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 그리고 사물.세계.사람
조경란 지음, 노준구 그림 / 톨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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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경란'의 <백화점>이 출간된 것을 알고, 읽으려고 했을 때에는 작가에 대한 착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전혀 다른 이름인데, 다른 여성 작가로 생각을 했던 것이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조경란'이란 작가는 이름은 낯익지만, 그녀의 작품을 전혀 읽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들에게는 친숙할 수도 있는 장소인 백화점이라는 곳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문화 에세이라는 점이 특색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가가 쓴 문화 에세이~~
우리나라 여성 소설가들이 별로 다루지 않는 장르이기도 한 것이다.
마치 '알랭 드 보통'의 <공항에서 일주일을>, <일의 기쁨과 슬픔>, <행복의 건축>, < 여행의 기술> 등 처럼 일상 속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이야기들을 해박한 지식들을 동원하여 멋지게 펼쳐 보여주는 것이다.
흔히, 에세이라는 문학 장르가 시시콜콜한 작가의 추억과 일상만을 담아 내는 것에 반하여, 조경란의 문화 에세이인 <백화점>은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튀어 나갈 지 모를 정도로,  백화점이란 공간에서 여기 저기로 이야기가 뻗어져 나가는 것이다.
작가다움을 느낄 수 있는 문학 작품의 이야기는 그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이야기들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쇼핑할 때의 즐거움은 일상에 보탬이 될 만한 새로운 것을 발견했을 때, 쇼핑의 괴로움은 부족한 것을 발견했을 때, 그것을 구매할 수 없을 때이다. 여기서 요구되는 것은 단순성과 통찰력이다.
만약, 이 두 가지를 잃어버린다면 그날의 쇼핑은 끝까지 후회나 씁슬함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물질적 풍요와 행복은 별개의 것이다. 그러나 물질의 결핍이 행복한 삶을 좌지우지하는 큰 지표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 (p88)



조경란은 이 책을 쓰기 위해서 2010년 가을부터 2011년 4월에 걸쳐서 백화점을 취재하고 자료조사를 하는 등 열성적인 활동을 통해서 백화점의 모든 곳을 샅샅이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책의 구성은 백화점의 특성을 살려서 1F 부터 10F 까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식품 매장이 있는 B1 까지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조경란의 백화점이 완성되는 것이다.

  
 
" 강추위는 사람들을 백화점으로 몰고 가고 나는 모든 층들 중 가장 밝고 따뜻해 보이는 곳, 팔층으로 올라간다.
리빙 Living. 이 층을 표시하는 이 단어, 안내판을 보기만 해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쓰기 좋고 아름다운 물건이 가장 많은 공간이다." (p235)






 
작가를 따라 올라가는 백화점의 층마다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따라 가다보면 어느사이에 10층까지 올라가게 되고, 독자들은 다시 작가를 따라 지하 1층으로 내려오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그녀가 그동안 머물렀거나, 여행을 했던  곳인 뉴욕의 메이시 백화점을 비롯하여, 샌프란시스코, 아이오와, 파리, 베를린, 도쿄 등의 백화점들의 이야기도 같이 이야기된다.
우리나라의 백화점이 어떻게 만들어 졌으며, 어떻게 변천했는지도...
이런 이야기는 작가의 해박한 지식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의 중심에는 작가 자신의 성장기가 함께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몰랐던 작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그중의 그녀의 수집이야기
" 요즘도 매일 나는 새 책을 찾는다. 희귀한 책은 아니다. 절판된 책도 아니다. 내가 읽고 싶은 책, 아직 못 읽은 책들이 다른 세계의 질서를 보여줄때, 거기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이 수집은 지속되어야 하지 않을까 !
그러나 버리는 일도 소유의 순간처럼 즐거워질 수 있다는 경험은, 뜻밖에 새롭고 특별한 것이었다. " (p253) 


역시 작가 조경란에게 따라 다니는 소개글에 나온 말처럼 "주변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를 통해 인간의 고독과 우수를 부감시키며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깊이 있게 보여주는 작가"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작가이다. 
우리나라의 작가중에서 에세이를 통해서 이 정도로 깊이있고, 폭넓은 이야기를 펼쳐 나갈 수 있는 작가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를 되물어 보게 되는 수준높은 문화 에세이가 <백화점>인 것이다. 
그동안 못 읽었던 작가의 작품에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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