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오페아 공주 - 現 SBS <두시탈출 컬투쇼> 이재익 PD가 선사하는 새콤달콤한 이야기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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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년 가을이 시작될 때에 <카시오페아 공주>가 출간되었다.



출간당시 '두시 탈출 컬튜쇼' 이런 문귀가 책 소개와 함께 올라오곤 했는데, 가끔 오가며 흘러 나오던 라디오 프로그램인 '두시탈출 컬튜쇼'는 나른한 오후의 흩어진 마음을 잡아주듯 생기발랄하고 재치있는 대화가 오가곤 하는 것임을 슬쩍 슬쩍 지나치면서 듣곤했기에 <카시오페아 공주>도 그런 상큼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곤 했다.
<카시오페아 공주>를 쓴 이재익이 SBS '두시탈출 컬투쇼' PD 이기에.
그리고, 저자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아주 평탄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재익!



1997년 <문학사상> 소설부문으로 등단을 했다. 압구정 고등학교, 서울대 영문학과 졸업, 카튜사출신.
딱 보아도 '엄친아' 일 것 같은 느낌.
그리고 고교, 대학시절에 록그룹 활동까지. 지금은 PD, 시나리오 작가, 소설가, 영화작업.
요즘 작가들 중에는 이보다 더 많은 재능을 가지고 다재다능하게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활동을 하는 작가들도 있기는 하지만, 분명 이재익은 가질 수 있는 능력을 모두 갖춘 그런 작가인 것이다.
내가 이재익의 작품 중에 가장 처음 읽게 되는 책이 <카시오페아 공주>이다.
<카시오페아 공주>는 표제작을 비롯하여 <섬집 아기>, <레몬>,<좋은 사람>,<중독자의 키스>이 실려 있다.



그런데, 잔잔한 이야기를 상상했던 나에게 이 책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판타지, 멜로, 호러, 미스터리, 로맨스가 결합된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소설집(책 소개 글 중에서)이라는 책 소개글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마도 그의 작품인 <노란 잠수함>, <200X 살인사건>, <노란 잠수함>, <미스터 문라이트> 등의 장편소설을 읽어 보았다면 작가의 특색을 이해하기 쉬웠을텐데....
어찌 되었던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질 정도로 관심이 가는 작가인 것이다.
표제작이기도 한 <카시오페아 공주>는 아내가 살해당하는 장소에 함께 있었기에, 또한, 범인의 모습까지 생생하게 기억을 하고 있기에, 복수를 꿈꾸면서 격투기를 배우게 된다.

딸 미연의 영어 유치원 교사와의 만남이 이어지는데, 그녀는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말한다. 
카시오페아 별자리에 딸린 다섯 번째 행성에서 온 외계인. 


"맞다고요. 그날 아버님이 보신 건 제가 맞아요. 동시에 제가 아니기도 하지만 (...) 그날 보신 건 진짜 인간이에요. 저는 그 사람의 DNA복제로 만들어진 똑같은 육체를 가진 사람이고요. (...) 저는 외계인이에요? "(P35)

사람의 마음까지도 읽을 수 있는~~

진정한 마음은 굳이 읽거나 말하지 않아도 전해진다. 우린 외계인이 아니기에 확신하지 못할 뿐.
그래서 듣고 싶고 읽고 싶은 거겠지" (P52)


