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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내가 있었다 - 여전히 비상을 꿈꾸는 어른들의 터닝포인트
이기원 지음 / 라이프맵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길 위에 내가 있었다>의 저자 '이기원'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MBC 미니시리즈 <하얀 거탑>이나 SBS 메디컬 시리즈 <제중원>은 많이들 알고 있는 드라마일 것이다.
나처럼 TV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사람도 <하얀 거탑>은 드라마의 명성에 중반부이후부터 시청을 할 정도였으니까.
바로 이 책의 저자는 드라마 <하얀 거탑>의 작가인 것이다.
그런데, 그는 이렇게 글을 잘 쓰면서도, 글쓰기를 싫어했다고 하니,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이다.
드라마 작가로 지내면서 시청율과의 싸움에서 지칠대로 지친 작가는 언젠가부터 '산티아고'길을 걷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미 시중에는 '산티아고'에 관한 서적들이 스무 권이 넘게 나와 있는데, 그가 구태여 자신의 산티아고 기행에 대한 서적을 출간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으나, 돌아온 후에 자신의 산티아고 길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책 출간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 역시 '산티아고'에 관한 서적을 외국 작가의 작품까지 6~7 권 정도를 읽었기에, 그 길에 대한 경이로움이나 순례기에 대한 이야기들은 거기에서 거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길 위에 내가 있었다>는 산티아고 순례기에 대한 순례자적인 이야기도 아니고, 문학가가 쓴 문학적 내용이 들어가 있는 이야기도 아니고, 지친 일상 생활 속에서 순례길을 걸으면서 '나'를 발견하고자 하는 인간 이기원의 진솔한 모습이 그대로 담긴 이야기이다.
그럴수 밖에 없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이기원에게 '산타아고 가는 길은 자신에게 주는 생애 첫 선물이자 조금 늦게 찾아온 청춘을 위한 보상' (책 속의 글 중에서)이었기에 그런 것이다.
산티아고길은 천 년이상이 된 순례길이다.

어느 수도사가 아름다운 음악 소리와 밝게 빛나는 별무리를 따라가다 멈춘 곳.
그곳에 예수의 제자 중 가장 먼저 순교한 순례자 야고보의 무덤이 있었고, 교황은 이곳을 순례하고 오면 지은 죄를 사하여 준다는 칙령을 발표하기도 했다는 그 길.
산티아고 가는 길은 세가지 코스가 있지만, 대표적인 길은 생장피드포드~ 산티아고 데 꼼 뽀스텔라에 이르는 약 800 km의길.
그 길에 이르는 길에는 노란 화살표가 있어서 그 노란 화살표를 따라가는 길.
많은 이들은 이 길을 걸으면서 자아를 발견하게 되는 길.
이 길을 걸으면서 느낀 기행문 중에서 아마도 가장 솔직하고, 가장 인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길 위에 내가 있었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순례의 길이 아닌, 길 위에서의 자신의 느낌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 누구에겐 아주 사소한 것이 누구에겐 아주 중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누구에게나 포기할 수 없는 인생의 무게가 있는 것이다. 또한 그 무게가 가볍건 무겁건 간에 자신이 혼자서 온전하게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것이다.
"욕심이나 집착이 없다면, 인생의 짐은 그만큼 가벼울 텐데...." (p112) ★


♥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는 것이 인생의 축소판같다는. 인생이라는 게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고, 싸우고 화해하는 것의 연속이잖아. 난 산티아고에서 바로 그런 것들을 느끼고 경험했어. 우리는 지금 이곳에 와서 산티아고를 걸었지만, 여기 오지 않은 사람들도 모두 자기만의 산티아고를 걷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그리고 나나 정식 씨도 서울로 돌아가 각자 자기만의 산티아고를 걸어가게 되는 거라고 . 결론이라고 말할 것까지는 없지만... 그런 의미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은 곧 인생인 거 같아." (p2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