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부터 행복해질 것이다 - 타이완 희망 여행기
이지상 지음 / 좋은생각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작가 '이지상'
그의 여행에세이를 처음 만난 것은 <길 위의 천국/ 북하우스, 2003>을 통해서 이다.
이 책은 터키여행기이기에 2003년 터키를 여행하고 와서 읽었던 책이다.
그리고 <황금소로에서 길을 잃다 / 북하우스, 2004>는 <길 위의 천국>을 읽고 그의 여행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읽게 된 책이다.
그밖에 <낯선 여행길에서우연히 만난다면 / 중앙북스, 2007>, <언제나 여행처럼 / 중앙북스, 2010>도 책 출간 소식을 듣고 주저없이 읽었던 책들이다.
그의 최근작인 <나는 지금부터 행복해질 것이다>는 '타이완 희망여행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지상은 그동안 세계를 돌아 다니면서, 각 지역의 여행기를 썼는데, 이번에 '타이완'이 그의 여행에세이의 여행지라니 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타이완은 우리나라에서 2시간 3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이고, 작은 섬나라이기에 별 큰 특색이 없다는 선입견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그가 타이완을 여행에세이의 장소로 정한 것은 이유가 있다.
이지상에게 타이완은 첫 해외여행지였던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휴가를 이용하여 8박 9일간의 타이완 여행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일생에 있어서 커다란 전환점이 되는 여행작가로서의 길을 걷기 위해서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그때부터 여행을 하게 되고, 그것이 그의 또다른 직업인 여행, 여행관련 일들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타이완이 좋아서 6 번씩이나 여행을 했을 정도로...
첫사랑과도 같은 첫여행지인 타이완.
" 한동안 마음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첫 여행의 후유증은 깊었다. 몸은 여기 있어도 마음은 길 위에 있었다. " (p24)
그래서 그에게는 타이완이 특별한 나라이기도 하고, 그렇게 여러번 들리게 되니, 다른 사람들은 느낄 수 없는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나에게 타이완은?
이지상 작가와는 너무도 다른 느낌이었던 곳이다.
짧은 여행기간이었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을 둘러 보았던 여행이었지만, 별로 또 다시 타이완을 찾겠다는 생각은 많이 들지 않은 곳이다.
여기저기에서 마구 피워대는 담배연기.
도로를 질주하는 오토바이 부대가 내뿜는 매연.
향신료 냄새가 너무 짙어서 음식먹기가 쉽지 않았던 기억.
세계 5대 박물관 중의 하나라는 고궁박물원의 유물들은 흥미로웠지만, 아늑한 분위기보다는 거창하기만 한 박물관 밖의 모습.
그리고, 무뚝뚝한 표정의 사람들.
그러나, 한참을 줄을 서서 먹었던 '딘타이펑'의 샤오롱바오의 살짝 터져 나오는 육즙의 맛과 '허라우싼'의 생과일 주스의 시원한 맛은 잊을 수가 없다.



" 여행길은 삶과도 비슷해서 항상 즐겁고 기쁘고 자극적인 일만 있는 게 아니다. 피곤하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고, 못다 이루는 아쉬움도 있다. 그런 것을 가슴에 안고 가는 게 여행이며 그것을 겪고 난 후에야 여행의 깊은 맛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과정에서 삶의 본질과 행복에 대해 궁리했다.
나와 다른 길을 걸어온 분들은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 나와 비슷한 위기가 닥쳤을 때, 더 이해해 주고 또 힘을 얻으리라 믿으며 이 글을 썼다. " (p28)


작가는 <나는 지금부터 행복해질 것이다>를 통해서 타이완의 여기 저기를 소개해 준다.

일반인들이 잘 가지 않지만, 그 어떤 곳보다 아름다운 곳인 타이완 최북단의 마쭈열도는 타이완에 흥미를 잃었던 나에게도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내가 타이완에서 좋은 느낌을 받았던 곳은 주펀이다.






작가는 주펀을 '시간 여행 속의 마을'이라고 표현하는데, 주펀의 골목 골목은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을 해도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슬픈 역사를 가진 '진과스'와 연결지어서 여행을 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여행을 통해 작가는 어린 날을 기억한다.
그리고 엄마에 대한 기억도 하게 된다.
어떤  여행지에 대한 생각은 그곳을 찾았을 때의 상황과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풍경에 따라 각자 다른 모습으로 기억되게 된다.
타이완이 작가에게는 그 어떤 여행지보다 의미가 있는 것처럼.

 

 

"나는 타이완 여행 중에 음식과 작은 친절과 미소 속에서 그것을 맛보았다.
에너지의 순환,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막혔던 내 마음이  뚫렸고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나는 치유되었다. 젊을 때는 거창한 이념, 볼거리들이 매혹적이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며 나는 작은 것들에 매혹된다. 파편같은 작은 것들과의 소통을 톻해 우주적 황홀함을 맛본다.
발밑의 삶과 한 끼의 식사를 사랑하는 자만이 우주의 신비를 볼 수 있다.
나에게 타이완은 그런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앞으로도 나는 종종 타이완에 가서 먹고, 마시고, 즐기며 '살아 있음의 황홀함'을 느낄 것이다." (p397~398)


나에겐 큰 감흥을 일으키지 못했던 타이완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곳에서 잔잔한 행복을 느꼈던 것같다.
이번에 <나는 지금부터 행복해질 것이다>를 읽으면서 타이완에 대한 추억을 되짚어 볼 수 있었고,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또 다시 타이완을 찾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에게 타이완을 재인식시켜 준 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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