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달
박주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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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머리를 스쳐가는 것은 나의 스물일곱 살은 어떠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는 취직이라는 높은 벽을 어떻게 넘어야 할 것인가 고민도 해 보았지만, 운좋게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고, 그 일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면서 생활하였던 시절이기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이 없었던 시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요즘의 청춘들에게는 대학 문을 나와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다는 것이 그리 수월한 과정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고학력의 청년백수들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닐까 생각된다.



<종이달>의 주인공 윤승아.
스물일곱 살이라는 나이에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신도, 도전도, 열정도 모두 잃어버린 백수이다.
처음부터 능력이 없어서 백수였다면 안스러울텐테,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니다가 그만두었다. 그리고 또 몇 군데 직장을 잠깐씩 다니기도 했지만 그곳도 그만두고 작은 오빠집에 얹혀 산다.
포기도 빠르고, 변명도 많고...
'개미와 베짱이'의 개미와는 거리가 먼 베짱이,비관적인 베짱이다.
아직 인생을 시작하는 단계인 스물 일곱 살에 이처럼 자신의 삶에 희망도, 대책도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삶의 자세로 살아가는 것이다.
" 이루고 싶은 목표가 없는 인생은, 그저 하루하루 연명하며 뭔지도 모를 끝까지 가 보는 인생은, 똑같다.
제정신으로는 더 버티기 힘들고 성실했다가는 더 피곤할  뿐이다. " (p73)
희망에 지치고,
삶에 지치고,
무기력해진 윤승아.
윤승아의 삶의 자세나 행동을 보면 과연 그녀는 자신의 삶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던가 되물어 보고 싶을 정도로 인생이 끝나가고 있는 듯한 생각을 가지게 해 준다.
어쩌면 윤승아의 모습은 많은 청춘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해 준다.
그것은 기성세대들이 그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에 겪게 되는 많은 일들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빼앗아 버렸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 한다.
대학 입시를 목표로 부모들이 정해주는 계획표에 따라서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기계와 같은 생활을 하였으니,이런 모습의 청춘들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별로 꿈이 없었다.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새롭게 좋아하면서도 정작 내 삶 전체에 대해서느 아무런 기대도 없었다. 시키는 대로, 주어진 대로, 그냥 살아 온 것 같다. 제대로 맘껏 선택이란 걸 해 본 적이 없고 우겨 본 적도 없다. 욕심을 부릴 그런 것이 내 앞에 놓인 적이 없었다.
그냥 오면 오는거고,
가면 가는거고, 그것이 순리라고 믿었다. " (p146)
<종이달> 속에는 청춘들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는 윤승아, 큰 오빠, 작은 오빠.
그들에게 걸었던 부모들의 기대, 그리고,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가 각 유형별 청춘들의 모습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이 책의 이야기가 세상의 끝에 온 것처럼 살고 있는 윤승아의 삶의 모습으로 끝맺었다면....
그러나, 역시 청춘들에게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자각이 있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아무런 희망이 없어 보이던 윤승아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보람되고, 가장 아름다운 삶을 위해서 새로운 인생의 이야기를 펼쳐 나가게 되는 것이다.



<백수 생활백서>의 작가이며,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박주영은 마치 자신이 겪어온 인생의 어떤 시점의 이야기처럼 청춘들의 불안하고, 무기력하고, 희망이라고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 이야기의 묘사를 치밀하고도 공감있게 표현하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 이야기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작가도 스물 일곱의 여름을 이렇게 살아내지는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처럼 실감있게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청춘들이여!!
주어진 현실이 힘들어도
자신이 원하고 사랑하고 즐거워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라.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그것을  확실하게 깨닫고 그 길을 가라.
아직도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꾸며나가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청춘의 날들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가져다 줄 수있는 청춘의 이야기가 <종이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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