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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시집보내기
사쿠노 쓰키네 지음, 김소영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엄마 시집보내기>는 미야쟈키 아오이가 주연을 한 영화의 원작으로 2010년 부산국제 영화제 해외초청작으로 상영되기도 한 작품이다.
그 영화를 보지 못했기에 이 소설에 대한 아무런 사전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이 책을 읽게되었다.
작가인 '시쿠노 쓰키네'는 일상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작은 행복과 기쁨을 주로 다루는데, 그의 일상을 담은 블로그를 운영한다고 한다.
이 책은 처음에 읽을 때의 느낌과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의 느낌이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
일본의 여성 작가들의 소설이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으며 너무 가볍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은데, <엄마 시집 보내기>를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위 말하는 막장 드라마의 소재를 고루 갖추었다고 해야 할 정도로 막 나간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처음의 내용은 경박스럽다.
엄마와 딸, 그리고 애완견이 함께 사는 가정.
어느날 엄마는 만취하여 연하남을 데리고 온다. (엄마 나이 45세, 연하남 30세, 딸 25세)
엄마는 딸에게 그 남자를 소개하기를 스테오라고 한다. 그 뜻은 누군가 버린 남자라는 말이다.
그리곤 딸에게 그 남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한다. 그 다음날은 그 남자와 함께 살기로 했다고 한다.
딸인 쓰키는 엄마가 다니는 병원의 의사와 연애를 한다. 그 남자가 엄마를 짝사랑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어느 날 밤, 엄마가 남자를 주워왔다." (p9)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엄마와 딸 쓰키와의 대화, 쓰키와 새 아빠가 될 남자인 하토리 겐지와의 대화.
물론, 그들의 대화도 정상적인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에서 벗어나 있고, 가사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엄마의 행동도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예외적인 모습인 것이다.
여기까지를 읽으면서 '가관인 가정도 다 있구나 !!'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다음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리고 또 그 다음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슴이 시리도록 아픔을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구나'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집주인인 사쿠 할머니의 이야기, 사쿠 할머니와 엄마의 만남, 스테오인 하토리 겐지와 그의 할아버지 이야기, 그리고 하토리 겐지와 엄마의 만남, 딸인 쓰키의 이야기.
겉으로는 나타내지 않았지만, 그들에게는 그 어떤 사람들보다 깊은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 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또 그렇게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은 겉으로 나타나는 언행에 의해서만 평가할 수 없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의 중심에 있는 엄마에게는 딸인 쓰키조차도 알 수 없었던 진실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딸이 쓰키가 그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알게 되는 진실은 하나 하나 퍼즐처럼 맞추어지는 것이며, 그 퍼즐이 맞추어지는 과정에서 쓰키는 가족의 중요성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미야자키 아오이'가 전하는 말의 의미는 책의 엔딩부분에서 모든 독자들의 마음에 큰 울림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 가족이 함께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함께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소중한 것'이라는 점을 공감하면 좋겠어요" ( 책 뒤표지 글 중에서)
<엄마 시집보내기>는 엔딩부분까지 읽어야만 이 소설의 진가를 올바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초반부의 시끌벅적한 듯하면서도 가벼운 이야기가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깊은 감동으로 다가오기때문이다.
철없는 엄마, 명랑엄마, 엉뚱 엄마.
그녀의 진짜 모습은 겉모습과는 다르다는 것.
또한, 무거운 짐을 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티내지 않으려는 듯 웃고 있는 사람들.
꿋꿋하게 웃는 얼굴로....
그래서 그 모습이 더 슬픈 것이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생각한다.
그날 밤, 엄마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마도 다른 이야기였을 거라고.
웃음으로 얼버무린채 차마 말하지 못한 것. '할 이야기 있는데'라고 했을 때 살짝 떨리는 것처럼 들렸던 엄마의 목소리 뒤에는 분명 떨고 있던 엄마가 있었던 거라고." (p151)
<엄마 시집보내기>는 아픔을 서로 보듬어 줄 수 있는 것이 참다운 가족임을 일깨워주는 작품인 것이다.
엔딩이 엔딩이 아닌...
독자들이 그 다음의 이야기는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어 나가도 좋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