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의 사랑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31
막스 뮐러 지음, 장혜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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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을 다시 읽어 본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독일인의 사랑>은 소담출파사, 1991년판이고, 이번에 새로 읽게 된 <독일인의 사랑>은 푸른숲 주니어, 2011년판이다.



세월은 많이 흘렀어도, 그 내용이야 어디 달라졌겠는가~~
<독일인의 사랑>은 내가 너무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기에, 가끔씩 꺼내서 읽어 보곤한다.
책도 얇아서 120~150페이지 (출판사에 따라 )정도되니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어느핸가는 책장 정리를 하다가 손에 잡히길래, 몇 페이지 넘겨 보다 보니,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읽고 일어서기도 했다.
나는 왜 이렇게 <독일인의 사랑>에 깊은 감명을 받는 것일까.
이번에 출간된 <독일인의 사랑>은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시리즈 중의 한 권이어서 작품 뒤에는 현직 국어 교사들이 직접 쓴 해설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해설부터 읽어 보기로 했다. 책 속에 나오는 독일 문학, 작가, 음악, 독일신학들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 책을 다각적으로 잘 설명해 주고 있었다.
이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부분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책 속의 이런 모든 부분을 이번에는 놓치지 않으리라.
이 책의 저자인 막스뮐러는 소설가는 아니다. 동양학과 비교 종교학, 비교 언어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이고, 1866년에 발표한 <독일인의 사랑>은 그의 유일한 소설인 것이다.
그런데, 이토록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된  것은
"시처럼 음악처럼 아름다운 언어로 사랑의 본질을 말하기 때문인 것이다."


사랑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담긴 이야기인 만큼,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우리는 인간이 어떻게 성장하여 다른 이를 만나고 사랑을 키워 가는지, 남녀 간의 사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우리의 사랑은 결국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p160. 독일인의 사랑 제대로 읽기 중에서 )



 
  

이 작품은 8개의 회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의 나와 마리아. 아름다운 영혼을 지닌 두 사람의 맑고 고귀한 사랑을 다루고 있다.
구성도 아주 간단하고, 등장인물도 두 주인공을 제외하곤 소수의 인물들이 잠깐 등장할 뿐이다.
사랑의 이야기라고 하니, <로미오와 줄리엣>를 비롯한 이야기들 처럼 갈등 요소가 있으리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그 역시 거의 없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마리아의 주치의가 나에게 마리아의 건강을 위해서 곁을 떠나 주기를 말하는 정도와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는 정도의 이야기가 전부인 것이다.
"어제 밤새도록 그녀 옆을 지켰네, 그건 자네 탓이야. 마리아가 오래 살길 바란다면 다시 찾아가지 말게나. 가능한 빨리 시골로 보낼 생각이네, 자네도 잠시 여행이라도 다녀오는 게 좋겠지." (p81)



두 번째 회상은 어릴적(6살 쯤)의 회상 속에서 교회보다 더 큰 웅장한 성을 방문하게 되어 후작부인에게 아버지가 가르쳐 준 입맞춤 대신 어머니를 대하듯 입맞춤을 하여 야단을 맞게 되면서 나는 스스럼없이 사랑을 표현했지만, 그것은 웃음거리와 야단을 맞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이것은 "타인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는 과정" 인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성장이기도 하고....
"아이는 '낯선 타인'의 존재를 배우는 순간부터 더 이상 아이일 수 없다. " (p24)
세 번째 회상은 성에 살고 있는 마리아를 알게 되면서, 그가 어릴적부터 병약하여 자신과의 놀이에는 끼어 들지 못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구경을 한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반지를 나누어 주는 과정에서 마리아가 죽을 때에 가지고 가려고 했던 반지를 나에게 주는 것이다.
나는 그 반지를 돌려 주면서 "네 것은 곧 내 것"이라고 말하게 된다. 여기에서 마리아의 고통까지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랑의 마음을 자각하게 되는 "내 것과 남의 것에 대한 아리송한 자각"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 이 반지를 나한테 주고 싶다면 그냥 네가 간직하는게 좋겠어, 네 것은 곧 내것이니까." (p36)
이렇게 나의 여덟 개의 회상은 '나'가 마리아를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과정을 통해서 느끼게 되는 사랑의 단계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각 장의 내용은 인간이 경험하는 사랑의 여러 빛깔을 나타내기에 그에 걸맞은 각각의 제목을 붙여 볼 수 있다. 여러 빛깔의 무지개가 어우러져 더할 나위없이 아름다운 형상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이야기들은 각각의 의미를 가지는 동시에 신비로운 그림 하나로 완성된다. (p160. 독일인의 사랑 제대로 읽기 중에서)

