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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목소리
대니얼 고틀립 지음, 정신아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대니얼 고틀립'의 < 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문학동네, 2007>, < 마음에 말걸기/ 대니얼 고틀립, 문학동네, 2009>를 읽어 본 독자들이라면 망설임없이 <가족의 목소리>를 읽게 될 것이다.
바로 내가 그랬으니까....
샘의 할아버지 '대니얼 고틀립'을 만나니 반갑기 그지 없다.
'대니얼 고틀립'의 인생이 드라마틱하다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고난과 역경의 반복 속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힘겨워하는 마음을 치유해 주는 심리치료사, 정신의학 전문의가 바로 '대니얼 고틀립'인 것이다.
학창시절에는 1등과 꼴찌를 오르내리던 학습장애로 인해 낙제를 하기도 했고, 출근길에 교통사고로 사지마비가 되었으면, 그로 인해 우울증, 이혼, 자녀들의 방황, 아내, 누나, 부모의 죽음...
여기에 딸의아들인 손자의 자폐증까지 겹치게 되는데, 할아버지가 손자 샘에게 살아가면서 견디어야 하는 고통의 순간을 이겨나갈 수 있는 인생에 관한 32통의 편지를 엮은 것이 <샘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이 책은 나에게 깊은 감동을 준 책이기도 하다.

♠ <마음에 말걸기/ 대니얼 고틀립, 문학동네, 2009> 중에서
그후에 읽은 <마음에게 말걸기>는 심리치료사로서 자신에게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이야기, 가족이야기, 어릴적의 자신의 이야기, 교통사고 후의 자신의 심리와 치료의 이야기를 통해 많은 독자들에게 자신이 처하고 있는 고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인생 멘토링인 것이다.
" 나는 살아오면서 많은 일을 했어요, 그렇지만 내게 후회란 없습니다. 인생은 모험같은 거예요.
모험이 없으면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없겠지요." (p36)
그는 필라델피아 공영방송국 인기 상담 프로그램 <가족 목소리>의 진행을 맡고 있는데, 방송을 통해서 상담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해서 이번에는 <가족 목소리>를 출간하였다.
가족 목소리~~
우리 시대를 대변하는 이야기들 인 것이다.
같은 집에 살고 있지만, 서로의 목소리를 언제 들어 보았는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일상적인 대화조차도 단절되어 가고 있는 요즘에 마음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들어 본 것이 언제인가...
우리는 왜 가족의 목소리를 귀기울여 들어보려 하지 않았을까.
가족간에 있어서 서로가 서로를 할퀸 상처는 가족의 목소리를 통해서만 치유될 수 있는 것이다.
너무도 하찮은 한 마디, 행동 하나가 서로에게 큰 상처로 남겨지고, 그 상처는 가슴 속에 깊이 새겨져서 오래도록 치유되지 않았던 사례가 이 책 속에는 너무도 많이 담겨 있는 것이다.
'부모의 목소리', ' 배우자의 목소리', '아이의 목소리', '나자신의 목소리'로 나누어져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사례중에 아들이 동네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을 때에 저녁을 먹으라고 부르는 엄마의 날카로운 소리가 아들에겐 평생 엄마를 미워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단다.
그런데,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해 보니, 엄마는 자신이 어릴 적에 엄마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는데, 저녁이 되어서 자식들을 불러 집으로 데리고 가는 아이들이 너무도 부러웠기에 아들에게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아들이 겪은 마음의 상처이기도 하고, 단 한 마디의 엄마의 목소리가 그 모든 오해를 풀어주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처럼 부모의 어떤 행동이 평생 그들의 인생을 좌우하기도 하는 것이다.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부모가 자식 마음을 안다는 것.
그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서로의 대화를 통해서 쉽게 풀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 떠나 보내는데에도 여러 단계가 있을 것이다. 첫 단계는 집착이다. (...) 떠나 보냄의 두번 째 단계엔 관대함이 흘러 넘친다. (..)부모를 우리 뜻대로 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릴 때 부모가 우리를 조종하려 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 우리가 정말로 해야 할 일은 마음속의 이야기를 털어 놓으면서 서로를 놓아주는 것이다. " (p73)
수치심, 죄의식, 부끄러움같은 마음의 짐이 있다면 그 누구도 상대방의 말에 진지하게 귀기울일 수 없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간에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결혼 생활에서의 부부의 행복은 배우자와 자신의 다른 점을 눈감아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은 상대방이지 사랑의 느낌이 아닌 것이다. 또한 사랑하고 있을 때의 편안함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서로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배우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원만한 부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대니얼 고틀립'은 분명 많은 사람에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심리치료사인데도 불구하고 아내와의 별거끝에 이혼을 하였다는 것이다.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론과 실제는 여기에서도 괴리감을 나타내는 것일까.
부모는 자녀들의 목소리를 언제 들어 보았을까.
아이들이 가장 부모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 자신들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발 제 이야기 좀 들어 주세요~~" 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부모는 그저 아이의 목소리를 눌러 버리지는 않았을까.
이것은 부모와 자녀의 대화를 단절시키게 되는 요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자녀들이 성장하여 처음으로 집을 떠나게 되면 부모는 갑작스러운 상실감과 무력감을 느끼게 되는 '빈둥지 증후군'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부모의 목소리, 배우자의 목소리, 아이의 목소리.
그것들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것은 바로 나자신의 목소리를 찾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가 가장 먼저 귀기울여 들어야 하는 목소리는 바로 나자신의 목소리인 것이다.
나자신의 목소리는 바로 우리 마음 속의 목소리이다.
우린 그 목소리를 들을 때에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할 것이 아니라. 가만히 나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신중히 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정말로 해야할 일은 마음 속의 이야기를 서로에게 털어 놓으면서 서로를 놓아주는 것이 원만한 가족관계를 이루는 지름길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가족의 목소리를 얼마나 귀기울여 들었던가를...
그리고, 내가 던진 한 마디의 말에 가족중의 누군가가 마음의 상처를 입은 적은 없을까.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드는 문장 하나 하나가 가슴에 들어온다.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장은 마지막 문장이다.
가장 보편적인 문장같지만, 가장 뜻깊은 문장.
마음에 간직해야 한 문장.
" 그러나 그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가치있는 일임을 믿게 되었다.
나뿐 아니라 다른 모든 이들도 존재만으로 아름답다. " (p 350)
이 문장을 느끼고 깨달았다면 가장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