카시오페아 공주가 우연히 찾아내게 된 살인 현장의 인물.
카시오페아 공주는 마지막 선택을 요한다.
"첫 번째 초이스, 마음 속의 증오를 용서로 푸는 거예요. 대신 제가 떠나지 않고 곁에 있을게요."
(...)
"두 번째는?"
"저한테 비밀을 듣는 거죠, 대신 오빠 곁에 머물 수 없어요." (P98)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아내를 죽인 살인자에 대한 복수를 마음에 품고 살았는데...
그리고 카시오페아 공주가 떠나는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 아내가 죽은 후에 닫혀 있던 마음을 열게 해 주었던 그녀인데...
결말부분은 아쉬우면서도 훈훈함이 느껴진다.
판타지 소설이 가지는 엉뚱한 이야기들과는 또다른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을 것같은.
내 주위에 어쩌면 외계인이 함께 생활하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그런 것 같은.
판타스틱하지만 현실적인 그런 이야기라고나 할까.
<섬집 아기>는 권지예 작가의 <4월의 물고기>중의 한 작품인 <꽃진 자리"가 생각난다. 살인을 한 여자를 나무밑에 묻은 후에 나중에 그 나무밑을 파보니 이미 시체가 없어졌던~~
<섬집 아기>에서 <꽃진 자리>가 연상되는 것은 이 작품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동네 친구 태규. 그가 옴으로써 기억이 나는 오래전 이야기.

"아무도 모르는 일은 안 일어난 일이나 마찬가지야! 촌 동네 미친년 하나 없어진거야! 아무도 관심없다." (P136)

아내와 아이들은 태규와 한 가정을 이룬 듯하게 되고, 온통 뒤죽박죽, 태규의 존재가 집안에 가득차는 만큼 점점 소외되는 현호
그 이야기 속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으며, 그 비밀이 벗겨지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충격적인 사실에 접하게 된다.
<레몬>은 감성적인 멜로 드라마같은 작품이다.
사랑~~ 그것은 무엇일까?
윤미와의 사랑.

"세상에는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 그 선을 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해 보면 우린 갑자기 그 선을 넘은게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천천히 그 선이 다가오고 있음을 분명히 느꼈다. 아마 그녀도 그랬을 것이다. 우리의 이별은 그렇게 찾아 왔나보다. " (p188)



작가가 말하는 사랑은
“사랑은 레몬같은 거야. 인생도 마찬가지지.”(p205)
사람이 사람을 충분히 안다는 것은 하나의 우주를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윤미와의 사랑, 진이와의 사랑.
그가 기다리는 사랑은 어떤 사랑, 누구와의 사랑일까?
자신의 사랑에 대해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다.
<좋은 사람>은 단편소설이 이렇게 강한 호러물로 태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해 준다.
이우혁의 <바이퍼케이션 하이드라>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 느낌과 같은 분위기.
<바이퍼케이션 하이드라>는 3권으로 구성된 꽤 무게감이 있는 작품이다.
핏방울이 튀어나올 것같은 공포와 광기로 얼룩이 진 소설. 인간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 주었던 소설. 작가의 오랜 독서와 지식들이 동원된 작품이고, 거대한 장편이기에 구성이 더 복잡하기는 했지만, 그 작품에 못지 않는 인간의 실체가 궁금해지는 그런 작품이 <좋은 사람>이다.
괴기스럽고 공포스러워서 마치 납량특집물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
거기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 또 반전.
단편소설이 나타내기에는 힘든 그런 반전의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항상 조심하기 바란다. 우리는 결코 천사와 악마를 구별해 낼 수 없다. 지금 당신 옆에 있는 사람은 좋은 사람인가?" (p248)

인간의 잔인함은 어디까지일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 그런 이야기이다.
어릴적의 성장과정, 그리고 마음의 치유될 수 없었던 상처들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알게 해 준다.
<중독자의 키스>는 고독,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해주는 미스터리 멜로 소설이라고 하면 좋을 듯싶다.
  

이렇게 5편의 소설은 한 권의 책으로 묶여졌지만, 각각 다른 색채를 가진 이야기들이다.
판타지, 멜로, 호러, 미스터리, 로맨스....



이런 것들이 하나 하나 분리되기보다는 한 작품 속에서 그 중 몇 가지가 어우러져서 작품 나름대로의 색채를 빛내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작가, 관심있는 작가를 새로 만난 기쁨은 그 무엇과도 비길 수 없을 정도로 즐거운 일인 것이다.
앞으로 좋은 작품들을 많이 골라 읽어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작가이면서 그런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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