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인생도처유상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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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가 출간되었다.

   
 

아마도 약 10년만에 출간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일 것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그동안 문화재 청장으로 공직에 몸담고 있어서 집필활동을 하지 못했는데, 이 책을 또다른 시작으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즌 2에 들어간다고 썼다.
그러니, 쓸 이야기가 많은 저자에겐 기다림의 시간들이었을 것이지만, 그래도 칼럼 등을 통해 차곡차곡 모아 놓았던 글들과 새로운 글들이 앞으로 한 권씩 책으로 묶여져서 나오게 되리라.
우리의 문화유산을 둘러보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도 그동안 저자의 책을 보지 못했다는 것은 목마름의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작년 그의 책인 <유홍준의 한국 미술사 강의 1 / 유홍준, 놀와, 2010>을 읽으면서 그나마 우리 문화 유산들을 접할 수 있기는 했었던 것이다.
나에게 답사란?
대학시절 답사를 다니는 학과를 다녔으니, 때마다 산과 들로~~
역마살이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으니, 연휴와 방학의 많은 날들은 또 산과 들에서 보내기도 했었다.
그곳엔 산이 있었고, 절이 있었고, 우리의 문화 유산이 함께 있었다.
그런 나에게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기존에 이런 답사기는 찾아 볼 수 없었으니....
답사기로 읽었던 글은 그당시에는 고작 국어 교과서에 나왔던 불국사 기행문이었디/
불국사 기행문에 나오던 연화교, 청운교, 백운교, 다보탑, 석가탑에 대한 그토록 아름다운 표현들을 학창시절에 아무런 감흥없이 읽었건만, 나중에 불국사에 가게 되었을 때에 그 의미를 알게 되었던 것이다.
어찌 되었던, 나에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그 어떤 책보다도 값진 선물과 같은 책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은 모두 14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 경복궁에 관한 글이 4꼭지, 부여에 관한 글이 4 꼭지를 차지 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스케일에 열등감을 느끼기에 우리의 궁궐에 대해서 우월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중국의 자금성의 거대함에 입을 다물지 못하지만, 거기엔 궁궐의 미학과 매력이 없는 것이다.
중국은 안 가 보았지만, 대만에서 여러 문화문화유산을 접하면서의 느낌은 거대함은 있을 지 몰라도,우리의 문화유산들이 가지는 섬세하고 숨은 뜻이 담긴 디테일은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들이 들었었다.
저자는 경복궁 복원사업으로 옛 모습을 되찾아 가는 경복궁의 이모저모를 상세하게 이야기해 준다.




자연과의 어우러짐이 뛰어난 우리의 궁궐들 중의 하나인 경복궁의 큰 그림에서부터, 근정전 월대의 모서리 석견의 유머스런 감각, 근정전 박석이 조각보처럼 된 것은 빛의 난반사를 막기 위함이었음을.



 

자경궁 굴뚝의 십장생 벽화는 이 자체가 뛰어난 설치미술로 장식 건축물 자체임을 일깨워준다.
 
 

우린 문화유산을 볼 적에 큰 그림만을 보고 돌아서 나오지는 않았을까?
나 역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만나기 전에는 궁, 절, 서원, 박물관의 유물을 볼 때에 큰 부분만을 보았지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만나게 되면서 작은 부분, 부분까지도 눈여겨 보게 되었던 것인데, 또다시 이 책을 통해 그런 안목을 키워 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인문학 서적으로 밀리언셀러가 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인문학 서적이면서도 사람사는 이야기, 꽃이야기, 풍경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합천군 가회면 오도리의 쌀밥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처럼, 흰 눈을 뒤집어 쓴 것처럼 아름다운 이팝나무, 민속원의 그 어떤 복숭아꽃보다 더 곱디 고운 개복숭아꽃.

  

나무와 꽃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은 선암사의 사계절을 다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이야기인데, 저자는 이런 이야기까지 모두 책 속에 담아낸다.  




선암사의 뒷간은 왜 이리도 운치가 있으며, 현판은 왜 이리도 유머러스한가~~

 
여기에서 저자는 정호승의 시 한 편을 소개한다.

 


(..)시인 정호승은 <선암사>라는 시에서 이렇게 읊었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창비, 1999)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에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p199~200)


영암사터의 쌍사자석등과 무지개 다리의 조화.
그것이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관촉사 해탈문은 몸을 숙이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게 해 놓았고, 개심사는 거울못에 외나무다리를 걸쳐놓아 조심하지 않고는 법당으로 오르지 못한다. 그런데 영암사터에서는 좁다란 계단에 디딤돌을 얕게 새겨 발뒤꿈치를 허공에 매달고 오르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사다리 다리모양으로 곧게 뻗어 있는 것이 아니라 무지게 모양으로 호를 그리며 휘어져 있다.
그 곡선의 아름다움을 무어라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고작해야 무지개의 한 자락을 오려놓은 것 같다는 표현을 할 수 있을뿐이다. (p306)


전국의 돌담길 8 곳의 사진은 우리의 옛 향기를 느끼게 해 준다.



이 책에서 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부여 답사기.
모든 고대 국가들은 멸망했는데, 유독 그 멸암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하곤하는 백제.
옛 백제의 향기를 부여에서 찾아본다.
부여답사길에 유독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고려시대의 장암리 장하리의 삼층석탑.

 
 
이 탑의 전체 구성을 보면 얇은 지붕돌의 경쾌함과 훤칠한 몸통의 상승감에서 그 조형적 특징을 찾을 수 있다. 그에 걸맞게 1층과 2층의 몸돌은 네 귀퉁이에 긴 기둥을 새기고 그 가운데를 가늘게 홈을 파서 경쾌함과 상승감을 살려내고 있다. 그런데 3층 몸돌만은 이런 구성을 포기하고 홈을 위쪽으로 반만 깎아 놓은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 탑의 매력포인트였던 것이다. 이럴 때 쓰는 말이 바로 교시(敎示)다. (p388)


  

10 년만에 만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은 오래된 친구가 먼 곳에 있어서 한참을 못 보다가 다시 만나게 된것과 같은 익숙함과 반가움이 함께 있는 책이다.
이번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의 출간은 또다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시작이라는 것이 나에겐 또다른 즐거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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