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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우리 차 - 계절별로 즐기는 우리 꽃차와 약차
이연자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요즘은 조금만 신경을 쓰는 다양한 차를 마실 수가 있다.
꽃차, 약차를~~
대학에 다닐 때에 보성 녹차밭으로 답사를 간 적이 있다.
그당시만 해도 기차를 타고, 시외버스를 타고 아침부터 하루종일을 가야하던 시절이었는데, 보성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구불 구불 고개를 넘고 넘어 가는데, 산 아래로 초록의 녹차밭이 넓게 펼쳐지는 것이었다.
차잎을 따는 아낙들의 모습. 큰 주머니를 허리에 매고, 큰 가위로 차 잎을 따는 모습이 너무도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만해도 홍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있어도 녹차는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던 때이니, 그 잎으로 녹차와 홍차가 만들어진다는 것도 다원을 찾아가서야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후에도 몇 번 보성 녹차밭을 찾은 적이 있지만, 처음 찾았던 때의 아낙들의 차잎을 따는 모습은 기억 속에 흐릿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이연자'는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우리 차, 전통 문화 연구를 해 온 사람이기에 그가 들려주는 차 이야기는 깊이가 느껴지는 것이다.

세계 4대 장수 식품이기도 한 것이 바로 차이며, 그 차의 종류는 너무도 다양한 것이다.
찻 잎만으로도 차의 제다기술과 품질, 특성에 따라 중국에서는 6대 다류로 분류하는데, 녹차, 백차, 황차, 청차, 홍차, 흑차가 되는 것이다.
그 밖에도 차나무에서 어린 싹이나 잎을 따서 가공한 차의 종류는 비공식 집계이기는 하지만, 수백 종류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차나무가 아니라도 우리의 산하에는 지천으로 차의 재료들이 널려 있는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따라서 피는 꽃들을 가지고 꽃차를 만들기도 하고 약차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모든 꽃이 꽃차를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다.
능소화, 봉선화, 인동꽃 등은 꽃차를 만들면 안 된다. 꽃 중에는 독성이 있는 꽃이 있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만 <사계절 우리 차>를 읽다보면 꽃차, 약차의 재료가 될 수 있는 꽃이나 나무들은 너무도 많은 것이다.
개나리꽃, 목련꽃, 산수유꽃,생강나무꽃, 진달래꽃, 연꽃. 민들레꽃, 원추리꽃....
도라지, 배, 인삼, 석류, 생강, 오갈피, 메밀....
그냥 눈에 보이는 모든 꽃과 나무에서 차 재료를 얻을 수 있을 것같은 마음이 들 정도로 많은 차 재료가 되는 나무와 꽃들이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차 재료로 차를 만드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예를 들어 생강나무의 경우에 생강나무꽃차, 생강나무차, 나무잎차 등으로 차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많이 만들지 않아도 꽃 한줌으로 조금씩 집에서 만들어서 차를 마실 수 있게 그 방법을 설명해 주는 것이다.
차만 만들어 마시는 것이 아니라, 꽃절임, 꽃 술담그기, 생활용품만들기(베갯속, 꽃목욕 등)
망종(이 때 수확한 것이 가장 효능이 있다고 한다)을 중심으로 청매실이 잠깐 시중에 나오게 되는데, 때를 놓치지 않고, 청매실차도 만들고, 매실청도 만들고, 매실 장아찌도 만들 수 있는 때가 온 것이다.

지난 겨울에 동네근처의 나즈막한 산을 오르는데, 몇 명의 초등학생들과 선생님이 자연 관찰을 하고 있었다.
지나치면서 얼핏 들으니, 어떤 나무를 보고, 그 나무의 이름이 생강나무인데, 봄에 가장 먼저 꽃이 피는 나무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올 봄에 그 나무를 보니 산수유 꽃을 닮은 꽃이 피어 있었다.
그래서 그 선생님의 말을 생각하면서 산수유나무였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 궁금증이 이 책을 통해서 풀리게 된 것이다.
"도시의 봄은 개나리꽃으로 시작하고 산속의 봄은 생강나무꽃으로 시작한다고 한다. 얼음이 채 녹지 않은 3월 초, 마치 산수유를 닮은 듯한 꽃이 피어나고 꽃이 진 후에 싹이 나온다. 봄을 가장 먼저 알리른 기특한 생강나무는 생강나무 꽃차는 맵싸한 생강 향과 연둣빛 차색으로 나른한 봄날의 생기까지 들게 한다.
(...) 나무의 꽃송이를 따거나 잎이나 가지를 꺾어 손으로 비볐다가 맡으면 알싸한 향기가 나는데, 이 향이 생강 냄새와 비슷해서 생강나무라는 이름을 붙였다. " (p42)


이 책은 꽃차, 약차에 관한 이야기와 차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이처럼 나무나 꽃에 대한 자세한 설명까지 해 주기때문에 나무와 꽃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읽어도 좋은 정보를 많이 만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 산과 들을 품은 꽃차 한 잔
빼어난 약효로 몸을 다스리는 약차 한 잔" ( 책표지 글 중에서)을 집에서 손쉽게 만들어 마시기를 원한다면 <사계절 우리 차>는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