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사는 마음에게
천양희 지음 / 열림원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책 속의 글을 인용한다면 시인은 자신을 40년대산 시인이라고 칭한다.
대학시절에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여 반 세기에 가까운 세월을 시인으로 살았지만, 그리 많은 작품을 쓰지는 못했다.



그건 그녀가 선택했던 사랑과 그를 둘러싼 생활이라는 굴레가 그를 온전히 시인만으로 살아갈 수 없게 했기때문( 책 속의 글 중에서)이며, 그래서 그녀는 항상 시가 고팠다고 한다.


"시를 쓰는 것은 숨을 쉬는 것과 같다는 시인이 있고,
시는 곧 생활이라는 시인도 있고, 잘 살기 위해서 시를 쓰는 나 같은 시인도 있다.
잘 산다는 것은 시로써 나를 살린다는 뜻이다." ( 책머리에 중에서)





또한, 천양희 시인은 "젊은 시인들이 가장 흠모하는 시인" (책띠 글 중에서)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시인의 어떤 점이 그렇게 젊은 시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만들었을까 궁금증도 생긴다. 
책을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서 그 이유가 확연해진다.
시인이 쓴 글들은 한 편의 산문시를 읽는 것과 같은 아름다움이 담겨져 있다. 
다양한 문인들과 그들의 작품이야기, 많은 독서의 영향으로 이 책, 저 책을 옮겨 가면서 인용되는 시와 소설 속의 구절들.
시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시를 쓴다는 것에 대한 시인 자신의 깊이있는 이야기들이 이 책을 읽는 나의 마음 속 깊이 울림으로 들려온다. 
'시업(詩業)'을 사업(事業)으로, '예술'을 '상술(商術)'로 혼동하는 시인들 대한 질타도 아끼기 않는다.
시인이 자신의 안일을 위해서 정치색이 물씬 나는 시를 읊곤해서 눈물을 찌푸리게 했던 생각들이 나기도 한다.
40년대산 시인은 70년대산 시인인 진은영, 김민정에게 자신의 마음이 그대로 담긴 메시지를 이 책 속에 담고 있다.
나는 두 시인에 대해서 잘 알지를 못하지만, 선배 시인이 자신의 책 속에 후배 시인에 대하 맘을 전달하는 글을 쓴다는 것도 그리 쉽지는 않은 일일텐데....
그리고 황지우 시인에 대한 글에서는

"전통은 가지고 있는 것만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깨어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증명하듯 그의 시들은 새로운 창조력을 일깨우는 자극제가 되었던 것이다. (...) 그는 이미 오류없이 깨달음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시인이었다.  그는  그때부터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를 보여 주었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을 때라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삶이란 얼마간 굴욕을 지불해야 지나갈 수 있는 길이란 것도 보여 주었다.
나는 그때 그의 시 앞에서 "언하(言下)에 대오(大悟)하라"는 말을 오래 생각했고, 운치있는 문장은 굳게 닫힌 쇠살문도 부순다는 말도 오래 생각해 보았다. (p29~30)


시를 잘 모르는 나는 이 뜻을 그리 명확하게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황지우 시인의 시가 많은  깨달음을 받았음은 분명한 것이다.
어린시절 아버지를 따라간 이발소에서 처음 보았던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이더라도>는 그의 인생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준 한 편의 시이기도 하다.
시인은 감동받은 몇 권의 명작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구라다 하쿠조의 <사랑과 인식의 출발>, 막스 뮐러의 유일한 소설인 <독일인의 소설> 등에 대한 이야기를.
이 중에서 오랜 세월동안 가끔씩 펼쳐 보는 <독일인의 사랑>은 얼마전에 다시 꺼내 읽으면서 그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의미로 접해 보았던 작품이기에 그녀의 생각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에 대한 단상들은 새롭지는 않았다.

"문학은 삶의 부족함을 뛰어 넘는 힘이 될 수 있다고 굳게 믿게 되어쏘,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기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 (p181)

<내일을 사는 마음에게>의 키워드는 "희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희망"은 곧 "내일"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 "내일"은 누구에게나 찾아 오는 것이고, 
비록 오늘이 힘들어도 "내일"은 우리들이 꿈꾸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시인은 자신이 시를 쓰는 것에 대하여, 문학 작품에 대하여, 문인들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던 것이다. 
시인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 
"명작은 사라지지 않고 뒤에 여백을 남긴다"(p184) 는 말~~~
우리에게 뒤에  남을 여백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끝으로 해 보게 된다.
많은 산문집들이 시시콜콜한 일상의 이야기만을 들려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런 책들과는 차별화되는 깊이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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