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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남자들! ㅣ 문학동네 청소년 10
이현 지음, 이지선 북디자이너 / 문학동네 / 2011년 5월
평점 :
이현 !!
아주 낯설지는 않은 이름이다. 그런데, 어떤 작품으로 만났더라~~
저자 소개글에서 그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로봇의 별/ 이현 글, 오승민 그림, 푸른숲 주니어, 2010> 1권~3권 시리즈 였다.
마치 영화 'A.I'와 소설 '2058 제너시스'는 연상시키는 SF소설이다. 권별 화자로 세 로봇이 나오게 되는데, 세 로봇이 자기 나름대로의 꿈을 쫒아가는 과정이 작가의 상상력으로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헤쳐나가는 모험담을 토대로 한 이야기였다.
이현의 글과 함께 오승민의 그림이 상당 부분 들어간 그런 책이었다.
전에 내가 읽었던 이현의 SF소설과는 너무도 다른 장르의 성장소설.
과연 같은 작가의 작품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오, 나의 남자들!>을 읽어 내려갔다.
흔히 다루어지는 이야기의 배경과는 같으면서도 다른 배경이라고 해야할까?
인문계 고등학생들의 이야기가 아닌 전문계 고등학교인 서경 생활과학고등학교, 그리고 국제조리과학과.
열일곱 살, 나금영의 가정생활과 학교생활을 둘러싼 이야기들
나금영은 세상의 남자를 두 부류로 나눈다. "강동원과 강동원이 아닌 남자들" 로~~
강동원은 '스크린 속에서만 존재하는 아바타일지도 모른다" 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나금영의 남자는 이렇게 분류되었다.
그러나, 열일곱 봄날에 이르러 금영은 남자란 "강동원과 강동원이 아닌 남자, 그리고 강동원은 아니지만 괜찮은 남자"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건 금영이가 자신의 통행금지 시간 8시 이후의 세상을 알게 되면서 거쳐야 했던 힘겨운 과정을 넘어서 터득하게 되는 것들 중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우리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고등학생들의 생활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죽기를 무릎쓰고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해야하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찌보면 인문계 고등학생들에 비해서는 학업이라는 힘겨운 짐을 내려 놓았기에 더 많은 여유와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전문계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이기에 더 많은 이야깃거리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차례부터가 색다르다.
전두환, 최강태진,조 기자, 한상진, 선우완, 나금호, 오정우, 나성웅, 변 모씨, 강동원.
이렇게 10명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다.
다른 이름들은 나금영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전두환과 강동원은 너무도 낯익은 이름이기에 왜 이 책의 차례에 끼어 들었을까 궁금해질 것이다.
책 속에서 왜 두 인물이 등장하게 되는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두환과 같은 육사출신이지만, 계급이나 가는 길은 너무도 달랐던 할아버지.
한때는 대한민국 육군 장교의 꿈을 꾸었지만 법대를 나와 변두리 노래방을 운영하는 아버지.
잘 나가는 여자 변호사를 꿈꾸었지만 아버지를 만나 노래방을 지켜야 하는 엄마.
아버지의 못 이룬 꿈을 대신해 육사를 가려다가 좌절되는 오빠.
아버지와 엄마가 노래방 운영에 있어서 부당한 행동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알게 되는 기성세대인 부모에 대한 실망감.
그리고 '떡실신' 동아리를 중심으로 한 학교생활의 이모저모가 친구와의 우정, 살며시 찾아오는 첫사랑,스토커처럼 따라붙는 남자선배에 대한 힘겨움, 한상진 선생님을 둘러싼 루머에 또 루머가 가져오는 파문.
이처럼 많은 이야기들이 엉켜졌다가 풀려나가는 것이다.
어쩌면 열일곱 살이란 그들이 가진 꿈만으로도 벅찰 수 있는 시기이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별 큰 일들이 아닐 수 있는 생각과 사건들은 끊임없이 그들의 주위를 맴돌고 그것들이 그들을 힘겹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 열일곱 나금영은 이 모든 일을 슬기롭고도 자연스럽게 잘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더 예뻐 보이는 열일곱 나금영이다.
< 오, 나의 남자들!>을 읽는 재미 중의 하나는 1970년대부터 유행하던 노래들이 노래방 선곡 번호를 등장시키면서 이야기 속에 살며시 들어 있다는 것이다.
나금영은 어려서부터 부모가 노래방을 운영했기에 한글도 노래방 자막으로 익히고, 숫자도 노래방 노래 선곡 번호로 익혔기에 노래 가사나 노래 번호가 자연스럽게 글 속에 떠다닌다.
"9256번. 오늘의 첫 곡이다.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나의 노래.
<혼자가 아닌 나>는 모두와 함께 부를 것이다. 나의 친구들, 나의 선배들, 그리고 먼 자유를 찾아 날아오를 나의 선생님과 함께.
그리고 언젠가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이 시간을 돌아보며 조금쯤 외로워질 나와 함께. (P293)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서
" 세상의 모든 딸들이 그녀의 남자들에게 보다 이기적이기를 바란다.
(...)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무한한 응원을, 세상의 모든 아들들에게 이기적인 사랑을, 제 3의 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무지갯빛 우정을 보낸다"(P295)라는 말을 전한다.
청소년 소설, 성장소설인 <오, 나의 남자들!>은 이야기의 전개 과정만으로도 소설 속에 담고자 했던 의미들을 명확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책의 끝부분에 수록된 <작가의 말>을 읽게 되면 내가 읽은 내용 그이상의 어떤 메시지가 담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이다.
나는 작가가 말하는 "이기적인 사랑"의 의미까지는 잘 파악할 수 없었기때문이다.
내가 본 이 작품의 내용은 세상을 처음 바라볼 수 있는 나이가 된 열일곱 소녀가 부딪히게 되는 일상 속의 작은 이야기들, 그것들은 결국에는 물흐르듯 천천히 흘러 지나가게 된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던 것이다.
물론, 청소년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