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심오 지음 / 자음과모음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마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연상시킬 정도로 지독한 직장에서 살아남기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꼭 이렇게 사람의 뒤통수를 치고, 착한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상사나 동료들이 있기마련이다.
그것도 두뇌싸움을 해야하는 광고 회사에서 일하는 카피라이터라면 업무만으로도 과중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는데, 여기에 사사건건 괴롭히는 상사가 있다면 얼마나 힘든 날들이 되겠는가.
차라리 직장을 그만둘까?
그러나, 실직의 위기에서 끝까지 해보자는 한 여성의 직장에서의 살아남기 이야기가  '심오'의 <비하인드>인 것이다.

  


이 소설의 작가인 '심오'는 너무도 생소한 작가일 것이다.
"단편영화를 만드는 문예창작학과 학생,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영하 연출부, 몰래 시나리오를 쓰는 카피라이터, 싱어송 라이타가 되고 싶은 소설가. " (작가 소개글 중에서 발췌)
이렇게 다재다능하기도 하고, 꿈도 많은 1981년생의 젊은 작가는 결국에는 이야기꾼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꿈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는 것이다.



작가가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기도 했고, 그것들을 꿈꾸어 왔기때문인지, 이 작품은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꽤 흥미롭고, 재미있다.
어떻게 보면 너무도 흔하고 뻔한 이야기이지만 아주 재미있게 이야기를 펼쳐 나가기 때문에 책을 잡은 순간부터 책을 놓는 순간까지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을 정도이다.
고아원 출신인 김준희는 본부장을 따라 새로운 광고 회사로 스카웃된 직장 생활 5년차 대리이다.
승진을 바라보면서 밤샘작업을 일상처럼 하는 유능한 광고 카피라이터이다.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명품 가방과 옷, 액세서리에도 신경을  쓸 수 있을 정도이고, 대학시절에 좋아하던 사람을 새로운 직장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얼마 전에 여자 친구와 헤어졌으니, 사랑을 성취할 수도 있을 것같은 예감이 든다.
그런데, 이 무슨 날벼락인가~~
자신의 라인인 본부장은 회사를 그만두고, 그 자리에 온 새로운 본부장.
그녀는 로열 패밀리, 자신감 넘치고 당당하고...
" 어차피 나와 경쟁을 할  군번의 사람도 아니고 하늘같은 상사로 부임해 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그녀의 눈부신 백그라운드 앞에서 설명하기 힘든 씁슬함과 패배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P52)
" 뼛 속까지 부유한 그녀에게서는 굳이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그 부유함이 사소한 동작과 표정, 목소리에서 묻어났다. (...) 자신감이 넘쳐 흘렀지만 모든 것을 포용하는, 아랫 사람에게서 존경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인덕같은 것은 엿보이지 않았다. " (p59)
새로운 본부장과의 마찰.
여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살기.
작가가 카피라이터로 일을 한 경험이 있기에, 작품 속에는 광고 회사의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잘 표현되어 있다.
광고 카피들도 상당수 등장하기에 그런 카피와 콘티들을 읽는 재미도 있다.
여기에 김준희의 사랑이야기도 함께 풀어나간다.
진정한 사랑의 의미도 깨닫게 해 주는 것이다.



젊은 작가의 감각으로 자신이 다녔던 직장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풀어나가는 <비하인드>는 경쾌하면서도 통쾌하기도 한데, 그 속에 젊은 직장인들의 애환까지 담겨 있어서 큰 재미를 가져다 주는 소설이다.
작가는 " <호밀밭의 파수꾼>에 나오는 말처럼 누군가 내 소설을 읽고 나에게 전화하고 싶어 했으면 좋겠어요"(작가 소개글 중에서 발췌)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모든 작가들이 생각하고 있는 바람이 아닐까 한다.



그것은 자신의 작품과의 소통을 바라는 작가의 작은 마음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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