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처럼 자라는 집 - 임형남.노은주의 건축 진경
임형남.노은주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나무처럼 자라나는 집, 들 꽃처럼 피어나는 집'
항상 이런 집을 설계할 것만 같은 임형남, 노은주가 들려주는 이야기.



우선 책 제목과 책 표지에서 느낄 수 있었던 자연처럼 소박하고 정겨운 이야기는 책을 덮은 다음에도 마음 속에 남아 있을 정도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그것은 저자가 "철학이 있는 건축가들이고 생각하는 글쟁이들" (건축가이자 시인인 함성호의 글 인용)이기때문인 것이다.
책을 한 몇 페이지 넘기는 순간 나는 너무도 눈에 익은 삽화 한 장을 보게 되었다.



내가 어릴 적에 살았던 청파동의 옛집이 거기에 있었다.
한참을 반가움에 보고 있으니, 어릴 적 내 추억 속의 집의 대문은 아마도 초록 대문이었던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쯤이면 우리집의  대문 옆 담장위에는 빠알간 넝쿨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을 것이다.
그 추억 속의 집은 우리 아버지가 직접 땅을 사고, 설계를 맡기고, 땅파기에서부터 집의 모양을 갖추는 과정을 모두 지켜 보셨던 집이다.
그래서 애착이  더 가셨는지, 때마다 보수를 하시고, 증축을 하시면서 관리를 하셨던 집이었다.
<나무처럼 자라는 집>의 3장 " 상산 마을 김 선생댁 이야기"를 읽으니 집짓기에 대한 어려움과 함께 집이 설계되는 과정이나, 건축가의 집짓기의 마음이 너무도 잘 나타나 있어서 우리 아버지도 그 집을 지으실 때에 이런 생각과 과정을 밟으셨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가 우리들에게 가장 먼저 소개해 주는 집은 양동마을의 고옥이다.
1560년에 지어졌지만, 화재로 모두 소실되고, 100 여년전에 지어진 집.
집과 나무, 인간과 자연을 생각하게 하는 집.





"그때 나무는 건드리지 않으려고 애썼고, 그 덕분에 담장과 나무가 저런 자세로 공존하게 되었나 봅니다. 그 시간의 길이와도 상관없이 이 집에는 사람과 자연 사이의 존경과 조화로운 공존이 느껴집니다.
집은 사람이 짓지만 시간이 완성합니다. 집이란  짧은 시간 동안 한 번에 지을 수 없는 이야기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집 자체가 스스로의 완성을 유보한 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완성되어 간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 (p20)
저자는 '오래된 시간이 만드는 건축', " 우리 주변,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양동마을, 조계사, 인곡리 신 선생댁, 지리산, 병산서원, 송광사, 무량수전 등에서의 건축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런 곳들은 우리들이 가 보았던 곳들도 있지만 우리들의 눈에는, 우리들의 마음에는 보이지도 않고, 느낄 수도 없었던 것들을 저자는 자세하게 알려 주는 것이다.
이제야 우리들에게는 숨겨져 있던 그 많은 것들 중에 아주 작은 부분들이 보이고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 마음이 잔잔해 지는 것은 책 속에 저자가 직접 그린 삽화들이다.
양동마을의 인간과 자연의 어우러짐을 나타내는 집을 그린 삽화는 여러 장에 걸쳐서 조금씩 조금씩 윤곽을 드러낸다.
또한 삽화들이 스케치북에 물의 번짐이 그대로 나타나는 수채화, 선이 굵은 목탄화, 색연필화, 또는 사진들과 설계도면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건축에는 시간이 담깁니다. 어떤 찰나일 수도 있고, 어느 길고 긴 시간일 수도 있고 혹은 어떤 사람들의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건축은 타임캡슐입니다.
좋은 시간이든 나쁜 시간이든 건축에는 그런 시간들이 담기고 천천히 들여다 보면 그 시간이 읽힙니다. "
 (p47)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던 상산 마을 김 선생 집짓기를 통해서 그 집을 설계하는 건축가로서 "나무처럼 자라는 집, 들 꽃처럼 피어나는 집"을 짓기 위한 노력과 과정을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다 담아 놓았다.

 





 

요즘 세상에 자신만의 집이 없는 그런 사람들에게 집은 '껍질'이기도 하고 '재산'이기도 한 것이다.
비슷한 과정을 거쳐서 집을 장만하고, 또 노력하여 조금 큰 집으로 이사하고, 똑같은 구조에,똑같은 방향에, 똑같은 소파을 놓고, 똑같은 식탁을 놓고, 똑같이 앉아서 TV를 보고 사는 우리들을 보면서 저자가 설계하고 싶은 집은 자신만의 집을 그려주고 싶은 것이다.
" 저는 집을 그리고 싶습니다.
국도를 따라가다가 만나게 되는 집들처럼,
서울이 아파트와 다세대주택에 뒤덮이기 전에
골목 골목에서 만나던 건강한 집들처럼,
우리가 그리워하는 그런 집말입니다. " ( 책 속의 글 중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집을 생각하게 된다.
그만 그만한, 별로 다르지 않은 집들.
우리들이 원하는 집은 과연 어떤 집이었던가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아파트나 집의 평수만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집을 생각하지는 않았는가를.
그리고 정말 내가 살고 있는 집이 "나무처럼 자라고, 들 꽃처럼 피어나는 집"인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철학이 있는 건축가의 생각은 정겨우면서도 신선했고,
글쟁이의 글은 글솜씨까지 뛰어났고,
책 속의 삽화들은 특색있고 다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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