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내지 않고 핀란드까지 - 스무 살 때는 알 수 없었던 여행의 의미
박정석 지음 / 시공사 / 2011년 5월
평점 :
강원도 시골마을에서 농사를 짓기도 하고, 개와 닭을 기르면서 아주 편안한 일상을 지내고 있던 그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한없이 나태해진다.
중증의 게으름과 동력 상실, 무감각의 합체라고 저자 자신이 표현하는 심심할 만큼 변화가 없는 일상.
나는 기계인가, 사람인가.
어디론가 떠날까~~
그러나, 모든 것이 걱정스럽다. 밭에 심어 놓은 채소들은 누가 물을 줄까?
개와 닭들의 사료는 어떻게 하나~~~
그래도 떠나자 !!
어디로 갈까?
그래서 선택한 여행지가 핀란드이다.
그러나, 핀란드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서 핀란드를 여행의 끝자락으로 접어 놓고 짠 일정은
터키, 불가리아, 루마니아, 풀란드, 발트 3국 그리고 마지막으로 핀란드로 여행을 끝맺고자 한다.
여기까지 이 책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도대체 저자 '박정석'은 누구인지 궁금해진다.
강원도 시골마을의 촌부라고 하기에는 글솜씨가 대단하다.
저자는 서울에서 나고 자란 30대 중반의 전직 여행작가이다.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미국 시카고 노스웨스턴대학교와 플로리다 대학교에서 영화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소설가이기도 하고, 세계 60 여개국을 여행하고 몇 권의 책을 내기도 하고, 번역작업을 하기도 한다.
지금 그녀가 살고 있는 동해안 마을의 집을 지은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 내기도 했다.
그녀는 여행을 떠난다.
여행지에서 그가 느끼는 것들은 20대 배낭여행자로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던 때와는 또 다른 감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그녀는 처음 떠난 배낭여행에서는 많은 것을 보고, 즐기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초행길에서 길을 잃어도 좋다. 여행지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에....


그가 첫 여행지로 선택한 터키는 이슬람 문화의 국가이지만, 다른 이슬람 국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나라이다.
동양과 서양, 아시아와 유럽, 이슬람과 기독교, 현대와 과거가 서로 대칭을 이루면서도 조화롭게 공존하는 곳.
폴란드의 크라쿠프 기차역에서는 값비싼 DSLR 카메라와 여행경비를 소매치기당하기도 한다.



그래서 카메라없이 다니는 여행이 되기도 하지만, 그 역시 그녀에게는 추억으로 남겨지는 것이다.
발트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리가.
그리고 나에게도 이 책에서 가장 기대되는 여행지인 핀란드.
그런데, 핀란드인들은 극도로 과묵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다.
1년 중 한달이 훨씬 넘는 시간동안 어둠에 갇혀 살아가야 하기에, 추운 겨울을 견뎌 내야 하기에 핀란드인들은 그렇게 차가운 것일까?

마지막 여행지의 아름다움은 호숫가 오두막에서의 하루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녀에게 여행은 과장되지도 않고, 포장되지도 않은 아주 작고, 사소한 부드럽고 미묘한 떨림들인 것이다.
"아름답다.
이런 순간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굉장한 풍경일 필요는 없다.
분노나 쾌감처럼 몸을 꿰뚫을 듯 통렬한 감정말고,
작고 사소한, 부드럽고 미묘한 떨림들,
스무 살에는 알 수 없던 의미들. (마지막 장에서)"
여행작가다운 글솜씨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한 권의 책.
<화내지 않고 핀란드까지>
그녀따라 거닐었던 8개 나라의 이야기는 이 한 권의 책에 담겨져서 내 책장에 꽂혀 있게 되었다.
궁금할 때마다 들춰 볼 수 있는 아주 가까운 나의 책꽂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