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세상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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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 친구처럼 긴 세월에 걸쳐서 접해 온 작가 황석영.



작가의 초기 작품 중에서 기억이 나는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졌었던 <삼포가는 길>(1975)
그후의 작품으로는 <오래된 정원>,  <모랫말 아이들>을, 그리고  최근의 작품으로는 <개밥바리기별>, <바리데기>, <강남몽>을 읽었다.
물론 작가의 작품 중에는 <장길산>과 같은 대하소설도 있지만, 그런 작품들은 읽지를 못했다.
<모랫말 아이들>, <개밥바라기별>은 이번에 출간한 작품인 <낯익은 세상>들 처럼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낯익은 세상>의 장소적 배경은 쓰레기 처리장인 꽃섬이다. 
"이곳은 분명 사람들이 쓰다 남아서 또는 싫증이 나서 아니면 못 쓰게된 물건들을 내다 버리는 쓰레기장이었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도시에서 내몰리고 버려진 인간들이었다." (p44)
작가는 이 소설의 배경을
" 이 작품에 드러나 있는 풍경은 세계의 어느 도시 외곽에서도 만날 수 있는 매우 낯익은 세상이다. 지옥 또는 천국처럼 낯선 것이 아니라 너무도 일상적으로 낯익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여기까지 달려오면서 만들어낸 세계이기 때문이다." (p234- 작가의 말 중에서)
" 내가 도시 외곽의 쓰레기장에 주목한 것은 지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현재의 삶이 끝없이 만들어서 쓰고 버리는 욕망에 의하여 지탱되고 있다는 생각때문이었다. " (p235- 작가의 말 중에서)
와 같이 표현하고 있다.
이런 작가의 생각을 알기 이전에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에 느끼게 된 작품의 배경이 된 세상은 낯익은 세상이 아닌 너무도 낯선 세상이었던 것이다.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다가 필요없어서 버린 물건들이 뒹글어 다니는 쓰레기 하치장의 모습과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은 일반인들에게는 쓰레기같은 (?) 삶이라는 생각을 하여 오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카산드라의 거울>에서도 쓰레기 하치장이 소설의 배경이 되어서 조금은 낯익어 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들에게는 멀고 낯선 세상인 것이다.
꽃섬에서 만나게 되는 두 소년 딱부리와 땜통.
산동네에 살다가 엄마와 함께 쓰레기차에서 버려지는 쓰레기처럼 꽃섬에 흘러 들어오게 된  딱부리.
그리고, 쓰레기 하치장의 반장인 아수라의 아들인 땜통.
이 두 소년은 더럽고 삭막한 이 곳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고, 거기에 도깨비와 같은 김서방네 꼬마까지 등장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무르익게 된다.
<개밥바라기별>이 일종의 성장소설이었듯이, <낯익은 세상>도 딱부리와 땜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성장소설의 의미를 갖기도 한다.
꽃섬을 벗어나면 그 누구도 반기지 않는, 아니 오히려 그들에게서 나는 냄새에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소년들이지만 두 소년에게는 그들만의 일상이 있고, 그 일상 속에서 즐거움을 누리기도 하는 것이다.
가장 가난한 곳이지만 가장 풍요로운 곳이 꽃섬일 수도 있으며, 그 꽃섬에서 살기에 다른 소년들이 느끼지 못하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쓰레기와 인간이 마지막에 도착하는 곳이지만 그곳에는 땜통만이 볼 수 있는 김서방네 꼬마가 있듯이, 가장 순수한 자만이 볼 수 있는 문명에 대한 저항의 오래된 원천이 있는 곳이기도 한 것이다.

작가는 그동안에 자신의 작품에 소외된 곳의 이야기를 담아 냈듯이 이번에도 가장 비천한 곳에서 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때묻지 않은 정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마치 한 편의 동화를 읽는 것같기도 한 느낌을 받게 되고, 땜통의 죽음이 안타깝기도 하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작가는 꽃섬에서 맑고 고귀한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강남몽>에서도 이야기하고 싶었던 인간의 욕망의 허망함도 꽃섬이라는 장소를 통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메시지 중의 한 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그 허망함 속에서도 딱부리와 땜통와 같은 정겨운 소년들도 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는 생각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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