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헤더 구덴커프 지음, 김진영 옮김 / 북캐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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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작가인 '헤더 구덴커프'의 데뷔작인 <침묵의 무게>를 읽은 지가 1년이 좀 안 되었는데, 그녀의 두 번째 작품인 <히든>을 읽게 되었다.
  '헤더 구덴커프'는 <침묵의 무게>에서 가정의 중요성, 부모의 역할 등을 주제로 박진감 넘치는 글솜씨를 자랑했다.
이 책에는 자신의 자녀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너무도 끔찍스럽고 감당하기 힘들 이야기들을 복잡한 복선을 깔아 가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미스터리 소설 형태를 띤 가족 소설이었다.
너무 흥미로워서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흡인력이 강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침묵의 무게'가 가중될 만큼 긴 침묵을 지켜야 할 정도 긴 여운이 남았었다. 


  

이런 작가의 작품 경향을 알고 있었는데도, 그녀의 두 번째 작품인 <히든>의 결말 부분에서 허를 찌르는 반전에 부딪혀야만 했다.
<침묵의 무게>가 아동 학대, 아동 성폭력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히든>은 미성년자 미혼모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끔씩 여고생이 부모 몰래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죽여서 버린 사례들이 있는데, 영아 유기죄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소설의 중심 인물인 앨리슨과 브린 자매의 이야기가 '그날 밤'의 이야기를 자신들의 입장에서 세밀하게 묘사되고 있다.
작가가 16 년간 교사 생활을 했기에 학생들의 심리, 성격, 상황 등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그것을 소설 속의 인물들에 잘 적용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앨리슨은 16살, 여고생이다.
완벽한 부모밑에서 자란 완벽한 딸.
변호사를 꿈꾸는 공부 잘하고, 운동 잘하고, 키크고 예쁘고, 거기에 성격까지 좋아서 학교내에서 인기가 좋은 학생이다.
여동생인 브린은 언니보다는 못하지만 언니를 잘 따르고 그런 언니가 부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언제나 브린은 앨리슨의 도움을 받는 그런 동생이다.



그런데, 어느날 앨리슨은 브린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부모님이 파티에 가서 없는 동안에, 앨리슨이 출산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도 몰랐던 임신, 그리고 고통 속에 출산을 하게 되는 앨리슨.
브린을 언니를 출산을 돕지만, 부모는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기에 그 사실을 알릴 수가 없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갓 태어난 아이를 강에 버리는 것이다.
비가 억수처럼 쏟아지는 날에....


" 내 평생 옳은 결정만 내리고 살다가, 한 번의 실수로 인해 내 삶은 망가졌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삶은 참 불공평하다. " (p 84)


결국에 언니는 영아 살해죄로 감옥에 가게 되고, 5년 후에 교도소를 나와 사회복귀 훈련 시설로 가게 되는데, 이때부터 숨겨졌던 '그날 밤'의  새로운 진실들은 하나씩 벗겨지게 되는 것이다.
앨리슨이 잡혀 갈 때도, 재판을 받을 때에도, 출감을 했을 때에도 단 한 번도 찾아 오지 않는 부모.
그리고, 언니의 구속으로 학교에서, 가정에서 힘든 생활을 하여야만 했고,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가는 동생.
앨리슨은 감옥에 갔지만, 브린은 자신만의 감옥에 갇혀서 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건 후에 그녀들의 부모는 자신의 가문에 먹칠을 하고,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만 힘겨워 하는 것이다.
자신의 딸들인 앨리슨과 브린의 마음은 생각하지도 않는 것이다.
자신들의 완벽한 딸인 순수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온 천하에 알려진 것만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앨리슨이 출감후에 잠깐 집에 들렀을 때에 그녀가 그리웠던 자신의 방은 모든 것을 말끔하게 치워 버린 텅 빈 방이었다면 그 부모들의 성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날 밤'이후 언니와의 모든 통로를 닫아 버린 브린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 그 순간은 언니를 증오하고 있었다. 그녀에 관한 모든 것이 죽도록 싫었고, 완벽한 언니, 똑똑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언니가 임신을 하더니, 이젠 내게 비밀을 지키라고 강요한다는 것이 싫고 미웠다.
우리 외에 그 여자 아이에 대해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며, 그 애가 존재했다는 것도 모를 것이다.
언니를 증오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이제 이대로 모든 것을 잊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자신의 완벽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 (p216)


그러나 '그날 밤'의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또 있으며, '그날 밤'의 진실은 밝혀진 것이 모두는 아니라는 것이다.
5살 꼬마 조슈아.
그리고 그를 둘러싼 차메인과 클레어.
이들은 또 어떤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들일까?

  


<히든>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영아 유기죄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부모의 역할, 가정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를.
자녀를 부모의 명예와 권위를 빛내주는 존재로 생각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가족 구성원간에 서로가 서로를 아껴주고 사랑하며, 가족 중에 누군가가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에 같이 생각하고 같이 해결해 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앨리슨의 한 번의 실수가 커다란 불행을 가져왔던 것은 부모가 그 역할을 하지 못했기때문인 것이다.
가족의 의미와 부모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주는 <히든>은 읽은 후에 한참동안 이 이야기를 곱씹어 보게 될 정도로 긴~~~ 여운이 남는 작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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