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목어 - 개정판
정호승 지음 / 예담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정호승은 시도 많이 썼지만, 그동안 어른을 위한 동화를 많이 썼다.
누군가에게 책 선물을 하고 싶을 때에 그 사람이 책을 좋아하는지, 좋아하지 않는지 잘 알 수 없을 때에 선물을 하기에  좋은 책이다.  어렵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고, 읽느라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고, 읽은 후에는 마음이 푸근해면서 깨달음을 가져다 주기때문이다.
이번에 읽게 된 <비목어>.


그런데, 너무도 낯익은 이야기들이다. 분명히 언젠가 읽었던 이야기들.
<비목어>는 2010년 10월에 출간된 <의자>와 같은 책이었던 것이다.
아니, 이럴 수가~~  


 
<비목어>는 2004년에   출간되었다가 절판이 되고, 2007년에 위즈덤하우스에서 재출간이 되었는데, 다시 열림원에서 2010년에 출간된 <의자>와 같은 책인 것이다.
딱 한 작품만 빼고는 작품의 순서만 새로운 주제에 의해서 나뉘어진 것이다.
작품들을 읽으면서 또 다시 정호승의 마음을 읽어 본다.
자연의 눈을 통해서, 자연의 마음을 통해서 인간의 모습을 재조명해 보는 작가의 마음을.
그는 자연의 속의 동물, 식물, 광물, 모두의 말을 알아 듣고 이해하고 함께 교감을 느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외눈 물고기 비목어.
" 우리는 외눈이기 때문에 늘 함께 다녀야 헤엄칠 수 있단다." (p14)
엄마 비목어와 아빠 비목어처럼 함께 살아갈 짝을 만나기 위해서 떠나는 길에 연어는 좋은 친구가 되어 준다.


"비목아, 사랑은 가만히기다리는 게 아니야. 찾아 나서야 하는거야" (p18)
" 사람들은 두 마리가 짝을 이루어야 비로소 헤엄을 칠 수 있는 우리를 보고 비목동행(비목동행)이라는 말도 만들어 냈어. 한 쌍의 눈처럼 같이 다닌다는 뜻인데, 언제나 서로  떨어지지 않고 사랑하는 사이를 나타내는 말이야." (p23)
그러나, 머리가 둘 달린 기파조(耆婆鳥)는 어떠했는가?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며 함께 살아가야 함에도 자신의 이익을 쫓다가, 상대방의 머리가 하는 행동이 미워서 해치려 하다가 결국에는 함께 죽게 되지 않던가.
머리는 두 개이지만, 생명이 하나임을 모르고 저지른 어처구니 없는 행동.   




조건만을  따지는 여자가 거짓 마음으로 하는 청혼을 차마 듣기 거부하여 자신의 꽃잎을 떨어뜨리는 덕수궁의 모란 해어화.

"다시 올께, 내가올 때까지 이대로 있어" (p48)
그 말을 믿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가을에 잎도 열매도 떨구지 못하고, 힘겹게 겨울을 나다가 폭설에 가지가 부러져 피가 나고 힘들어도 그 말을 한 그녀를 기다리는 떡갈나무.  




그러나 빈들판이 한 그루의 소나무를 성심껏 돌보아 주지만, 먼 들판을 찾아가려다 쓰러져 죽게 되는 소나무.
이렇게 서로 상반되는 상황을 통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해 주고, 그런 이야기를 통해 우리들은 많은 깨달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돌아가신 의자가 뒤뚱거리다고, 의자의 네 다리를 잘라내는 사람들.
정말로 뒤뚱거리는 것은 의자가 아니고, 의자가 놓인 베란다 바닥이 고르지 못한 것인데...  


  


제 흉허물은 모르고, 남탓만하는 어리석은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도종환 시인은 정호승을 이렇게 말한다.


정호승 시인은 맑은 눈을 가진 사람입니다. 천천히 흘러가는 하얀 구름이 눈동자에 그대로 비치는 노루의 눈. 사슴의 눈을 가진 사람입니다. 정호승 시인은 꽃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사람입니.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모란이 어디에 피어 있는지를 아는 사람입니다.모란의 말소라만 알아듣는 게 아니라 짐승의 목소리도 알아듣고 말소리도 알아듣는 귀를 가진 사람입니다. (p229)



 
이렇게 꽃의 소리, 나무의 소리, 짐승의 소리.... 를 알아듣는 시인은 그만의 아름다운 상상력으로 고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그 이야기 속에는 작지만 소중한 깨달음이 함께 하는 것이다.
책 제목이 달라서 두 번 읽게 된 <의자>와 <비목어>.
아마도 나에게 좀 더 많은 깨달음을 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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