자인 '윤미나'는 약 스무 권 이상의 책을 번역한 출판 번역가로, 강원도에 터전을 잡고 살아 간다.
그가 떠난 동유럽.
체코의 프라하와 베네쇼프, 그리고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와 자그레브, 슬로베니아의 류블라나와 블레를 여행하면서 그곳에서의 여행이야기와 함께 책이야기, 영화이야기 등을 담아 내고 있다.
지금은 너무도 잘 알려진 동유럽.
그러나, 그곳은 역사의 아픈 상처를 안고 있는 곳들이다.
사회주의 국가였기에 민주화 운동을 일으켰던 프라하의 봄의 프라하.


그리고, 사회주의 연방체제가 해체되면서 내전으로 심한 고통을 받았던 유고슬라비아의 땅에 위치한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
그러나, 그런 아픔들을 간직했음에도 체코의 중세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아름다운 도시모습이나, 아드리아의 진주라 일컬어지는 크로아티아의 에머랄드빛 푸른 물결을 담아내고 있는 두브로브니크의 풍광은 그곳을 찾은 사람들의 예찬을 한 몸에 받는 곳이다.
특히, 이곳은 전쟁의 포화로 부서진 도시를 시민들의 노력으로 모두 복구했다고 한다. 그래도 어딘가에 참상의 흔적이 남아있기도 하다고 하다.


슬로베니아는 일반인들에게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이지만, 유럽에서 3번째로 숲이 많은 나라라고 하니, 그곳의 모습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십여 년전에 갔던 체코의 그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할 정도이니, 여행은 이렇게 많은 추억을 남겨주는 것인가보다.
내가 꼭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한 곳이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인 것도 많은 여행 에세이를 통해서 갖게 된 아름다운 풍광때문이기도 하다.
<굴라쉬 브런치>는 이 책에서는 체코의 대표 음식인 비프 스튜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나도 한 번 먹어 보았다.
폴란드 여행후에 지치고 지친 심신으로 두통이 심하고 입맛이 없을 때에 헝거리에서 먹은 음식이다.
우리의 육개장을 닮았고, 맛도 흡사하여 우리나라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하기도 한다.
바로 그 굴라쉬 브런치....
이 책의 저자가 이 책에 대해서 말하듯 허기졌을 때의 간식과 같은 책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바로 힘들고 지쳤을 때에 뒤적거려 보면 좋을 정도로 허기진 맘을 채워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프롤로그부터 잔잔하면서도 감수성이 풍부한 문장들이 마음에 와닿는다.
그리고, 꼭지마다 첫 부분에 붙은 책 속의 글 몇 줄도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것이다.
똑같은 곳을 여행했지만, 똑같은 건물을 보았지만, 똑같은 풍경을 바라보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서 얼마나 다른 사진이 나올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분위기있는 사진들도 황량해져가는 마음을 신선하게 해준다.
"가장 초라한 여행조차 눈부시게 찬란할 수 있다." ( 책 속의 글 중에서)
그러나, 여행자에게 초라한 여행이란 없을 것이다. 모든 여행자들은 자신의 여행이 그 어떤 사람들의 여행보다 의미있고,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여러 번의 여행을 통해서 경험했으니까.
어느곳을 여행하기 전에 그곳에 대한 정보를 얻는 과정에서 그 도시를 배경으로 한 책, 영화, 음악, 그림 등을 접하는 것이 그 도시를 이해하기 쉽게 만든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바로 동유럽 3 나라의 여행 정보를 얻기에 좋은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행 가이드북이 아닌 여행 에세이이기에 자세한 가이드를 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곳에 대한 느낌을 담뿍 담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그 누구나 허기진 마음을 채워주기에 충분한 글과 사진들이 읽는 이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