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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생각한다
슬픈한국 지음 / 이비락 / 2011년 4월
평점 :
<한국을 생각한다>의 가장 큰 특징은 저자가 필명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에서 경제관련 글을 쓰는 필명 '슬픈 한국'이 이 책의 저자이다.
필명이 가질 수 있는 자유로움은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학력도, 나이도, 성향도, 그밖의 여러가지가 숨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책의 저자들보다도 자신의 생각을 속시원하게 털어 놓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진실인 것처럼 받아 들일 수도 있기에 자칫 잘못된 생각을 그대로 여과없이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더욱, 나처럼 경제적 지식이 없는 독자들은 혼돈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각종 매체들이 정권과 재력에 의해서 올바른 소식을 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경제적 지식이 얕은 일반인들은 눈뜬 장님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그것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스컴에 의해서 잘못된 소식들을 받아들이고 있기때문이다.
이 책을 읽게 되면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사실들과 슬픈 한국이 말하고 있는 생각들에는 많은 괴리감이 있다는 것이다.
좋게 이야기한다면, 국민들은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고, 정부는 국민들에게 그들의 속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슬픈 한국'이 인터넷에 올리는 글들은 깊이가 있고, 경제를 모르는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썼다고 하는데, 그것들은 모아서 묶은 이 책도 그리 어려운 책은 아니다.
저자가 차근차근 논리정연하게 한국 경제가 처해있는 불편한 진실들을 잘 이야기해주고 있기때문이다.
2009년 국민은행 파생 손실 100조의 루머가 주는 교훈, 부동산 버블, 통화버블, 빈부격차. 청계천의 실패.
그리고, 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를 5번씩이나 읽으면서 그가 생각한 김용철.
이건희와 삼성이야기.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장하준 교수의 책 속의 오류.
이런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저자는 분명 상당히 경제적 식견을 가진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눈에 훤히 보이는 한국의 현실이 슬픈고 어두운 것이리라.
저자 특유의 날카로운 경제학적 분석과 생생한 현장의 사례들은 그가 한국 사회에서 어렵게 사는 수많은 서민들을 위해서 던지는 메아리와 같은 이야기들이다.
자신이 크게 소리쳐 이야기해 보지만, 정권은, 재벌들은 눈 하나 깜빡거리지 않고, 그대로 다시 저자에게 날아오는 메아리.
그래서 저자는 아고라를 통해 소리치고, 그 글들을 읽은 사람들은 한탄을 하고, 출판사는 그의 글을 책으로 엮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 이 책의 미덕은 (...) 경제만을 위한, '경제학'이 아니라 함께 나누고 같이 살아가기 위한 '정치 경제학' 혹은 '인문(人紋) 경제학'이라는 패러다임을 언급하고 있다. (P4)
"암울한 상황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길, '깨어있는 시민의 힘' 그리고 이를 통한 한국적 문화창출 뿐이다. " (P16)
저자가 부동산, 화폐금융, 세계경제, 한국의 정치, 사회단상을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우리들이 몰랐던 부분들이고, 그런 진실을 알게 되면 너무도 암울한 사회에 경멸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에 이 책이 여기까지만을 이야기한다면 너무도 슬픈 한국이겠지만...
이 책을 쓴 목적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사람들의 삶이 과연 행복해질 희망은 존재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고민과 해결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제 3 장 (한국 사회의 위기)에서는 이명박과 삼성을 비판한다.
제 4장 (한국 사회의 희망)에서는 이정희, 한명숙, 유시민, 이해찬, 노무현, 김대중을 이야기한다.
결국에 그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제 3 장과 제 4장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저자가 한국사회를 슬프게 본 이유, 그리고 그 속에서 새로운 희망찬 한국을 찾으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확연하게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언제부턴가 정치인들을 비롯한 사람들을 나누는 기준에 보수진영, 진보진영이 존재하고 있다. 말하자면 '슬픈 한국'은 진보진영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구태여 이렇게 나누는 것조차 좋게 생각되지는 않지만, 우리의 현대사가 이런 모습을 만들어낼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제 3 장과 제 4 장은 정치색이 많이 가미된 부분들이기에 (물론, 다른 장도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특히 이 부분이 더 그렇다) 이 책을 어떻게 소화하느냐는 독자들 몫이 아닐까 한다.
마지막으로 그가 권하는 것은 주권행사이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 정당, 저 정당, 마땅치 않은 경우가 있어서 소중한 주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자신의 한 표를 사장시키기도 하는데.
(..) 정치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것이며, 그 핵심은 언제나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 국민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소중한 한 표의 힘이 온 우주를 바꿀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작고 소소해 보이는 듯하지만 실은 가장 위대한 가치를 언제나 당신의 삶 속에서 결코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말입니다. (p432)
그리고 이 글의 바로 뒤에는 고인이 된 두 대통령의 이름이 거론된다.
이 책이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올려졌던 글들을 중심으로 묶여진 책이기에 필명이 사용되었겠지만, 필명이 아닌 실명으로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은 경제학과 인문학을 바탕으로 쓰여졌기는 하지만 정치인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에 그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이 스스로 내려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