이 작품이 더욱 마음에 감동을 주는 것은 마리아는 어려서부터 병을 가지고 있었기에 항상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그의 마음이 그렇게 맑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이 소설이 1인칭 주인공 시점이기에 나의 생각과 마음상태를 세밀하게 표현해 주는 것이다.
그것은 사랑에 대한 성찰이라고 할 수 있는 철학적 사유들이 담긴 내용들이다.
소설이면서도 시처럼 아름답고 함축적인 표현들이며,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은 운율감을 가지고 있으며, 철학적 사유를 내포하고 있기에 한 문장 한 문장이 영롱한 구슬처럼 가슴에 와닿아 박히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시리도록 아프기도 하고, 마음이 환하게 밝아 오기도 하는 것이다.

 
또한 소설 속에 매슈 아널드의 <파묻힌 생명>과 윌리암 워즈워스의 <고지의 소녀> 전편을 그대로 담아 놓기도 한다.
"저 램프를 좀 더 가까이 당겨 놓고 네가 다시 한 번 그 시를 읽어 주면 좋겠어, 그 시를 들으면 기운이 솟는 것 같거든, 그 시에는 눈덮인 산의 순결한 가슴을 살아과 축복의 팔로 껴안는, 저 무한하고 고요한 저녁노을 같은 정신이 깃들여 있어. " (p104)
일곱 번째 회상에서 나는 마리아에게 진심을 담아 사랑을 고백한다. 



그리고, 마지막 회상에서 나와 마리아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천사가 하늘나라로 떠났네"
그는 이렇게 말하고서 편지 한 통을 건네주었다.
"이것이 그녀가 자네에게 남긴 마지막 인사라네"
편지 속엔 그 옛날 그녀가 내게 주었고 내가 그녀에게도로 주었던, '신의 뜻대로'라는 말이 새겨진 반지가 들어 있었다.
반지는 아주 해묵은 종이에 싸여 있었는데, 그 종이에는 그녀가 오래전에 적어 놓은 듯한 글이 있었다.
어린 시절 내가 그녀에게 했던 말이었다.
'네 것은 곧 내 것이야, 너의 마리아. '
우리는 한참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짊어지기에는 너무 엄청난 고통이 닥칠 때 하늘이 선사하는 정신의 기절 상태였다. ( p143)



해묵은 종이에 싸인 반지, 마리아가 주었던 반지, 그리고 '나'가 되돌려준 반지.
"네 것은 곧 내 것이다."
어린시절부터 마리아를 지켜보면서 마음을 키워온 아름다운 사랑.
그리고, 여기에 단 몇 줄로 이야기되는 의사 선생님의 희생적인 사랑.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아름다운 사랑이 무엇인가를 가슴 깊이 아로새기게 하는 <독일인의 사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한 때는 권총자살을 유행시켰다면, <독일인의 사랑>은 자살을 막았다고 한다.



자살을 선택하는 이기적인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다른 사람의 삶을 위해 사랑은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임을 의사는 마지막 말로 전하기때문인 것이다.
"그러니 내가 그랬듯이 자네 역시 삶이라는 짐을 짊어지게나, 단 하루라도 쓸데없는 슬픔으로 허비해서는 안되네, 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들을 돕고 그들을 사랑하게. 그리고 이 지상에서 그녀와 같은 마음을 가진 이를 만나 알고 사랑하게 허락하신 신께 감사드리게, 그녀를 잃어버린 것마저도" (p145~146)



어찌 이렇게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독일인의 사랑>
그래서 나는 생각날 때마다, 아니 가끔씩 이 책을 다시 펼쳐본다.
처음 <독일인의 사랑>을 만났던 시절을 생각하면서~~
또, 언젠가 <독일인의 사랑>을 다시 만나리라. 
그때는 지금보다 더 성숙한 마음으로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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