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이야기 - <연어>, 그 두번째 이야기
안도현 지음, 유기훈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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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연어>를 기억하십니까?

이 한 장의 풍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오 년 전에 연약한 어린 연어의 몸으로 상류에서 폭포로 뛰어 내렸다. 이 한 장의 풍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바다라는 커다란 세상 속으로 거침없이 헤엄쳐갔다.
 (..) 이 한 장의 풍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죽음을 무릎쓰고 초록강을 찾아  돌아왔다. 바로 이 한장의 풍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수많은 죽음을 뛰어넘었고, 이제 그들 스스로 거룩한 죽음의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안도현의 <연어> p130)


눈맑은 연어와 은빛 연어의 아름다운 사랑, 그러나 슬픈 사랑~~
감동적인 이야기였던 <연어>는 1996 년 출간이후에 100쇄를 발행하는 기록을 세웠던 작품이다.



작가는 그 후 15년이 지난 2010년에 <연어>의 후속작인 <연어 이야기>를 선보인다.
눈맑은 연어와 은빛 연어의 사랑의 결실.
초록강에서 머나먼 북태평양 베링해의 거친 파도를 이겨내고 다시 초록강으로 돌아와서 낳은 알의 이야기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초록강에 꽁꽁 언 얼음장 밑 중에서도 가장 깊숙히 있었던 아주 작은 알.
6밀리미터의 껍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육십 일이란 시간을 기다린 알.

"누군가 나에게 알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작정이었다.
알이란, 두려움을 동그랗게 빚어 만든 말랑말랑한 구슬, 이라고."(p12)


그런데, 다른 알들은 이미 한 달 전에 초록강을 떠났다. 작은 알 혼자만 늦게 알에서 깨어난 것이다.
사람들은 알에서 깨어나기 전의 존재에 대해 무의미하게 생각할 지 모르나, <연어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주 작은 알은 탄생이란 알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가 아님을 말한다.


알이 새근새근 숨쉰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은 도무지 '나'라는 존재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알을 깨고 바깥으로 나와야 생명이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그렇게 믿는 바보들이 이 세상에는 있는 것 같다.
나는 안다. 알도 고통을 느끼고 근심하고, 회의하고, 갈등한다는 것을. 바로 내가 알이었으니까 (p13)


알은 다른 알들보다 늦게 깨어나서 초록강을 벗어나 바다로 향한다.
그의 부모 연어들이 했듯이, 먼저 깨어난 새끼 연어들처럼, 연어는 폭포를  떨어져 바다로 간다.
폭포를 떨어지는 순간, 새로운 연어를 만난다. 자신보다는 2 배 정도 큰 숫컷 연어를...



그리고, 그들의 새끼 연어떼를....




그러나, 초록강에서 깨어난 연어와 폭포밑에서 만난 연어들은 다르다.
초록강의 암컷 연어는 아빠, 엄마의 알고 있다.

나는 결코 잊지 않고 있다. 내 기억 속에 아주 선명하게 남아 있는 그 순간을 말이다. 어머니는 알을 낳은 뒤 뚫어지게 나를 내려다 보았다. 그때 어머니의 등은 헝겊처럼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다 해진 주둥이에서는 핏물이 번져 나오고 있었고, 꼬리는 힘없이 흔드리는 손같았다. 어머니는 다른 물고기가 침범하지 못하도록 체력이 다될 때까지 나를 지켰다. (...) 나는 어머니의 눈이 슬픔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보았다. 그때 그 슬픈 눈은 이 세상에서 가장 맑은 눈이었다. (p27)

그러나 폭포아래에서 만난 암컷 연어보다 두 배 정도 큰 숫컷 연어는 부모를 모른다. 암컷 연어는 초록강이 키웠지만, 숫컷연어를 키운 것은 '물고기 연구소'에서 인간이었던 것이다.
암컷 연어는 자신이 어디로 가야하는가를 알고 있다. 그러나 숫컷은 폭포 위로 날아오르기를 원하다. 제비처럼....
연어는 원래 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갔다가 다시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는 모천회귀 본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연어에게는 끊이지 않는 실로 연결된 끈이 있기때문인 것이다.


어머니는 알을 낳은 뒤에 알에다 보이지 않는 실을 묶어 놓았어. 우리가 어디로 헤엄쳐 가야 하는지, 우리가 어떻게 어머니의 강인 초록강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 어머니는 다 알고 있을 거야. 어머니와 우리는 끊어지지 않는 실로 연결되어 있거든" (p42)


초록강의 연어는 알에서 엄마의 이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바다로 가는 연어에게 초록강을 이 이야기를 해주는 것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 의해서 부화되고 관리되었던 '물고기 연구소'의 연어들은 이 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수컷 연어는 폭포 위로 날아 오르는 제비같은 날개를 부러워 한다. 폭포 위가 아닌 바다로 가야함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숫컷 연어는 바다로 가기위한  긴 여행을 통해 자신의 원하던 자유가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제일 먼저 바다에 도착한 숫컷 연어는 죽음을 무릎쓰고 바다로 뛰어든다. 진정한 의미의 자유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해가 지고 있었어. 어두워지기 시잘할 때쯤 우리는 일제히 바다로 들어갔어.  (...) 마치 가느다란 끈이 강에서 바다로 길게, 길게 이어지듯, 우리는 우리가 가는 길을 알고 있었어. 그것은 네가 잎서간 길이고,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이기도 했지.
그래, 우리는 머지 않아 만날 거야.
고마워 내 말을 끝까지 믿어줘서 (p135)







안도현은 <연어 이야기>를 통해서 연어가 회귀하여 알을 낳고  연어는 기력이 다하여 처절하게 새끼를 보호하다가 죽는 모습과 알의 의미와 알을 찢고, 알에서 벗어나는 모습과 그 의미.
또, 연어가 초록 강을 떠나 푸른 바다로 가면서 만나는 노랑나비, 꽃, 고라니, 개구리, 수달, 숭어, 왜가리, 물총새 등의 생태학적인 사실들을 전문적이고 상세한 과학 지식을 동원하여 세밀하게 묘사해 준다.
그런데, 만약에 이런 동식물들에 대한 과학적 지식만을 나열했다면 그것은 과학 서적이겠지만, 작가는 연어와 연관지어서 안도현식의 상상력을 가미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 우리들에게 남겨주는 깨달음이 숨겨 있는 것이다.

"물 속에 사는 것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어.
그렇지 않다면 이쪽 마음이 저쪽 마음으로 어떻게 옮겨갈 수 있겠니?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를 어떻게 사랑하고 또 미워할 수 있겠니?" (p81)




연어의 먼 여행은 거칠고 험하지만, 그리고 무수한 벽에 부딪히지만, 연어들은 그들의 자유를 찾아서 바다로 간다.
그리고,  또 사랑하는 연어를 만나서 자신들이 태어난 곳으로 온다. 그곳에서 알을 낳고 보호하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은 후에 세상을 떠난다.
연어가 다시 바다에서 초록강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은 연어와 알로 연결된 끈이라는 설정.
아니, 이것은 설정이 아닌 진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기때문일 것이다.
그 끈은 보이지는 않지만 이쪽 마음과 저쪽 마음을  옮겨 주는 끈이란다.
사람들도 이렇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것은 아닐까?
<연어>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듯이, <연어 이야기>도 또 다른 감동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연어들은 앞으로도 계속 초록강을 떠나고, 거친 바다로 향하고, 벽을  뛰어 넘어 사랑의 바다로 스며들고, 또다시 초록강으로 거슬러 올라올 것이다.
영영 끝나지 않는 이야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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