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
후지와라 신야 지음, 강병혁 옮김 / 푸른숲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아무리 순탄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해도, 인생의 어떤 지점에서는 힘들고 외로웠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힘이 되어 준 사람들은 오래도록 마음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슬픔 또한 풍요로움이다. 거기에는 자신의 마음을 희생한,
  타인에 대한 한없는 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
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가 '후지와라 신야'이다.
이 한 문장만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대변해 줄 수 있을 정도로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에는 열 네편의 짧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그 중의 열세 편은 일본의 지하철에 놓이는 무가지인 <메트로 미니츠>에 실린 글이라고 한다.
저자는 몇 년간에 걸쳐서 <메트로 미니츠>에 글을 실었는데, 약 70여 편이 된다고 한다.
무가지의 특징이 무엇이든가.
지하철을 타면서 슬쩍 집어 들고 타서는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읽게 되고, 읽은 후에는 그냥 버리고 내리는 인쇄물이 아니던가.
그런데, 이 책에 실린 글들을 보면 도저히 읽은 후에 그냥 버리고 내리지 못할 만큼 가슴을 울리는 큰 감동이 있는 것이다.
" 딱 한 정거장 지나는 동안 펼쳐지는 이야기
그 아름다운 한순간 " (출판사 리뷰 중에서)
실제로 출근길에 이 글을 읽다가 자신이 내릴 지하철 역을 지나치기까지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의 열네 편의 이야기는 모두 보통 사람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글들인 것이다.
그래서 소소한 이야기이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후지와라 신야'는 나로써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지만, 일본에서는 꽤 유명한 사진작가라고 한다.
그가 1972년에 홀연히 인도로 떠나고, 그때의 이야기를 담은 <인도방랑>은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끈 책으로, 이 책을 읽은 후에 직장을 그만두고 인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아닌, 1972년의 인도.
인생을 알기 위해서는 인도를 여행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깨달음을 주는 인도.
그의 여행 관련 서적인 <인도 방랑/ 작가정신, 2009>, < 티베트 기행,1995년작/작가정신,2010>, < 동양기행/ 청어람미디어, 2008>, <아메리카 기행> 등이 궁금해진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 중에 가장 관심이 갔던 <수국이 필 무렵>.



사진작가를 꿈꾸는 무명 작가의 오로지 수국을 찍는 이야기와 곁들여서 수국을 찍을 때에 스쳐간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자신의 꿈을 향해 가는 평범한 사람의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을 보는 듯했다.
<바닷가의 도메 씨와 목걸이와 제로>는  소외된 사람과 동물의 교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바닷가에 날개죽지가 부러져서 모래사장을 날개를 질질 끌면서 돌아다니는 갈매기 제로.
저자는 그 모습이 안타까워서 제로에게 먹이를 주려고 하지만, 사람을 피해서 도망가 버린다.
그런데, 어떤 할머니의 "구~~ 구~~구~~" 소리에는 답을 하듯이 달려와서 할머니가 주는 먹이를 받아 먹는다.
그 바닷가에 너덜너덜 해진 목걸이를 하고 떠돌아 다니는 늙은 개 한 마리.
언젠가는 사람들에게 귀여움을 받던 개였던 것같으나, 이제는 털이 제멋대로 자란 늙은 개인 것이다.
저자는 숨어서 혹시나 개가 갈매기에게 해를 끼칠까 걱정을 하지만, 할머니의 소리가 나니, 제로도, 목걸이도 할머니에게 다가가서 먹이를 받아 먹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제로와 목걸이에게 다가갔던 것은 동정심이었지만, 동물들 조차도 그를 알고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할머니는 그들에게 마음으로의 소통을 하였던 것이다.
마치 아름다운 한 편의 동화를 읽는 것처럼 잔잔한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에는 외롭고, 큰 상실감 앞에 놓인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인간의 일생은 무수한 슬픔과 고통으로 채색되면서도, 바로 그런 슬픔과 고통에 의해서만 인간은 구원받고 위로받는다는, 삶에 대한 나의 생각과 신념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것 같다." (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가 일본 사진계의 거장이라고 해서 아주 분위기있는 그런 사진을 기대했지만, 사진들은 책 표지의 사진처럼 마치 촛점이 흔들린듯한 분위기의 사진들과 우리 주변에서 자주 마주칠 수 있는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작은 위로와 기쁨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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